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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고성장, 세계 5위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인도

2023년 세계 최대 인구 전망… 갈수록 경제·군사 강대국 될 것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나 홀로 고성장, 세계 5위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인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제조업 강화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도 총리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제조업 강화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도 총리실]

‘코이누르’(Kohinoor: 페르시아어와 힌디어로 ‘빛의 산’이라는 뜻)는 105.6캐럿짜리 인도산 다이아몬드 이름이다. 1952년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 때 여왕의 어머니(Queen Mother)는 이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왕관을 쓴 채 딸의 즉위를 지켜봤다. 이 다이아몬드는 대영제국의 빛나는 영광을 보여주는 동시에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의 비극을 상징한다.

코이누르의 원 소유자는 인도 무굴제국이었다. 영국은 1858년 무굴제국을 멸망시키고 동인도회사를 앞세워 1876년까지 사실상 인도를 자국 땅으로 만들었다. 이후 영국은 1877년부터 1947년까지 인도를 공식적으로 식민지배했다. 당시 영국 국왕은 총독을 인도에 직접 보내 통치했다. 영국이 대영제국이 된 것은 인도라는 거대한 식민지에서 착취한 자원과 노동력 덕분이라는 말이 있다. 엘리자베스 2세가 9월 8일 96세를 일기로 서거하자, 인도에서는 코이누르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식민지배하던 영국 GDP 제쳐

인도는 최근 들어 세계 5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국내총생산(GDP) 수치와 올해 1분기 성장률, 환율을 토대로 자체 산정한 결과 1분기 인도의 명목 GDP가 8547억 달러(약 1175조6000억 원)를 기록하며 영국(8160억 달러·약 1122조4000억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이지만, 인도 GDP가 식민 종주국인 영국을 앞지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영국 GDP는 3조1880억 달러(약 4385조 원)로 세계 5위, 인도는 3조1780억 달러(약 4371조 원)로 세계 6위를 각각 차지했다. 인도는 올해 전체 GDP에서도 영국을 앞설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GDP 성장률이 1분기 0.8%, 2분기 -0.1%에 그쳐 경기침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반면 인도는 1분기 4.1%, 2분기 13.5%를 기록하는 등 고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은 올해 인도와 영국의 GDP를 각각 3조5350억 달러(약 4860조6250억 원), 3조3760억 달러(약 4642조 원)로 전망했다.

인도는 자국이 식민지배를 받았던 영국을 경제 규모에서 앞섰다는 소식에 국민은 물론, 정재계도 기쁨을 표시했다.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은 “인도가 독립하면 혼란에 빠질 것이라던 우려가 사라졌다”며 “독립을 위해 싸운 모든 인도인이 기뻐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집권 여당 인도국민당(BJP)의 삼비트 파트라 대변인은 “우리를 지배했던 자들이 이제 경제에서 우리보다 열세”라고 강조했다. 인도 민간은행 코타크마힌드라은행의 우다이 코타크 최고경영자(CEO)는 “인도가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 경제대국이 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인도 국영은행 SBI는 자국의 GDP 규모가 2027년에는 독일, 2029년에는 일본을 차례로 제치고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경제대국에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만큼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고 볼 수 있다. 세계 경제에서 인도 GDP 비중도 현재 3.5%에서 2027년이면 4%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만 해도 인도 GDP가 한국보다 낮은 세계 13위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14억 인구가 지탱하는 내수 소비

인도 최대 자동차 회사 타타 모터스의 공장에서 자동차가 자동으로 조립되고 있다. [타타 모터스]

인도 최대 자동차 회사 타타 모터스의 공장에서 자동차가 자동으로 조립되고 있다. [타타 모터스]

실제로 인도는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나 홀로 고성장하고 있다. IMF가 전망한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은 7.4%다. 이는 세계 경제성장률(3.2%)은 물론, 미국(2.3%)을 비롯한 중국(3.3%), 유럽연합(2.6%) 등 주요국 전망치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성장세다. 게다가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가 폭등 등 대외 변수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고 있다. 인도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71%로 미국(8.5%), 영국(10.1%), 유로존(8.9%)에 비해 안정적인 편이다.



그렇다면 인도가 고성장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인구 14억 명이 지탱하는 튼튼한 내수 소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투자가 전년 대비 20.1% 증가했고, 소비는 25.9%나 급증했다. 유엔 경제사회국이 7월 발표한 ‘2022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인도 인구는 14억1200만 명으로 중국(14억2600만 명)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리고 2023년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유엔 전망보다 4년 앞당겨진 것이다. 유엔은 2019년 인도가 세계 최대 인구대국이 되는 시점을 2027년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인도 인구가 2023년 처음으로 중국 인구를 역전한 뒤 2050년까지 격차를 더 벌릴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은 2050년 인도 인구는 16억6800만 명까지 늘어나는 반면, 중국 인구는 13억1700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는 앞으로 이런 거대한 인구에 기반한 내수 소비를 중심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인도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인도는 328만㎢(한반도의 15배)나 되는 세계 7위의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다. 특히 2020년 기준으로 인도의 전체 인구 중 0~14세가 26.16%나 된다. 또 15~64세(생산가능인구)는 67.27%이고, 65세 이상은 6.57%다. 평균 연령은 29세이며, 경제활동의 중심인 25~49세의 비중은 2010년 34.1%에서 2025년 37.3%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풍부한 노동력과 저렴한 인건비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을 대체할 제조업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인도가 거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 경제의 새로운 엔진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인도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21~2022 회계연도(매월 4월 시작)의 FDI 금액이 835억7000만 달러(약 105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FDI는 주식·채권 등 금융투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현지에 공장을 짓거나 생산설비, 기술 제휴 등에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인도의 FDI 규모는 2018∼2019년 620억 달러(약 85조2810억 원), 2019∼2020년 743억9000만 달러(약 102조3234억 원), 2020∼2021년 819억7000만 달러(약 112조7497억 원)를 각각 기록했다. 인도산업협회는 자국에 대한 FDI는 2025년까지 연간 1200억~16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는 이제 ‘질주하는 코끼리’

인도 청년들이 구직을 위해 이력서를 쓰고 있다. [PTI]

인도 청년들이 구직을 위해 이력서를 쓰고 있다. [PTI]

인도가 이처럼 잘나가는 또 다른 이유는 미·중 패권전쟁 때문이다. 1980~1990년대 소련을 견제하려고 중국을 키웠던 미국이 2020년대에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도를 지원하고 있다. 인도의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은 데는 러시아산 석유 수입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미국은 이러한 인도에 아무런 제재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인도 정부는 최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남부 코친조선소에서 자체 건조한 첫 항공모함 비크란트함의 취역식을 가졌다. 이로써 인도는 미국, 러시아, 영국, 중국, 프랑스에 이어 자국산 항공모함을 보유한 여섯 번째 국가가 됐다. 비크란트는 산스크리트어로 ‘용감한’이라는 뜻이다. 이 항모는 배수량 4만5000t급으로 폭 62m, 길이 262m에 달한다. 순항 속도는 최대 28노트(시속 52㎞)까지 낼 수 있으며, 최대 항속거리는 7500해리(1만389㎞)다. 건조비는 2000억 루피(약 3조4780억 원)가 들었다. 비크란트함은 인도가 보유한 두 번째 항모다. 인도 정부는 앞으로 2030년대 취역을 목표로 자국 기술로 배수량 6만5000t급 항모를 건조할 계획이다. 인도 해군은 인도양과 벵골만에 항모를 각각 1척씩 배치하고 나머지 1척은 예비용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인도 측 의도는 중국의 인도양 진출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인도의 항모 건조는 강력한 경제력 덕분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도가 경제와 군사 분야에서 갈수록 강대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디 총리는 “앞으로 25년 내 인도가 선진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정보기술(IT)과 의약, 우주과학, 원자력 분야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면서 “앞으로 제조업 분야에서도 더욱 발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인도는 흔히 ‘코끼리의 나라’로 불린다. 코끼리 3만 마리가 서식하기 때문이다. 지구촌에서 가장 거대한 포유류인 코끼리는 몸집 때문에 느릿느릿 걸어 다닌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국제사회는 인도를 ‘느린 코끼리’에 비유해왔다. 하지만 인도는 이제 더는 느린 코끼리가 아니다. ‘질주하는 코끼리’가 된 인도가 중국을 대체하는 세계 경제의 신형 엔진이 될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1356호 (p50~53)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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