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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총살에 ‘늑장’ 대응 연속, 3가지 주요 의문점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공무원 총살에 ‘늑장’ 대응 연속, 3가지 주요 의문점

  • ● 대통령에게 첫 서면보고 후 14시간 지나서야 대면보고 미스터리
    ● 피살 43시간 40분 지나 첫 규탄 메시지 나온 점도 의문
    ● “청와대는 도대체 누굴 위해 일하나” 여론 비등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47) 씨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늦장 대응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군과 해경 등 부처 간에도 관련 정보가 제때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국정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의문점① 대통령 향한 늑장 보고

문 대통령에게 늑장 보고가 이뤄진 배경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첫 서면보고 이후 대면보고가 이뤄지기까지 14시간이나 걸린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잠자는 대통령을 깨울 수 없어 늑장 보고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씨 실종이 최초로 접수된 때는 피살 하루 전인 9월21일 오전 11시 30분. 이후 해군과 해경이 선박 20척, 항공기 2대로 해상을 수색했지만 이씨를 찾지 못했다. 군은 22일 오후 3시 30분 경 북한 선박이 이씨를 최초 발견했다는 정황을 입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오후 6시 36분 ‘이씨의 실종과 북측 해상에서 발견됐다’는 첩보를 서면으로 보고받았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30시간이 지난 뒤이자, 피살이 진행되기 불과 3시간 전이다. 이씨를 살릴 시간은 남아 있었다. 유가족과 야당은 해당 시간 동안을 이씨를 살릴 수 있었던 골든타임으로 본다. 정부가 보다 적극 대응했다면 이씨를 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씨의 형 이래진(55) 씨는 “국방부는 (동생이) 우리 해역에서 있었던 30시간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늑장 보고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청와대는 9월22일 오후 10시 30분 경 북한이 이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후 9월23일 새벽 1시부터 국가안보실장·비서실장·통일부장관·국가정보원장·국방부장관이 참석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했다. 당시 회의에는 문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다. 사안의 긴박성에도 불구하고 회의 후 6시간이 지나서야 문 대통령에게 분석결과가 보고됐다. 



늑장 보고에 대한 해명도 석연찮다. 9월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이 “국민이 북한군의 총에 죽었는데 그 내용이 하룻밤 기다린 뒤에 보고해야 할 일이냐”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 질의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새벽이라 회의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가 들어갔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한 회의를 정리하는 데만 6시간이 걸렸다는 의미다. 이 장관의 답변에는 “새벽이라”는 발언에 무게가 실리지만 관계장관 회의가 열리던 그 시각 문 대통령이 정말 유엔총회 연설을 보지 않고 숙면을 취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의문점② 늑장 보고에 이은 늑장 대응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씨 피살 사건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안에 대해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스1]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씨 피살 사건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안에 대해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이씨 피살 사건에 대해 뒤늦게 입장을 표명한 사실도 주요 비판 지점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9월24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북한의 이씨 피살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했지만 시기와 방식을 두고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씨가 피살된 지 43시간 40분이 지나서야 북한을 향한 규탄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 사이 문 대통령은 국회의 4차 추경안 합의 처리와 TIME지의 2020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발표에 입장을 표명했다. 이 외에도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과 국군의 날 행사 등 군 관련 행사에 참석했지만 해당 자리에서도 이씨에 대해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 특히 문 대통령이 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지 않고 경기 김포시에서 열린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 참석해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한 사실이 알려졌다. 

2008년 발생한 고(故) 박왕자 씨 피살 사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피살 다음 날인 7월 12일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시간대에 저항능력도 없는 민간인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해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대응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전달한 것 역시 사안의 경중에 걸맞지 않는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비대위 회의에서 “대통령께서 언론에 직접 나와서 이 사태의 전말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정부가 사실을 인지하고도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 사태가 혹시라도 유엔 연설에 어떤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빚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의문점③ 군과 해경 간 불통

24일 오후 피살된 이씨가 승선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해양경찰의 조사를 위해 대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했다. [뉴스1]

24일 오후 피살된 이씨가 승선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가 해양경찰의 조사를 위해 대연평도 인근 해상에 정박했다. [뉴스1]

해양경찰청 역시 청와대나 국방부의 늑장 정보 공유로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이씨 실종 신고가 접수 2시간 20분 후인 9월21일 오후 1시 50분부터 해군과 옹진군, 민간 등에서 선박 20여 척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다. 

해경은 9월22일 오후 6시 경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로부터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것 같다”는 첩보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9월23일 새벽 관계장관회의가 열린 이후에도 회의 내용 중 해경 관련 사안을 국가안보실로부터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당시에도 이씨가 북한에서 피격된 사실은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전날인 9월22일 오후 10시 30분 경 이미 이씨가 북한군으로부터 피살됐고, 시실이 불태워졌다는 첩보를 입수한 상태였다. 군과 청와대 사이에서 이씨에 관한 첩보가 공유됐지만 해경은 이를 제때 전달받지 못한 셈이다. 

결국 군이 9월24일 오전 11시 이씨가 피살 사실을 발표하면서 37분 후 수색을 중단했다. 국민의힘 ‘북한의 우리 국민 사살·화형 만행 진상조사 TF’에 따르면 해경은 언론보도를 통해 이씨의 피살 사실을 확인하고 수색을 종료했다. 해경은 수색 중단 5시간 후인 9월24일 오후 4시 43분 경 이씨에 대한 수색을 재개했다. 수색의 목적은 이씨 구출에서 시신 수습으로 변경됐다. 이씨의 생명을 책임지는 핵심 주체인 해경이 수색 또는 구출 작전에 필요한 정보 공유에서 배제된 경위는 지금도 미스터리 영역으로 남아 있다. 

서주석 국가안보실(NSC) 제1차장은 27일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남과 북이 각각 파악한 사건 경위와 사실관계에 차이점이 있으므로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 조사를 요청”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매우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아무리 분단 상황이라고 해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희생자가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됐는지 경위와 상관없이 유가족들의 상심과 비탄에 대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 및 문재인 대통령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도 공개된 이 발표에는 “일어난 사실을 발표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나. 도대체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를 위해 거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북한의 행태에 강력한 구두 경고도 날리지 못하고 친서 운운하는 것에 약간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와 대통령은 그 존재의 의미가 없다” “고인의 시신이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 바랍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주간동아 1259호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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