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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저항’ 촛불집회, 규모 4배로 커졌다 [르포]

오락가락 정책과 규제 소급적용에 “너무 열 받아 발열 체크 다시 할 지경”…25일 정부 부동산 정책 규탄 시위에 2000여 명 몰려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부동산 저항’ 촛불집회, 규모 4배로 커졌다 [르포]

25일 저녁 서울 중구 을지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규탄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박해윤 기자]

25일 저녁 서울 중구 을지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규탄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박해윤 기자]

정부가 ‘부동산을 잡겠다’며 내놓은 각종 규제와 증세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가 주말 도심 거리를 들끓게 했다. 18일에 이어 25일에도 서울 중구 을지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참석자는 2000여 명으로 일주일 전 500명보다 4배 늘었다(주최 측 추산 5000명).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대해 촛불집회가 열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촛불집회로 탄생한 정권에서 국민이 다시 촛불을 드는 상황이 벌어졌다.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임대차 3법 반대 추진위원회’ 등 인터넷 카페 등 집회 주최 측은 ‘6·17 소급 적용 강력 반대’라고 크게 써놓은 현수막을 무대에 내걸었다. 집회 참석자들은 “사유재산 보장하라”, “임대인도 국민이다”, “징벌세금 못 내겠다”, “경제공부 다시해라” 등 구호를 외쳤다. 

저녁 8시 무렵 주변이 어두워지자 시위대는 촛불을 켰다. 집회 참가자들은 “서민들을 겁박하는 부동산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집회 도중 “‘나라가 니꺼냐’, ‘문재인 내려와’ 실시간 검색어(실검) 챌린지에 도전해 달라”는 주최 측의 안내 방송도 계속 나왔다. 네이버 실검 순위에 해당 문구를 노출시켜 정부에 대한 불신을 표시하자는 것이다. 이날 오후 9시 현재 ‘나라가 니꺼냐’ 검색어는 네이버 뉴스토픽 실검 2위에 올랐다.

‘문재인 의자’에 신발 던지는 퍼포먼스도

부동산 촛불집회 무대에서 신발 던지기 퍼포먼스를 하는 시위대. [박해윤 기자]

부동산 촛불집회 무대에서 신발 던지기 퍼포먼스를 하는 시위대. [박해윤 기자]

“당신들이 부동산 몇 채 가진 것은 합법이고, 우리가 외곽에 몇 채 가진 것은 불법입니까. 지방 아파트 값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그걸로 반포 부동산 절대 못 삽니다. 우리는 정치인도 아니고 그저 서민입니다. 하나 더 가지면 안 됩니까.” 



본인을 민간주택 임대사업자라고 밝힌 이가 무대에서 이 같이 발언하자 “맞아요, 맞아” 하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유명 인사나 정치인이 아닌, 실제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일반 국민이 무대에 올랐다.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발언자는 “문재인 대통령님, 당신이 만들겠다던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전 국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나라입니까”라고 외쳤다. 그러자 “문재인 내려와” 하는 구호가 나왔다. 

곧이어 자신을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다 내고 한 번도 탈세한 적 없이 평범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나 같은 사람이 투기꾼이냐. 이게 세금이냐, 벌금이냐”라고 호소했다. 

무대에서는 ‘문재인 자리’라는 종이를 붙여놓은 사무용 의자로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무대에서 신발을 던진 사람들 중에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지며 “경기를 망가뜨리면서 반성도 없고 국민을 치욕스럽게 한다”며 고함을 지른 정모(57) 씨도 참가했다. 시위 참석자들도 하늘을 향해 신발을 동시에 던졌다. “왜 남의 재산을 뺏아가냐, 문재인 XXX야!” 하는 함성도 터져 나왔다. 

시위 참석자는 30대에서 60대.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뿐만 아니라 1주택자도 있었다. 경기도의 모 지역에서 월세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40대 여성은 “임대차 3법에 반대하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월세 끼고’ 서울 양천구 아파트를 마련했다. 올 연말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세입자를 내보내고 이사 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계획대로 세입자의 ‘4년 거주’를 보장하는 쪽으로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사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그는 “내가 내 집에서 살겠다는데, 그것조차 막는 나라가 나라냐”고 반문했다. 

경기 성남시 다주택자 김모(41) 씨는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해놓고, 불과 3년 만에 폐지하겠다면서 임대사업자를 투기꾼으로 모는 게 말이 되냐”고 언성을 높였다. 세무사인 그는 ‘정부를 믿고’ 고객들에게 주택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해왔다고 한다. 김씨는 “정부 정책을 잘 따라온 국민을 이런 식으로 취급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둘 다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미에게 손해배상 청구하고 싶은 심정”

서울 송파구 주민 안모(52·여) 씨는 임대보증금 보증가입 의무화에 반대하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다. 7·10 부동산 대책으로 앞으로 모든 주택 임대 사업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기존에는 동일 단지에서 100채 이상 보유한 임대사업자만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였다. 안 씨는 “2채의 다세대 주택을 전·월세로 주고, 다른 소득 없이 거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네 식구가 먹고 산다”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에 더해 보증보험으로 연간 몇 백만 원씩 내면 앞으로 어떻게 살라는 거냐”며 하소연했다. 

김모(60) 씨는 “김현미 장관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몇 년 전 은퇴하면서 그동안 모은 돈과 퇴직금으로 전주 아파트를 몇 채 매입했다. 월세 수입으로 노후를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파트 값은 떨어졌고, 팔려고 내놨지만 1년 넘도록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라서 노후 생활에 대한 걱정이 큰데 정부가 보유세를 대폭 올렸으니 복장이 터진다”고 호소했다. 그는 발열 체크를 요청하는 집회 진행 요원에게 “지금 너무 열이 받았다. 체온이 높게 나올까봐 걱정이다”고도 했다. 

이날 밤 집회 참여 인원은 오후 9시 이후에도 늘어났으며 집회 주최 측에서 안전을 우려해 집회 이후 도로 행진을 자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주간동아 1250호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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