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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경쟁 불붙었지만 소득세는 깜깜

연간 78% 빠른 성장, 대행업체 조세 못 미치는 ‘tax haven’ 생겨나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9-08-05 08: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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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대행업체의 배달원(라이더)이 배달에 나서는 모습. [동아DB]

    배달대행업체의 배달원(라이더)이 배달에 나서는 모습. [동아DB]

    음식 배달만 해도 웬만한 직장인의 급여를 넘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1인 가구 증가로 배달 음식 수요가 늘었고, 그 수요가 정보기술(IT)을 통해 공급자에게 한 번에 전달된다. 수요가 많으니 건당 배달료를 받고 일하는 배달원(라이더)의 수입도 크게 증가했다. 전업 라이더로 나서면 매달 250만 원 이상 수익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 

    배달원보다 더 큰 수익을 올리는 곳은 배달대행 사업체다. 배달비의 70~80%가 배달원의 수입이 된다지만, 업체는 단순히 배달원과 가게를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20~30%의 수익을 가져간다. 게다가 유류비, 사고 등 비용도 없다시피 하니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온라인·모바일 음식 배달 서비스 거래액은 총 2조717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8% 성장했다. 업계는 올해 5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배달업체가 버는 만큼 세금을 내고 있지 않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 업체가 식당으로부터 현금으로 배달료를 받는 등 꼼수를 써 소득을 줄여 신고한다는 것. 배달대행업은 전산 기록에 남지만, 이 기록을 조세 당국이 열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배달대행업은 음식점-배달원과 거래한다. 과거 배달원은 식당이 고용한 배달직원이었으나, 지금은 배달대행업체와 식당이 계약을 맺는다. 식당에 배달 주문이 들어오면 그 즉시 업체가 배달대행 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파악해 라이더로 불리는 배달원을 보낸다. 식당은 보통 배달 건당 3000원가량 배달료를 낸다. 이 중 2500~2700원은 배달원이 가져가고 나머지 300~500원은 업체가 챙긴다. 여기서 70~80원은 건당 프로그램 사용료로 배달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든 회사가 가져간다.

    “배달료, 비용 처리가 안 돼요”

    라이더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배달 일감을 확인한다. [동아DB]

    라이더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배달 일감을 확인한다. [동아DB]

    앱에 전부 기록이 남아 이들의 매출을 정부가 파악하는 것은 쉬워 보인다. 하지만 일부 프로그램업체는 배달 내역 공개를 꺼린다. 한 관계자는 “다른 프로그램을 쓰겠다고 나서면 매출이 급감하기 때문에 배달대행업체의 눈치를 본다”고 설명했다. 



    배달대행업체의 매출 미공개로 가장 손해를 보는 곳은 식당이다. 식당은 배달료를 비용 처리하는 편이 유리하다. 자영업자는 매출이 아니라 수익에 따라 내야 할 소득세가 책정된다. 따라서 비용으로 인정되는 지출액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비용으로 인정받으려면 배달료를 받은 배달대행업체가 세금계산서로 이를 확인해주면 될 일이다. 하지만 일부 업체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물론 배달대행업체에게도 사정은 있다. 배달료가 3000원이라고 가정하면 일단 돈을 받은 배달대행업체가 내야 하는 부가가치세는 10%로 건당 300원이다. 그런데 수익도 300원씩 생기기에 세금 300원을 내면 수익이 사라진다. 이런 사정 때문에 식당에서는 배달료를 높여 10~20%를 더 줄 테니 세금계산서를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서울 광진구에서 배달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양모(43) 씨는 “사실상 배달대행업체에 건당 3300~3500원을 준다고 보면 된다. 우리(식당)는 어차피 비용 처리를 하면 연말정산에서 환급받으니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돈을 줘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세금계산서를 떼주지 않으려는 업체도 있다”고 밝혔다. 

    배달대행업체들은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면 라이더들이 손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라이더와 세금계산서는 일견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배달대행업체가 식당에 세금계산서를 주는 순간 라이더들의 수익도 전부 노출된다. 배달대행업체들은 “그동안 수익이 노출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던 라이더들이 소득 증빙을 반기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라이더들은 세금 문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고등학교 재학 중 이 업계에 뛰어들었다는 최모(19) 씨는 세금에 대해 묻자.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콜만 잘 받으면 서너 시간에 5만 원을 버는 날도 있다. 그렇지만 (오토바이) 리스비와 보험료로 빠지는 돈이 많다. 이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세금도 내야 한다면 이 일을 안 한다고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배달용 오토바이. 배달 박스에는 업체 이름이나 전화번호가 적힌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배달용 오토바이. 배달 박스에는 업체 이름이나 전화번호가 적힌 경우가 많다.

    이들이 말하는 보험료는 일반 근로자가 내는 4대 보험과는 성격이 다르다. 라이더는 대부분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한다. 택배 등 운송업에 종사하는 개인사업자와 특수고용근로자가 가입하는 보험으로, 오토바이는 사고 위험이 높아 연간 최고 보험료가 1800만 원에 육박한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오토바이 교통사고는 총 6만6250건, 사망자는 2037명이었다. 매일 180건의 오토바이 사고가 일어나고 1명이 목숨을 잃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1만5032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과거에도 오토바이 배달원들이 사고를 대비해 보험에 가입했다. 하지만 이제야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들의 신분이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수익이 잡히지 않는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에 가깝기 때문에 산업재해(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오토바이 배달원으로 일하는 이모(24) 씨는 “5년 전 식당 배달원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때는 급여가 적었어도 나중에 따로 내야 하는 돈은 없었다”고 말했다. 일단 가게에서 마련해놓은 오토바이를 쓰기 때문에 리스비를 낼 필요가 없었다.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 식당이라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었다. 자비로 고액의 유상운송보험을 들 필요가 없었던 것. 

    배달노동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오토바이를 빌리는 비용만 월 60만 원에 달한다. 라이더들을 만나본 결과 리스 비용은 대당 20만~25만 원 수준이었다. 리스 비용이 60만 원까지 오르는 것은 책임보험 때문이었다. 여기에 하루 유류비가 1만 원이라 가정하고, 기타 오토바이 유지 관리 비용을 계산하면 리스로 오토바이를 탈 경우 월 1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오토바이 배달에 뛰어든 임모(26) 씨는 “전업 라이더 중에는 리스를 선택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당장 오토바이 판매 센터에서 중고 씨티(저렴한 국산 배달용 오토바이)를 50만~60만 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라이더도 세금 내야 한다고요?

    배달원 등으로 구성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특수고용노동자들이 7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열린 총궐기 대회에 참석했다. [동아DB]

    배달원 등으로 구성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특수고용노동자들이 7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열린 총궐기 대회에 참석했다. [동아DB]

    라이더는 자신들의 소득 노출을 정말 원하지 않을까. 일부 라이더는 세금을 내더라도 신분이 확실해져 4대 보험 혜택을 받기를 선호한다. 세금을 내면 4대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씨는 “온라인에서 체험기만 보면 배달 일로 월 300만 원을 버는 것이 쉬워 보이지만 사실상 목숨 내놓고 하는 일이다. 배달 건당 2700~3000원을 받는데, 비용을 생각하면 시간당 3~4건은 처리해야 월 300만 원을 번다. 본인 소유의 오토바이가 없으면 이렇게 열심히 뛰어도 월 200만 원도 못 챙긴다”고 말했다. 

    7월 15일 라이더유니온은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 앞에서 ‘오토바이 배달원들의 배달보험료 현실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효승 삼정 손해사정사는 “사회초년생들이 배달업에 뛰어들어 사회에 진입했다 보험 지식이 없어 한 번의 사고로 형사 입건은 물론, 빚더미에 앉는 일이 생긴다. 적게 벌더라도 안전운행을 하겠다는 인식이 배달원과 소비자, 배달대행업체 사업주, 식당 등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세금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문 KNP 세무법인 대표세무사는 “월 소득이 200만 원 남짓이라면 배달원의 소득이 전면 공개되더라도 실제로 세금으로 내는 돈은 크지 않을 것이다. 세금을 내고 배달대행업체와 계약 조건을 고쳐 4대 보험에 가입하는 편이 배달원에게는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월 200만 원을 버는 직장인의 경우 4대 보험료와 소득세를 내고 나면 실수령액은 월 181만6670원. 배달원도 이런 근로 조건에서 일할 수 있다. 월 20만~30만 원 보험료를 내고도 사고가 나면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보다 낫다는 분석이 나온다.

    음성화 덕 보고 있는 일부 업체

    대형 배달대행업체 중에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배달원과 업체의 소득을 공개하는 곳도 있다. 배달대행업체 ‘부릉’ ‘생각대로’ 등은 이미 식당이 배달료를 낼 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정부에서 마음먹고 과세하겠다고 나서면, 대규모 탈세가 드러나 배달업 자체의 인식이 나빠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형업체는 소득 공개 등 사업 양성화를 원하는 곳이 많다”고 밝혔다. 

    문제는 각 지역 중소업체들. 규모는 작지만 업주들의 영향력은 큰 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라이더는 “내가 일하는 지역에도 사장님 한 분이 사무실 3개를 갖고 있다. 사실상 지역 배달망을 한 사람이 쥐고 있는 형태라 대형업체도 쉽게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세금 양성화를 위해 나섰다. 먼저 채찍보다 당근을 쓰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7월 21일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발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이 통과되면 배달대행업체는 부가가치세 감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배달대행업체가 내는 부가가치세가 없으니 세금계산서 발행을 피할 논리가 하나 줄어들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법이 통과된다면 중소 규모 대행업체도 세금계산서 발행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세금을 내고 있는 대형업체가 더 공격적으로 라이더나 판매 지역을 늘릴 것이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중소 규모 대행업체 역시 소득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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