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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두 시간 대비 성적 좋은 韓 게이머, 가성비도 ‘갑’?

게임 하는 사람은 많지만, 게임 시간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0-03-24 14: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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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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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하면 한국이 떠오를 정도로 한국인의 게임 실력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보통 e스포츠 리그는 인구별로 예선을 진행한다. 즉 북미, 유럽, 중국(아시아) 정도에서 예선이 열린다. 하지만 한국은 인구가 적은데도 단일 예선을 치른다. 그만큼 실력 있는 게이머가 많기 때문. 

    뛰어난 게임 실력을 갖추려면 그만큼 시간을 게임에 쏟아야 한다. 바꿔 말하면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게임에 시간을 쏟았을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통계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게임을 즐기는 인구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평균 게임 시간은 일본은 물론, 북미와 유럽 국가보다도 적은 것. 

    디지털 콘텐츠 전송 분야 글로벌기업 라임라이트 네트웍스는 3월 18일 ‘2020전 세계 온라인 게임 현황(State of Online Gaming·SoOG)’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프랑스, 독일, 인도, 이탈리아, 일본, 싱가포르, 한국, 미국, 영국에서 일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 게임을 하는 18세 이상 게임 이용자 4500명을 대상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게임 이용자는 주당 평균 5.04시간 게임을 즐긴다. 이는 조사 국가(독일, 영국, 미국, 일본) 평균 주당 게임 시간인 6.33시간보다 현저히 적은 수치. 게임을 가장 잘하는 나라가 모순적이게도 게임을 가장 덜 하는 나라였던 것이다.

    한국 10, 20대 남자는 대부분 게이머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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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게임 인구가 절대적으로 많다. 게임 시간은 적어도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비율은 가장 높은 나라인 셈. 한국갤럽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인 게임 인구 비율은 65.7%이며, 유럽권 국가는 한국에 비해 게임 인구 비율이 다소 낮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 북미 및 유럽 게임 시장 동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게임 인구가 전체 인구의 66%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영국과 독일은 각각 48%, 52%. 프랑스와 스페인은 51%, 47%로 유럽권 인구에서 게임 이용자 비율은 47~52%이다. 한편 일본은 ‘2018 CESA(Computer Entertain Supplier`s Assosiation) 일반생활자 조사 보고서 일본 게임 이용자 & 비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게임을 즐기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50%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과 미국은 게임 이용자의 비율이 비슷했으나, 게임을 즐기는 주 연령층이 달랐다. 한국에서 게임은 젊은 남성들의 취미였다. 201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69.6%가 취미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이 중 10대는 96%, 20대는 90.9%, 30대는 90.7%가 게임을 즐긴다고 답했다. 40대를 넘어서면 이 비율은 53.4%로 급락했다. 

    특히 서울과 부산에서는 10대 남성의 100%가 게임을 즐긴다고 응답했다. 부산의 경우 20대 남성의 100%가 게임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대학생 윤모(21) 씨는 “게임은 단순히 취미라기보다 온라인상 모임 장소다. 지방에서 올라와 학기 중에는 고교 친구들을 만나기 어려운데, 게임에서는 언제든 만나 한두 시간가량 함께 놀 수 있다. 최근에는 음성채팅 프로그램도 많아 게임 하면서 수다를 떠는 등 밖에서 만나는 것만큼이나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에서 게임을 즐기는 인구의 평균 연령은 35세. 보고서는 이를 ‘문화의 차이’라고 지적하면서 ‘미국 부모의 70%는 비디오 게임이 자녀들의 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며 ‘북미·유럽권은 부모와 아이가 게임을 함께 즐기는 문화’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해당 시장의 게임 이용자들은 경쟁하는 게임보다 협력하는 게임이나 영화처럼 스토리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임을 선호한다.

    연령대마다 다른 게임 선호도

    즐겨 하는 게임도 달랐다. 국내에서는 모바일 게임(59%·복수응답)을 제외하면 PC(개인용 컴퓨터) 게임 이용률이 42.1%로 가장 높았다. PC 게임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것은 건 슈팅(46%·복수응답)과 리그오브레전드(LoL)로 대표되는 AOS(19.7%) 장르의 PC 온라인 대전 게임. 롤플레잉(RPG)도 41.6%로 비교적 높은 이용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즐기는 세대가 달랐다. RPG게임은 20~40대 이용률이 49%로 가장 높았다. 한편 건 슈팅과 AOS는 10, 20대로부터 각광받았다. 두 장르의 평균 이용률은 각각 55%, 27% 정도. 30, 40대는 해당 장르 이용률이 10대의 절반 수준이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RPG게임은 게임사에서 만든 세상에서 게이머가 역할 놀이를 하는 형식이다. 일종의 가상 사회라 게임에 시간을 투자하면 할수록 그만큼 게임 내에서 갖게 되는 영향력이 커진다. 이 같은 이유로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반면 AOS나 건 슈팅 장르는 다른 게이머와 승부를 보는 방식이라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비교적 짧다. PC방으로 설명하자면, 과거에는 게임사가 만들어놓은 가상 사회를 함께 여행하려고 친구들과 PC방을 많이 찾았다면 지금은 당구 한판 치듯 친구와 함께 게임을 즐기고자 PC방을 찾는 사람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PC만큼이나 콘솔(게임기)이나 아케이드 게임(오락실 등 특정 장소에서 동전을 넣고 하는 게임)의 인기가 많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의 게임시장 플랫폼별 점유율에서 콘솔과 아케이드는 각각 3.3%와 2.2%를 기록했다. 하지만 글로벌시장에서는 콘솔 점유율이 24.6%로 PC(20.5%)보다 높았다. 아케이드 게임도 19.4%로 높은 편이었다. 

    북미·유럽시장에서 가장 인기 많은 게임 장르는 슈팅, 액션 어드벤처, 스포츠 장르로 한국과 유사했다. 장르는 같아도 즐기는 게임은 달랐다. 한국에서는 대전, 경쟁 위주의 게임을 즐겼지만, 북미·유럽권은 스토리와 세계관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북미·유럽 국가의 매출 기준 1위부터 10위 게임을 비교·분석한 결과 단 한 편도 겹치지 않았다. e스포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시장에서는 스토리나 고증으로 게이머가 마치 게임 속 세상을 체험하는 듯한 게임이 인기를 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배틀로열(최후 1명이 남을 때까지 대결하는 게임 방식), 경쟁 등 타인과 대전하는 게임이 인기를 끄는 편이다. 이 때문에 게임에 몰입하기보다, 게임을 잘하기 위해 궁리하고 공부하는 시간이 긴 편”이라고 설명했다.

    고령 여성의 약진 돋보인 모바일 게임

    일각에서는 애초 한국인 게임 인구가 게임을 덜 한다는 통계가 잘못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플랫폼인 모바일 게임이 빠졌기 때문. 한국콘텐츠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이용률은 59%(복수응답)이며 주당 평균 이용 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다. 이를 앞선 통계에 더하면 주당 평균 게임 이용 시간은 6.57시간으로, 조사 대상국 평균을 가뿐히 앞지른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모바일 게임의 인기는 만만치 않다. 글로벌 IT(정보기술)시장 조사기관 뉴주(Newzoo)가 발표한 ‘2019 글로벌 게임시장 보고서’는 향후 5년간 글로벌 게임시장의 성장을 모바일 게임이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가장 큰 게임시장은 모바일이었다. 전체 글로벌 게임시장 1521억 달러(약 191조 원) 중 모바일 게임시장의 규모만 685억 달러(약 86조 원)로 전체 게임시장의 45%에 달했다. PC와 콘솔은 각각 23%, 32%에 그쳤다. 

    물론, 한국인 게임 이용자들은 더 열심히 게임을 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전문 기업 앱애니의 ‘2020 모바일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인당 평균 수익 세계 1위를 달성했다. 그만큼 모바일 게임에 많은 돈을 쓰고 있는 셈. 

    하지만 업계에서는 모바일 게임 이용자와 PC 게임 이용자가 다르다고 본다. 일단 성별이 다르다. PC 게임이나 콘솔 게임은 주 소비자층이 남성이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에서는 여성 소비자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집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남성의 주당 평균 모바일 게임 이용 시간은 98분, 여성은 104분이었다. 

    특히 고령 여성의 약진이 돋보였다. 모바일 게임 이용자가 가장 선호하는 장르는 퍼즐(41%·복수응답)로, 주요 이용자는 50대 이상이었다. 10대는 21.6%만 퍼즐 장르의 게임을 즐긴 반면, 50대는 56.4%, 60대 이상은 52.9%가 모바일 퍼즐 게임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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