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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부족 드러낸 교육부의 코로나 학력 격차 해소 정책

8000억 예산에도 집행 기간 짧아 일선 학교 혼란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준비 부족 드러낸 교육부의 코로나 학력 격차 해소 정책

지난해 12월 부산 남구 한 초교 교실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동아DB]

지난해 12월 부산 남구 한 초교 교실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동아DB]

지난해 2학기 A 초등교사는 교육청으로부터 갑자기 내려온 ‘기초학력 예산’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커진 학생 간 기초학력 격차를 해소하라는 취지의 예산이었다. A 교사는 방학이 2~3개월 남은 시점에 학생의 학업 능력을 끌어올릴 묘안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고민 끝에 오랫동안 비대면 수업을 한 학생들의 사회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보드게임을 구입해 교실에 비치했다”며 “학생을 위한 예산이야 언제든 환영이지만 교사 의견을 청취해 좀 더 계획적으로 예산을 집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8000억 원 들여 기초학력 보장

지난해 7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7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가 ‘역대급’ 예산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학력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나섰지만 준비가 부족한 탓에 일선 학교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교사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성급한 예산 편성으로 뚜렷한 용처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교육부 예산은 89조6251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교부하는 예산(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59조6000억 원에 달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6조4000억 원을 마련했다.

 교육당국의 화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교육 위기 극복이다. 지난해 7월 29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2022년까지 중앙정부 예산 8000억 원을 들여 초중고교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것이 뼈대다. △교과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습 도움닫기 프로그램’ △교대·사범대생이 학생을 지도·지원하는 ‘예비교원 튜터링’ △‘두드림학교’(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위한 교내 지원팀) 등 기초학력 향상 프로그램 운영이 주요 정책이다.

문제는 늘어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2학기 교육회복 관련 예산이 각급 학교에 내려온 시점은 9~10월이다. 방학까지 3개월 남은 시점에 예산을 집행할 항목 및 대상을 정해야 했다. B 중등교사는 당시 교육회복 지원사업비 운용을 두고 “예산을 집행할 기간 자체가 짧아 일선 학교에 혼란이 적잖았다”며 “교사와 학생의 코로나19 확진이 잦아 원활한 대면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교사가 당장 교육회복이라는 목적에 맞는 용처를 찾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조사에 따르면 △기초학력 사업 수요가 없음에도 예산을 배당받거나 △책을 구입해 비치할 공간이 없는 소규모 학교에 도서 구매비가 많이 교부돼 골치를 썩이는 등 교육 현장 수요와 괴리된 지원이 적잖았다. 정수경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올해부터는 교과 보충, 사회성 함양 학습 등에 필요한 예산을 지난해보다 체계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학급 과밀화 해소, 교사의 과중한 행정업무 부담 완화 등 근본적 해결책이 선행돼야 학력 격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온오프라인 수업 병행, 학생의 출결 관리 등 교사 업무가 과중해진 상황에서 학력 격차를 효과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며 “교육·행정업무 등이 담임교사 중심으로 이뤄지는 교육 현장 현실을 반영한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부모한테 현금 준다고 학력 격차 해소되나”

‘교육회복 종합방안’에서 핵심인 ‘학습 도움닫기 프로그램’ 운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학부모가 자녀의 교내 추가 학습 참여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B 교사는 “학부모가 자녀 추가 학습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칫 부진아로 낙인찍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할까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라면서 “학업을 돕는 취지라고 설명해도 차라리 학원에 보내겠다며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적잖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교육 격차가 더 심화되고 있다.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전국 교원 1만8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중등 원격교육 실태 조사’에 따르면 “원격수업으로 학생 간 학습 수준 차이가 심화됐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4.5%가 “그렇다”(그렇다 44.6%+매우 그렇다 9.9%)고 답했다. 특히 교사들은 중하위권 학생의 성취도 저하를 우려했다. 중위권과 하위권 학생의 학업 수준이 낮아졌다고 응답한 교사는 각각 60.9%와 77.9%에 달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묻지 마 식 예산 지원이 아닌, 교육 격차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교육회복 사업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예산을 집행하기 전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정책을 어떻게 수용할지 면밀히 살피지 않은 점은 한계로 보인다”며 “일부 시도교육청의 선심성 현금 지원으로 학력 격차를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6일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1년 경기·인천·부산 등 11개 시도교육청이 ‘교육재난지원금’ 등 명목으로 4742억 원 규모의 현금 및 상품권을 학생 483만 명에게 지급했다. 교총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더 심해진 학력 격차는 그야말로 교육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학부모야 당장 현금을 받아 살림에 보탬이 될지 몰라도, 자녀가 학업 능력을 높이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을 지낸 김경회 명지대 교육대학원 석좌교수는 “교육회복 종합방안 예산을 살펴보면 ‘사회성 결손 회복’ 등 학력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부분이 적잖다”며 “시험, 숙제, 훈육 없는 현 정부의 3무(無) 교육정책이 코로나19 사태와 결합해 학력 격차를 더 심화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3월 결산 전이라 아직 구체적인 예산 사용 내역을 확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지난해 2학기 초반 잠시 혼란이 있었으나 각 시도교육청, 학교별로 다양한 유형의 사업을 통해 예산을 적절히 활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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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23호 (p54~55)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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