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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한의 세상관심법

미세먼지가 ‘마음의 병’ 가져온다

미세먼지가 ‘마음의 병’ 가져온다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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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세먼지 때문에 온 국민이 불편을 겪고 심지어 고통까지 받고 있다. 뿌연 하늘이 우리 마음을 흐리게 만들고, 외출 후 목의 답답함이나 기침 등은 우리 몸을 병들게 한다. 미세먼지가 호흡기와 심혈관 계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더해 뇌졸중과 치매, 우울증까지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자 국민의 염려가 더 커졌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사람들이 외출을 꺼린다. 상점과 식당 영업이 잘 되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심해질수록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중국에 대한 혐오 감정도 고조되고 있다. 급기야 1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 해결은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국정과제”라며 “미세먼지 문제를 혹한이나 폭염처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미세먼지가 우리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너를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게 하다니, 미안해”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됐다. [뉴시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됐다. [뉴시스]

첫째, 미세먼지는 우리에게 건강염려증과 공포증을 유발한다. 건강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건강이 곧 행복이라는 등식에 대부분 동의한다. 특히 한 차례 심하게 아파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건강할 때가 행복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몸 어딘가가 아프거나 이상 신호가 느껴지면 병원을 찾는다. 진찰 결과 의사가 “다행히 큰 이상 소견은 없다. 증상을 완화하는 약을 처방하겠다”고 하면 환자는 대부분 안도한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그럴 리가 없다. 추가 검사를 해달라”는 반응을 보인다. 건강에 대한 염려가 지나친 나머지 심각한 병에 걸린 것처럼 불안해하며 병원을 찾아 이 검사, 저 검사를 받는 ‘건강염려증’ 환자다. 



건강에 대한 염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질병 발생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평소에도 건강 관리에 노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염려가 너무 크면 마음이 늘 불안하고 몸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날 과식으로 소화불량 증세가 나타나면 마치 위암에 걸린 것처럼 느낀다.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폐암에 걸릴까 봐 걱정한다.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 때문에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집 밖을 나갔다 오면 소독 수준으로 온몸을 씻고 입안을 헹군다. 가족에게 이러한 행동을 강요하기도 한다. 하루 종일 집 안 청소에 몰두하는 ‘청결강박증(결벽증)’ 증세도 동반되곤 한다. 

미세먼지는 이처럼 우리의 불안 수준을 끌어올려 건강염려증, 공포증, 강박장애 등을 야기하거나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미세먼지는 우리에게 죄책감을 심어준다. 특히 엄마들에게 그렇다. 아이와 공원 산책을 하거나 가벼운 운동 겸 놀이를 즐기려던 엄마들은 집 안에 머물거나 실내 놀이시설을 이용한다. 어릴 적 미세먼지 없는 공기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엄마들은 이제는 깨끗한 공기가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에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성적으로는 ‘내 잘못이 아니야’란 생각이 들지만, 곧 ‘하지만 우리 아이에게 정말 미안해. 집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해줄 수 없으니’라는 감정적 죄책감이 든다. 죄책감이 커지면 ‘너를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게 한 엄마, 아빠가 미안해’라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순간 애국심은 싹 사라지고 국가와 정부에 대한 원망이 커진다. 그래야 죄책감이 조금이라도 수그러들기 때문이다.


상대적 박탈감과 혐오 감정 부추겨

셋째, 미세먼지는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 미세먼지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부자는 값비싼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고 일정을 조절해 미세먼지를 피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매일 야외에서 작업해야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은 미세먼지에 더 많이 노출된다. 건강한 이는 미세먼지에 노출돼도 당장 눈에 보이는 피해를 입지 않지만 병약자, 노약자, 어린이, 임신부 등에게는 피해가 즉각적이거나 더러 치명적일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미세먼지에 의해 추가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세먼지는 피해의식과 적대감을 고취한다.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중국도 그중 하나다. 중국을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국가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피해의식이 아니라 ‘피해인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미세먼지 하나로 생긴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고구려 역사를 자신의 것으로 왜곡하고자 했던 나라, 세계 곳곳 여행지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위생적이지 않은 사람이 많은 나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우리 관광업계를 고사시킨 치사한 나라…. 여러 부정적 이미지가 겹치면서 중국에 대한 혐오 감정이 커진다. 

여기에 더해 한국이 중국에게 당당하게 항의하지 못하고, 국력에서 밀리며, 한국의 미세먼지는 한국 내 오염물질 배출 때문이라고 하니 얄미운 것에 얹어 굴욕감도 생겨난다. 노후화된 경유차, 석탄화력발전소, 노후 가정용 보일러 등도 혐오와 원망의 대상이 될 개연성이 있다. 

이웃 간에도 ‘당신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본다’는 피해의식이 생겨나 혐오의 감정과 배척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래저래 미세먼지는 국민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당부하고 싶다. 미세먼지를 정치적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 여야, 좌우, 빈부, 남녀, 노소 등을 초월해 범국가적으로 해결해야 국민의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다.






주간동아 2019.01.25 1174호 (p90~91)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psysoh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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