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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배분 투자 전문가’ 김성일의 인플레이션 헤지하는 ETF 투자법

K-올웨더 포트폴리오 전략, 올해 MDD 4.9%

  •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자산배분 투자 전문가’ 김성일의 인플레이션 헤지하는 ETF 투자법



미국의 인플레이션 확대로 국내외 증시가 6개월째 조정을 맞고 있다. 높은 물가 탓에 미국 기준금리가 0.75%p 자이언트 스텝을 밟게 되자 경기침체 이슈까지 번지면서 코스피와 미국 나스닥 지수가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본격적인 약세장 진입으로 그동안 개별 종목에 주로 투자하던 일반투자자는 ETF(상장지수펀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내가 죽으면 재산의 90%는 S&P500 인덱스펀드에, 나머지 10%는 미국국채에 투자하라.”

투자 현인 워런 버핏이 작성한 유서 중 한 대목이다. 투자에 대해 잘 모르는 아내를 위한 조언으로, 일반투자자가 인덱스펀드 이상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 고액 자산가일수록 코스피, 나스닥, S&P500 등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월 2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투자업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이하 브리지워터)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하고 인플레이션이 통제되면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고, 경제 작동 원리와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통제되더라도 당분간 경제가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자산배분 투자 전문가로 이름이 높은 김성일 씨는 “이런 상황에서 자산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수익도 내고자 한다면 다양한 자산을 추종하는 ETF에 분산투자하라”고 조언한다.



‘ETF 처음공부’ 저자이자 자산배분 투자 전문가로 일컬어지는 김성일 씨. [지호영 기자]

‘ETF 처음공부’ 저자이자 자산배분 투자 전문가로 일컬어지는 김성일 씨. [지호영 기자]

인플레이션 이상 투자수익 내야

인플레이션에 따른 약세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런 장에서도 투자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뭔가.

“물가가 오른 만큼 돈 가치는 떨어지므로 투자로 인플레이션 이상 수익을 내야 한다. 예금금리가 2%대, 인플레이션이 8%대라고 치자. 그렇다면 예금금리 2%에서 인플레이션 8% 정도를 뺀 수치가 실질금리가 된다. 현재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남유럽 사태, 2016년 미국 금리인상 시기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였다. 그 때는 예금하면 곧 돈을 잃는 거였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약세장에서는 투자로 플러스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시장은 항상 오름내림이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런 시장 변화를 생각지 않고 막연히 오르기만을 바란다. 투자할 때는 이런 시장 움직임을 예측해 마켓 타이밍을 결정해야 하는데, 문제는 마켓 타이밍을 맞히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가 약세장인 건 확실하지만 앞으로 시장이 더 하락할지, 상승할지 전망하기 쉽지 않다. 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맞힐 수 없기 때문에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투자가 필요한 거다.”

어떤 방식으로 자산을 배분해야 할까.

“현재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하고 있다면 너무 힘든 시기다. 반면 원유나 달러에 투자했다면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금융 투자에는 주식, 채권, 원자재, 부동산, 금, 달러 등 다양한 시장이 있다. 이들 중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에 돈을 나눠 투자해야 한다. 약세장이라는 말은 주식이 많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다른 자산군으로 시야를 넓히면 다르게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TF는 이런 자산군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도구다.”

최근 ETF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ETF 종류도 다양해졌다.

“ETF는 전 세계적으로 8000개 이상 상장돼 있다. 미국 시장은 약 2800개, 한국 시장은 600개가 조금 안 된다.”

생각보다 ETF 종류가 많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ETF보다 액티브펀드(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펀드매니저가 운용전략을 펴는 펀드)가 인기 있었다. 그런데 액티브펀드 시장을 분석해보니, 액티브펀드가 지수보다 수익이 높은 경우가 많지 않았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상위 200개 액티브펀드 중 10년 후 지수를 이긴 펀드는 4개뿐이었다. 이런 이유로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가 다양하게 출시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는 실시간으로 매매가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한국은 2002년 ETF가 처음 상장됐는데, 이후 20년 동안 시장이 굉장히 커졌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액티브펀드 투자에 실패한 투자자들이 ETF로 많이 갈아타기도 했다.”

주식, 채권, 현금성 자산 ETF에 분산투자해라

처음 ETF에 투자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건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은 꼭 챙겨야 한다는 점이다. 그다음 장기적인 물가상승을 이기는 투자법을 생각해봐야 한다. 경제학자 다수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면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자산으로 주식을 꼽는다. 따라서 투자금 일부는 증시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주식 변동성을 커버할 수 있는 채권 ETF에 투자하면 좋다. 통상 주가가 떨어질 때 채권이 상승하므로 주가가 폭락해도 전체 수익률은 많이 안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주가가 많이 떨어졌을 때 올라간 채권을 팔아 주식을 싸게 살 수도 있다.”

올해 상반기는 주식과 국채 가격이 함께 떨어졌는데.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리스크를 막으려면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현금성 자산은 현금이랑 비슷하게 유동성이 높지만 시장 금리 수준의 이자를 챙길 수 있는 단기 국채 ETF가 대표적이다. 결론적으로 증시 추종 ETF, 채권 ETF, 현금성 자산 ETF에 투자금의 3분의 1 정도씩 나눠 투자하는 게 좋다.”

올웨더 전략과 비슷한 투자법인 듯하다.

“맞다. ‘올웨더(All Weather)’란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가 운용하는 펀드 중 하나로, 경제의 모든 계절과 상황을 잘 견뎌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라는 의미다. 브리지워터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미국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블룸버그 마켓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뽑히기도 했다. 그가 만든 올웨더 역시 장기간 꾸준한 수익과 운용 자금 규모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구체적인 올웨더 전략은 무엇인가.

“브리지워터 측에서 올웨더 자산배분 비율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다양한 자료를 분석해보면 편입 비중과 자산군 산출이 가능하다. 우선 내가 분석한 첫 번째 올웨더 전략은 미국 전체 주식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ETF(VTI) 18.75%, 미국 장기국채 ETF(TLT) 25%, 미국 물가연동채권 ETF(TIP) 20.84%, 미국 회사채 ETF(VCLT) 6.25%, 신흥국 채권 ETF(EMLC) 14.58%, 원자재 ETF(DBC) 7.29%, 금 ETF(IAU) 7.29%를 투자하는 거다. 두 번째 올웨더 전략은 달리오가 경제서적 ‘Money(머니)’에 공개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투자 비율에서 유추할 수 있다. 이 전략은 미국주식(VTI) 30%, 미국 장기국채(TLT) 40%, 미국 중기국채(IEF) 15%, 원자재(DBC) 7.5%, 금(IAU) 7.5%로 투자한다.”

올웨더 전략은 미국 시장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데, 한국 투자자에게도 적합한가.

“그래서 나는 한국 투자자에게 적합한 K-올웨더 전략을 개발했다.”


ETF 상장폐지돼도 잔고는 그대로

K-올웨더는 어떤 투자 전략인가.

“미국주식, 한국주식, 금, 한국국채, 미국국채, 현금성 자산 6가지 ETF에 투자금의 6분의 1 정도씩 투자하는 전략이다(표 참조). 이렇게 나눈 이유는 자산 분산, 지역 분산, 통화 분산을 위해서다. 이런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낮추고 수익은 높일 수 있다. 기존 올웨더 전략과 가장 큰 차이점은 환노출이 돼 있다는 것이다.”

백테스트 결과 연평균수익률과 MDD(고점 대비 최대 손실폭)는 어떻게 되나.

“2000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백테스트한 결과 K-올웨더 연평균수익률은 7.3%였다. 브리지워터 올웨더의 연평균수익률은 5.5~5.7%로 나타났다. MDD는 K-올웨더 8%, 브리지워터 올웨더 14~22% 정도다.”

올해 백테스트 결과도 궁금하다.

“2021년 12월 31일부터 2022년 5월 31일까지 백테스터한 결과 K-올웨더 기간수익률은 -4.9%, 브리지워터 올웨더는 -11.5~-12.2%로 나타났다. MDD는 K-올웨더 4.9%, 기존 올웨더는 11.5~12.2%다.”

올해 증시 하락 정도를 고려하면 K-올웨더 수익률이 좋다고 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충분히 헤지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

“주위 투자자들을 보면 평균 기대수익률이 20~30%다. 하지만 냉정하게 팩트 체크를 해보면 기대수익률은 10% 안쪽이다. 투자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최근 연평균수익률도 20%가 되지 않는다. 7%라는 수익은 결코 나쁘지 않다. 특히 요즘 같은 약세장에서 MDD가 한 자릿수라는 점은 의미가 크다.”

리밸런싱 주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리밸런싱하면 적당하다.”

그렇다면 언제 올웨더 투자를 시작하면 현명할까.

“투자 방법마다 투자 시작 시기가 다른데, 보통 자산배분 투자는 바로 시작하는 편이 낫다. 자산배분 투자의 목적은 자산을 장기적으로 우상향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재 주식과 채권이 너무 싸니 지금도 시작하기 괜찮은 시기다.”

최근 지수가 하락하면서 ETF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혹시 ETF도 상장폐지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투자자가 많은데.

“추적오차(ETF 수익률이 기초지수 수익률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나 괴리율(ETF가 추종하는 지수의 실제 가치 대비 ETF 가격 간 차이)이 커져 ETF 운용을 잘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거래소에서 상장폐지할 수 있다. ETF 운용 자금이 50억 원 이하일 때도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ETF 상장폐지는 주식 상장폐지처럼 투자금을 전부 날리는 것이 아니다. ETF 상장폐지는 운용 종료를 뜻한다. ETF 안에 주식들이 매수된 상태라 이 주식들을 팔고 남은 잔고를 그대로 통장에 입금해준다. 다만 상장폐지되면 일정 기간 매매가 불가능하다는 불편함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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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45호 (p10~12)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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