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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차 반대했더니 ‘음성’ 사납금 뒤통수

공유차 잡는데 공동전선 편 택시기사, 사납금 굴레 벗지 못해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공유차 반대했더니 ‘음성’ 사납금 뒤통수

공유차 반대했더니 ‘음성’ 사납금 뒤통수
‘공유 자동차’라는 택시업계 공공의 적이 사라지자, 다시금 택시회사와 기사들 사이의 갈등에 불이 붙었다. 당초 택시회사와 기사들은 한 목소리로 ‘타다’ 등 공유 자동차 업체의 축출에 나섰다. 이들이 차를 빌려 택시와 비슷한 형식의 영업을 시작했기 때문. 지난해 10월 택시기사 김 모 씨는 “공유 자동차 같은 서비스가 택시업계를 좀 먹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택시기사들이 앞장서 공유자동차 업체의 진입을 막는 것을 의아하게 보는 시선이 있었다. 사납금을 내고 있는 법인 택시 기사들이 굳이 공유 자동차 업체의 진입을 막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법인 택시기사로 일하는 것보다 공유자동차 드라이버로 취업해 돈을 버는 편이 수입 면에서는 더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택시회사와 기사들은 일종의 거래를 했다. 택시기사가 공유자동차 업체의 시장 진출에 반대하는 대신 사납금 제도를 없애고 ‘전액 관리제’로 바꾸자고 한 것. 전액 관리제는 회사가 택시기사가 번 돈의 전액을 받아 월급과 성과급을 주는 제도다. 

이들의 공동 전선은 지난해 12월 ‘타다 금지법’이라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일단 성공했다. 전쟁이 끝난 뒤 전리품 분배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 올해 들어 서울 택시를 시작으로 전국의 택시 사납금 제도가 사라졌지만 택시기사들의 벌이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이유는 다양한 단서조항으로 유사 사납금 제도가 난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이가 나아지도록 돕겠다는 사측의 얘기에 공동 전선을 폈지만, 결과는 어떻게 돌아오고 있을까.


타다 제물로 전액관리제 도입

타다 등 공유자동차 업체는 렌터카 업체가 차량을 빌려주며 기사까지 알선하는 식으로 영업을 해 왔다. 하지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금과 같은 형태의 영업은 거의 불가능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관광 목적의 승객만 태우거나, 6시간 이상 자동차와 기사를 동시에 빌리는 손님을 항만이나 공항에서 만나야만 운영이 가능하다. 지금처럼 공유자동차 업체의 차량이 시내 곳곳을 누비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현재와 같은 방식의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카카오처럼 기존 택시업계와 계약을 맺고 가맹사업을 하거나 택시 면허를 사들여 운전자를 고용하는 지금의 택시회사와 같은 면모를 갖춰야 한다. 

공유자동차 업체와의 경쟁에서 승리했을 때 사측이 없애기로 약속했던 사납금 제도는 기사가 회사에 내는 일종의 자릿세 같은 개념이다. 택시 기사들은 운행 중 벌어들인 매일 수익의 일부를 회사에 낸다. 월 단위로 따지면 약 300만 원 가량. 이를 사납금이라 부른다. 승객을 많이 태울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지만, 하루 10만~15만 원의 사납금을 내는 것이 부담이었다. 사납금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해당 비용을 월급에서 공제했다. 



이 때문에 1994년부터 택시노동조합은 이 제도를 없애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택시기사 양모(62)씨는 “20~30분 거리 손님을 태우면 편도 1만원이 조금 넘는다. 이렇게 13~14건을 해야 겨우 하루 치 사납금을 번다. 월급이 200만 원 가량인데 사납금보다 많이 태워야 겨우 가족이 입에 풀칠할 정도의 돈을 번다”고 밝혔다. 

약속만을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법 개정안을 통해 양측은 사납금을 주고받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전액관리제. 회사가 번 돈을 전부 모은 뒤, 성과 등에 맞춰 다시 기사에게 나눠 주는 방식이다. 이 성과를 제대로 기록하기 위해 운행정보관리시스템(TIMS)을 도입. 제도의 정착을 도모할 예정이다. 사납금 징수가 적발되면 1회는 500만원, 2회 위반 시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3회 이상 위반 시에는 과태료에 회사 내 차량을 줄이는 감차 명령까지 내려온다. 이때부터는 사납금을 낸 기사도 50만원의 과태료를 낸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

하지만 현장에서는 개정된 법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올해 1월 전국 법인택시회사 가운데 약 10% 가량만 전액관리제를 반영한 임금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90%는 여전히 사납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전액 관리제도 제대로 이행되지 아닐 확률이 높다. 최근 택시업계에 따르면 일부 택시회사가 수입 감소를 우려, 유사 사납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의 몇 업체는 ‘월 기준 운송 수입금’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는 일종의 사납금으로 기사는 매달 일정 비용을 회사에 내야 한다. 이를 내지 못하면 해당 액수만큼 월급에서 공제한다. 

물론 월급 중 기본급에서 공제를 하는 것은 불법이므로 성과급이나 승무 수당 등 다른 보조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식이다. 더구나 이 수입금이 기존 사납금보다 많은 경우도 있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서울 지역 법인택시 기사 1명당 일 평균 사납금은 13만 8000원. 한 달에 26일을 출근한다고 가정하면 매달 약 350만 원 꼴이다. 여기에 법인택시 기사가 한 달에 벌어들이는 총 매출의 평균액은 약 480만원. 여기에 평균 월급이 약 120만 원가량이니, 택시기사의 월수입은 보통 250만원 남짓이다. 

한편 월 기준 운송 수입금을 도입하면 택시기사는 월 410만 원가량을 회사에 내야 한다. 물론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급인 월급도 올라 월 평균 190만 원가량이다. 월 평균 매출액이 그대로라는 가정 하에. 매달 기사들이 벌어갈 수 있는 월급은 약 260만원 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버는 돈은 이 보다 적을 확률이 높다. 사납금 제도에서와는 성과급 책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월 기준 운송 수입금도 일단은 전액관리체제를 기반에 두고 있다. 때문에 매출액이 일단 회사로 모인 뒤, 다시 나눈다. 이 과정에서 추가 이득분을 회사와 기사가 일정 비율을 두고 나누게 된다. 이전 사납금 제도에서는 추가 수익을 전부 기사가 가져갔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사납금에 대한 의견도 기사마다 달랐다. 지난해 12월 전국택시산업노조 부산본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가 사납금 제도 유지를 원했다. 택시업체들이 내놓는 전액관리제 급여 계산법을 보니 기사 수입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택시 운전만 6년째인 이모(54)씨도 “열심히 일하는 기사들은 돈을 덜 벌고, 제대로 일하지 않던 기사들만 수익이 오르는 방식이다. 회사와 기사가 돈을 나누는 방식을 새로 정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기사끼리 돈을 나누는 방식을 정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택시기사들이 앞장 서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 하나를 사라지게 한 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돈 덜 벌어도 마음편한 택시가 낫다

다른 한편 공유자동차 업계의 기사(드라이버)는 월 평균 315만원이 수익을 올렸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는 2019년 10월 서비스 1년 기념행사에서 해당 지표를 공개했다. 타다의 모범택시인 ‘타다 프리미엄’에서는 최고 월 78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기사도 있었다. 타다 프리미엄의 월평균 매출액은 약 450만 원(하루 12건씩 25일 운행). 같은 기준으로 평균 매출액을 산출하면 개인택시는 월 350만 원이다. 타다 프리미엄의 기본요금이 일반 택시에 비해 1200원 가량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출 건수는 계속 늘어 출시 3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총 매출은 4배가량 올랐다. 

공유자동차 업계의 수입이 상대적으로 더 좋지만 택시기사들은 선뜻 공유 자동차 업계로 이직을 꿈꾸지 못했다. 택시기사 정모(57)씨는 “카카오 (택시)가 처음 들어왔을 때도 적응하느라 한참 걸렸다. (공유자동차 업체의) 프로그램은 더 복잡하다던데, 돈 조금 덜 벌어도, 몸과 마음이 편한 택시가 낫다”고 밝혔다. 

조합에 소속된 처지라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사업은 타다 프리미엄으로 이직한 개인 택시기사들을 조합에서 제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기사들이 공유자동차 업체에 대해 잘 모른다. 때문에 여전히 급여를 덜 받는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이 뒤에는 택시 회사와 개인택시 조합이 있다. 이들의 이야기만 듣고 공유자동차 업체의 수익 구조를 오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며 택시기사들의 인식이 굳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주간동아 2020.02.07 1225호 (p22~2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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