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36

2020.04.24

주택임대소득 신고 다가오자 "반전세 월세방도 구하기 힘들어져"

월세 올릴수록 주택임대업자 세 부담 함께 커지면서 전세 비율 상승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0-04-23 08: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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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임대사업자 과세 기준이 바뀌면서, 전월세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GettyImages]

    주택임대사업자 과세 기준이 바뀌면서, 전월세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GettyImages]

    “올해 목표는 전셋집 구하기다.” 직장인 양모(27) 씨의 말이다. 대학생 때부터 자취를 시작해 월세방을 전전한 지 7년째. 지금이 네 번째 자취방이다. 이사를 다닌 이유는 해마다 조금씩 오르는 월세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가 주변의 월세 오름세는 심각했다. 양씨는 “결국 마지막 학기에는 학교 근처의 집값이 너무 올라 학교와 조금 떨어진 지역에 집을 구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올해는 월세가 오르지 않았다. 주택임대사업자가 월세를 인상하면 세금도 올라 오히려 소득이 줄 수 있게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과세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초 연간 주택임대수익이 2000만 원 미만인 사업자는 세금이 면제됐다. 하지만 올해 5월부터는 2000만원 미만이라 하더라도 과세 대상이 된다. 만약 주택임대수익이 연간 2000만 원이 넘으면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주택 소유주의 납세 사정이 크게 달라지면서 세입자가 부담하게 될 월세 부담은 완화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자칫 월세를 많이 올렸다가는 배(인상된 월세)보다 배꼽(세금)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월세는 크게 오르지 않을 수도

    올해부터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대폭 줄었다. 4월 7일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2주택 이상 주택임대사업자는 올해부터 수입 내역을 신고하고 소득세를 내야 한다. 2018년 귀속분까지는 임대수익 2000만 원 이하 주택임대사업자는 비과세 대상이었으나 2019년 귀속분부터는 과세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기준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을 한 채만 갖고 있으면서 임대소득을 올리는 사람은 여전히 비과세 대상이다.

    주택임대로 연간 2000만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달라졌다. 과거에는 주택임대 수익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분리과세’가 적용됐지만 올해부터는 ‘종합과세’로 전환한 것. 종합과세는 주택임대 수익 외에 발생한 모든 수익을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에 월세를 올릴 경우 건물주가 내야 할 세금은 월세 인상분에 비례해 크게 오를 수 있다. 다만 주택임대 수익이 20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분리과세와 종합과세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건물주에 대한 세금이 오르면 세입자에게 세 부담을 전가해 세입자의 월세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주택임대 사업자가 월세를 쉽게 올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월세를 올릴수록 그에 비례해 세금도 더 많이 내게 돼 오히려 월세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절세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월 월세로 150만 원(연간 임대수익 세전 1800만 원)의 수익을 올리던 주택임대업자 A씨의 경우를 보자. A씨는 임대수익과 다른 수입을 합해 1년에 약 1억 원 정도의 수입을 기록했다고 하자. 그가 재계약을 통해 월세를 165만원으로 올려 세금으로 인한 소득 감소분을 채우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월세 수입을 165만 원(연간 임대수익 세전 1980만 원)으로 올린다면 필수경비 50%를 제외한 임대소득에 대한 연간 세금 부담액(세율 15.40%)은 약 14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대략 10만 원가량 늘어난다. 따라서 세후 임대수익은 월세를 올리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160만 원 정도 더 이득이다. 하지만 월세 수입을 180만 원(연간 임대수익 세전 2160만 원)으로 인상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임대 소득이 2000만원을 넘겨 종합소득에 합산되고 누진세율의 적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임대 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가면 필수경비 인정비율이 50%보다 낮아진다. 또한 현행법상 연 소득 8800만 원~1억 5000만 원에 대한 누진세율은 38.5%에 이르러 A씨가 부담해야 할 세금은 470만 원가량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를 세후 임대수익으로 계산해보면 약 1680만 원이 된다. 임대료를 너무 많이 올리면 외려 건물주의 실수입이 줄어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상문 세무법인 KNP 대표 세무사는 “상담을 요청해오는 분 가운데 연 임대수익이 2000만 원을 소폭 넘는 이들이 있다. 이런 분들에게는 차라리 월세를 조금 낮출 것을 추천한다”며 “종합과세가 되면 세금 증가액이 더 커 실상 수입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물주들 월세보다 전세 선호 뚜렷해질 전망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원룸 광고판. 월세 매물이 줄어들면 관련 광고가 대거 전세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뉴스1]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원룸 광고판. 월세 매물이 줄어들면 관련 광고가 대거 전세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뉴스1]

    월세 인상에 따른 세 부담이 커지는 것을 피하려면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 전세의 경우 1가구 2주택자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세무사는 “2주택자라면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월세는 2주택자부터 과세 대상이지만, 전세는 2주택자라 해도 기준시가 9억원 미만의 주택이라면 과세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월세에 대한 과세 기준이 강화된 이후 실제로 월세 물량은 줄고 전세 물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4월 6일 기준 서울의 전세 비중은 지난해 12월 70.6%, 올해 1월 71.5%, 2월 71.5%, 3월 74.6%로 증가했다.

    월세 물량이 감소하면서 목돈이 없는 세입자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전세 대출로 내몰리고 있다. 얼마 전 전셋집을 구한 사회초년생 김모(27) 씨는 “월세방을 구하기 어려워 전세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구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임대업자에 대한 새로운 과세 기준이 적용되면 앞으로 월세 공급은 더 줄어들 것”이라며 “월세방은 줄고 전세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가 더 많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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