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5

2020.09.04

40만 명 접속하는 LH ‘렌트홈’, 최근 민원 폭주로 수시로 시스템 오류

임대 등록과 임대차 신고 시 단순 문의도 불가능, 접속자 늘 때 개인정보 노출되기도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0-08-27 13: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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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임대등록시스템 렌트홈 홈페이지.

    온라인 임대등록시스템 렌트홈 홈페이지.

    “다세대 연립 8년 장기임대도 폐지되나요? 렌트홈에 들어가 보니 ‘폐지’라고 떠 있어서요. 의무 위반으로 강제 말소된다는 의미일까요?” 

    “8년 장기임대로 등록해놓은 다가구주택도 ‘폐지’라고 돼 있어요. 장기임대 폐지는 아파트만 해당하는 거 아닌가요?” 

    8월 넷째 주 온라인 임대등록시스템 ‘렌트홈’에 접속한 주택임대사업자(임대사업자)들은 다세대 연립, 다가구, 오피스텔 같은 비아파트 장기임대 유형에 ‘폐지’라는 문구가 붙은 사실을 확인하고 혼란에 빠졌다. 한쪽은 렌트홈이 실수로 ‘오기’한 것이라 우겼고, 다른 한쪽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 개정으로 장기임대주택의 임대의무기간이 8년에서 10년으로 바뀌어 비(非)아파트의 8년 장기임대 유형도 폐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후자에 가깝다. 렌트홈에 접수된 민원을 처리하는 구청 주택과 직원은 “다세대나 다가구 같은 비아파트 장기임대 유형은 임대의무기간이 민특법 개정에 따라 8년에서 10년으로 변경됐기 때문에 기존 8년 장기임대 유형에 ‘폐지’라고 형식적으로 표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임대의무기간이 끝나도 아파트 장기임대처럼 자동 말소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임대사업자들은 “이 정도로 간단하게 사전에 공지했어도 이용자의 혼선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렌트홈 운영 방식이 너무 불친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불친절한 운영 방식도 불만

    렌트홈은 임대사업자가 임대주택 등록과 말소, 임대차계약 신고 등을 관공서를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국토교통부(국토부) 감독 하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위탁 운영한다. 2017년 12월 13일 발표된 ‘임대주택 등록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2018년 4월 2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임대사업자의 편익 증진과 임차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시행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렌트홈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이용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렌트홈에서는 그동안 등록 누락 같은 불미스러운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임대사업자 A씨는 “올해 상반기 렌트홈에 접속해 임대주택을 등록하고 임대차계약 최초 신고까지 분명 마쳤는데 최근 들어가 보니 등록만 하고 최초 신고를 하지 않은 걸로 돼 있었다”며 “담당 직원 실수나 시스템 오류로 등록이 누락돼도 임대사업자가 과태료를 물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임대사업자 B씨는 “2015년부터 해마다 임대차계약 신고를 했는데 렌트홈에는 지난해 신고분만 나와 있었다”며 “렌트홈을 못 믿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대사업자 C씨는 “동일한 임대차계약 신고 내용이 렌트홈에 중복해 뜬 적도 있다”면서 “정부기관이 운영하는데도 시스템 오류가 너무 잦다”고 꼬집었다.

    임대사업자와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서를 쓰고 있다. [GETTYIMAGES]

    임대사업자와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서를 쓰고 있다. [GETTYIMAGES]

    특히 6월 말까지 진행된 임대차계약 자진 신고 기간에는 서버 다운과 시스템 오류로 인한 접속 장애가 극에 달했다. 전국 임대사업자에게 문자메시지가 발송된 6월 12일에는 렌트홈 회원의 개인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임대사업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로그인 후 다른 임대사업자 명의로 접속돼 성명과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민원·신고 정보, 세입자 정보까지 열람이 가능했다고 한다. LH 측은 “외부 공격은 없었다”며 “접속자가 폭증해 서버 장애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렌트홈에 접속한 인원은 4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임대사업자(3월 기준 51만 명)의 80%가 몰린 것이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개연성이 제기됐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서 개인정보가 밖으로 유출된 흔적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렌트홈 콜센터 직원, 5명뿐

    이후 렌트홈은 장애 요소를 줄이기 위해 서버를 확충하고 시스템을 재정비했지만 민원 처리의 잦은 지연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임대사업자 D씨는 “6월 초 렌트홈에 신청한 민원이 7월 초에도 ‘검토 중’으로 떠 있었다”며 “더 늦어지면 과태료를 물까 봐 지자체(지방자치단체)로 달려가 처리했다”고 밝혔다. 

    렌트홈으로 접수된 민원이 처리되는 속도가 더뎌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렌트홈은 임대사업자만을 위한 시스템이 아니다. 임차인에게 자신의 처지에 맞는 임대주택을 찾고 다양한 혜택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3월 기준 전국에 등록된 임대주택 수는 156만 호에 달한다. 렌트홈에는 이들 임대주택에 대한 민원이 쉴 새 없이 접수되지만 이를 처리하는 인원은 몇 사람에 불과하다. 렌트홈 콜센터 직원도 5명뿐이다. 렌트홈 안에 단순 문의가 가능한 게시판이 필요하다는 건의도 이어지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인력과 시스템으로는 렌트홈의 본래 취지인 임대사업자의 편익 증진이나 임차인의 권리 보호에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등록 제도를 통해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돕고자 한다면 임대사업자와 임차인이 렌트홈을 이용할 때 생기는 의문점을 바로바로 해소할 수 있도록 대민 지원 인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책을 내놓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그 정책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물과 거름을 주고 정성을 쏟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40만 명이 넘는 이용자를 콜센터 직원 5명이 응대하기는 역부족이어서 재정 당국과 증원 문제를 협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우리도 어려움이 많다”며 “자주 묻는 질문을 Q&A 형식으로 정리해 공지하고, 임대사업자들이나 임차인이 알아야할 법령 정보를 보다 쉽게 풀이한 자료를 올려 이용자들의 불편함을 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LH 쪽에도 렌트홈 이용자들의 혼선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조치에 대해선 사전 공지를 하는 등 보다 친절한 대민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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