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33

2020.04.03

현장 속으로

코로나 분산 관리에 기여한 소프트넷, “학교 방역에도 사용 가능”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에서 ‘IT 봉사’로 구슬땀 흘리는 소프트넷 헬스케어사업본부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20-03-30 14: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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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 모니터링으로 의료진 감염 크게 낮춰”


    코로나19 경증환자가 입소한 전국 생활치료센터에 데이터 기반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을 지원해주고 있는 소프트넷 헬스케어사업본부 개발자들. [홍중식 기자]

    코로나19 경증환자가 입소한 전국 생활치료센터에 데이터 기반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을 지원해주고 있는 소프트넷 헬스케어사업본부 개발자들. [홍중식 기자]

    3월 초 이상수 소프트넷 대표는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로부터 “도와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손 교수는 고려대의료원이 의료 지원을 맡은 경북·대구2 생활치료센터(농협경주연수원·이하 경주 생활치료센터)로 가는 길이었다. 손 교수는 “센터에 입소한 240여 명의 코로나19 경증환자를 IT(정보기술) 기반으로 스마트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대표는 “얼마든지 돕겠다”고 답했다. 

    경주 생활치료센터에서 이 ‘데이터 기반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모니터링 시스템)의 기능을 직접 확인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전국 생활치료센터에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주간동아’ 3월 11일자, ‘코로나 생활치료센터, 증상 점검하는 ‘환자관리 앱’ 도입한다’ 참조). 3월 27일 서울 강남구 소프트넷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시스템을 제공해달라는 중대본의 연락을 받고 코로나19 사태 종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환자용 앱과 의료진용 대시보드

    각 환자가 체온 등 자신의 정보를 ‘inPHR’ 앱에 입력하면(왼쪽) 의료진 대쉬보드에 전체 환자의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뜬다. [홍중식 기자]

    각 환자가 체온 등 자신의 정보를 ‘inPHR’ 앱에 입력하면(왼쪽) 의료진 대쉬보드에 전체 환자의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뜬다. [홍중식 기자]

    IT 솔루션 서비스 회사인 소프트넷은 10년 전부터 IT 의료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PHR(Personal Health Record·개인건강기록) 플랫폼인 ‘inPHR’를 개발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에 진출했으며, 고려대의료원과 손잡고 4만여 환자에게 PHR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있다. 

    소프트넷이 생활치료센터에 제공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은 inPHR 애플리케이션(앱)에 PC 기반의 의료진용 대시보드를 결합한 것. 환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에 inPHR 앱을 설치해 체온, 혈압 등을 입력하면 이 정보가 대시보드에 일목요연하게 뜬다. 대시보드는 바둑판처럼 생겼다. 각 칸에 환자의 호실과 체온, 혈압 등이 표기된다. 정상 수치를 벗어나면 빨간색으로 변해 의료진이 바로 파악할 수 있다. 환자가 ‘콧물이 나요’ ‘기침이 심해졌어요’ 등 증세를 적어낼 수 있는 기능과 그것에 대해 의료진이 내린 처방을 기록하는 기능도 있다. 생활치료센터 의료진은 24시간 3교대 체제로 근무한다. 앞선 근무자가 내린 처방을 대시보드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소프트넷 헬스케어사업본부는 변지원 이사를 포함해 12명의 IT 개발자로 구성돼 있다. 첫 지원 대상인 경주 생활치료센터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느라 거의 모든 부원이 주말도 없이 개발에 매달렸다. ‘경주 소문’을 듣고 지원 요청을 해온 경북·대구7 생활치료센터(LG디스플레이 구미기숙사·이하 구미 생활치료센터)에 대한 대응은 노하우가 쌓인 덕에 좀 더 수월했다고 한다. 조만간 경기 안산에 해외에서 입국한 코로나19 경증확진자를 위한 경기국제2센터(안산 생활치료센터)가 오픈한다. 이 대표는 “며칠 여유를 두고 안산 생활치료센터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이미 준비를 마쳤다”며 “환자와 의료진이 화상대화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새로 추가했다”고 전했다. 

    생활치료센터 입소자는 경증환자로, 20대에서 50대가 대부분이라 각자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하고 체온 등을 입력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3월 27일 오전 구미 생활치료센터 입소자의 정보 입력률은 90%가 넘었다. 변 이사는 “나머지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입소자”라며 “이 경우 의료진이 전화를 걸어 체크한 뒤 대신 입력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끝나고 푹 쉬자”

    이상수 소프트넷 대표. [홍중식 기자]

    이상수 소프트넷 대표. [홍중식 기자]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각 방에 따로 격리된, 많게는 300명의 환자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진 보호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의료진이 각 방을 돌면서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의료진의 피로도와 감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환자의 누적된 데이터를 보고 의료진이 이상 징후를 미리 파악해 환자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라며 “체온이 안정적이다 갑자기 고열이 나타난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병원으로 옮긴 적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에 있는 소프트넷 개발자들과 경주, 구미, 안산 생활치료센터 의료진은 전화통화 및 카카오톡 ‘단톡방’을 통해 의사소통한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달라거나, 사용법을 문의하거나, 자잘한 오류를 해결해달라는 요청이 단톡방에 시시때때로 뜬다. 경증환자라 해도 다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의료진의 요청에는 ‘즉각 대응’한다는 것이 소프트넷의 각오. 이 대표는 “의료진의 호출에는 주말에도 바로 대응하고 있다”며 “기존 업무와 생활치료센터 IT 봉사를 병행하느라 고생 많은 직원들에게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 푹 쉬자’고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원격의료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원격의료는 워낙 이슈가 첨예하기 때문에 그러한 기대를 갖기보다, 지금은 온갖 어려움이 있는 코로나19 의료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개학 후 코로나19 방역에 힘써야 하는 학교나 자가격리 중인 주민을 관리하는 보건소 등에서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 혹은 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관련 문의는 언제든 환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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