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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공공기관 62%가 임원 자격 세부 요건 없었다

서울(14%)·인천(16%)과 차이 커… 정실인사·자리 나눠주기 논란 확산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경기도 공공기관 62%가 임원 자격 세부 요건 없었다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임명 논란’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 임기 중 이뤄진 경기도 공공기관 임원급 채용 과정에서 상당수가 ‘세부 자격 요건’을 두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공공노조)이 ‘이재명 낙하산 인사 리스트’를 작성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정실인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공기관 임원 정성평가 영향↑

‘주간동아’가 이 지사 임기 중 이뤄진 경기도 공공기관 외부 채용 공고를 전수조사한 결과 16개 기관이 임원급(이사 및 이사장·사장·원장) 인사 채용 과정에서 세부 자격 요건을 두지 않았다(그래프 참조). 임원급 인사 채용공고를 낸 공공기관 중 61.5%가 임원급 인사 채용에 세부 자격을 요구하지 않은 셈인데 서울(14.3%), 인천(16.7%) 등 여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두드러지는 차이다.

일부 직책이라도 세부 경력 요건을 둔 곳은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도청소년수련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도의료원 △경기대진테크노파크 △경기문화재단 6곳이다. 감사직에 변호사·공인회계사 자격 등을 요구한 공공기관 역시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사회서비스원 △경기아트센터 4곳뿐이다.

통상적으로 지자체 공공기관은 임원급 인사를 채용할 때 ‘포괄적 자격 요건’과 ‘구체적 자격 요건’을 함께 제시한다. 전자에는 조직 관리 능력과 비전 등 직무와 관련된 역량이 속하고, 후자에는 근무 경력, 직책 경험 등 구체적 자격이 포함된다. 포괄적 자격 요건은 형식적으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구체적 자격 요건이 실질 자격 기준이 된다. 경기도 공공기관 다수는 임원 채용 시 포괄적 자격 요건만 요구해 ‘정성평가’가 상대적으로 많이 작용하는 양상을 띠었다.

세부 자격 요건이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앞서 논란이 됐던 경기관광공사 사장의 경우 2018년 채용에서는 학위나 일정 기간 이상 관련 분야 경력을 요구했다. 반면 황교익 씨 임명 논란이 있었던 올해 채용에서는 해당 자격 요건이 사라지고 ‘경영자로서 자질과 품성’ ‘개혁 지향의 사업 능력’이 이를 대체했다.
주간동아 확인 결과 경기문화재단 이사장 채용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의 변화가 있었다. 2018년 8월 채용에서는 일정 기간 이상 관련 분야 경력을 요구했으나, 올해 8월 9일 시작된 신임 이사장 공개모집에서는 해당 요건이 사라졌다. 그 대신 ‘경영 전반에 대한 정책 제언을 할 수 있는 능력’ ‘합리적 판단으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의사결정 능력’ 등에서 하나만 충족되면 자격을 갖추도록 바뀌었다.



경기문화재단과 경기콘텐츠진흥원처럼 재정 상황을 감독하는 감사직을 선출하는 데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 등의 자격을 요구하지 않은 기관도 다수였다.

챙겨주기 의혹도 나와

비슷한 성격의 공공기관 임원 채용에서도 다른 지자체와 차이를 보였다. 서울교통공사와 인천교통공사는 올해 상임이사 채용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일정 기간 이상의 공직 혹은 민간기업 임원 경력을 요구했다(표 참조). 반면 경기교통공사의 경우 ‘지방공기업 상임이사로서의 자질과 능력’ ‘조직 경영 경험과 능력’ 등 다소 모호한 기준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 임원급 인사 채용 요건을 추상적으로 설정한 까닭이 “측근에게 자리를 나눠주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공노조는 경기도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리스트를 작성했다. 해당 문서에는 93명의 인사에 대한 기본 정보가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헌욱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외에도, 뇌물수수로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상임이사에 임명된 경찰 간부 출신 A씨도 이름이 올라가 있다. 공공노조 측은 이 지사가 공직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도입한 ‘열린 채용’이 ‘자리 나눠주기’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윤석열 캠프는 △경기연구원 △경기도농수산진흥원 △경기도일자리재단 △경기주택도시공사 등에서 이 지사 측근을 위한 ‘챙겨주기’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공공기관은 모두 임원 채용에 세부 자격 요건이 없었다.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8월 31일 “경기도의 이재명표 낙하산 인사 명단이 공개돼 공정과 상식을 바라는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며 “이 지사가 이끄는 경기도의 열린 채용은 불법에도 열려 있고, 도덕적 흠결에도 열려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본인의 정치 활동과 선거에 도움을 준 인사들에 대해서만 채용의 문을 어찌 그리 활짝 열어놓았는지 대답해주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주간동아 1305호 (p8~9)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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