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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통 3000만 원이 5억 원으로… 시총 톱 5에 장기투자했어요”

욜로’ 생활 즐기던 삼성전자 출신 한주주가 파이어족 된 사연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마통 3000만 원이 5억 원으로… 시총 톱 5에 장기투자했어요”





“신용카드 비용은 참 이상했다. 문자메시지에 찍힌 카드 내역을 봐도 어디에 썼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도시락 9000원, ◯◯카페 1만6000원, ◯◯편의점 4800원, ◯◯약국 5만1000원… 합계 370만 원. 카드 값을 보고 그럴 리가 없다며 하나하나 세부 항목을 들춰보면 놀랍게도 다 내가 썼다.”(‘월급쟁이의 첫 돈 공부’ 중에서)

분명 남의 이야기인데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 월급은 암호화폐요, 특정 날짜에 카드사에 넘겨줄 뿐이라면, 소비 습관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 ‘월급쟁이의 첫 돈 공부’의 저자 한주주(필명) 씨는 자타공인 ‘영끌족’ ‘욜로족’이었다. 마이너스통장 한도 3000만 원을 꽉꽉 채워가며 소비를 즐기다 어느 순간 정신 차리고 주식투자를 시작해 5억 원을 모았다. 급기야 ‘파이어족’(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사람들)이 되기까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첫 직장이 삼성전자였네요. 입사하자마자 29세에 빚 3000만 원이 생겼다고요.

“입사자 커뮤니티에 ‘삼성전자에 합격하면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마통)을 만들 수 있다’는 정보가 돌았어요. ‘입사하면 시간이 없으니 여행도 미리 가야 한다. 일단 마통으로 당겨쓰고 입사해 갚으라’ 하더라고요. 솔깃했죠. 은행에 가서 바로 마통을 만들었어요. 갑자기 3000만 원이 생겼다는 생각에 영혼을 끌어다 소비를 시작했죠.”



주로 뭐에 돈을 썼나요.

“한 번도 돈을 써보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백화점 명품 쇼핑을 하고 이런 건 어려워요. 처음에는 아웃렛에서 예쁜 옷을 샀고 피부과도 다녔어요. 한창 유행하던 압구정 브런치를 즐기거나 와인을 마시고 호캉스를 하며 소확행을 즐겼죠. 입사 후에는 밤 10시, 11시까지 일하다 보니 ‘힘든 나를 위해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하는 생각으로 보복 소비를 즐겼고요. 월급이 200만 원 중후반대였는데 매달 신용카드로 300만~400만 원씩 썼어요.”

‘욜로’를 즐기다 ‘현타’가 온 시점은 언제였나요.

“입사 후 3년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소비했어요. 그러다 휴대전화 요금이 결제 계좌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죠. 휴대전화 요금이 많아야 10만 원 미만인데, 그게 없다고? 충격이었어요. 우아해지고 싶어 소비를 시작했는데 우아해지기는커녕 마음 졸이는 상황에 놓인 거죠. 이후에는 카드 값 연체를 고민해야 했고, 줄줄이 갚아야 할 돈이 남아 있었어요. 그때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죠.”

‘이건 아니다’ 생각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뭐였나요.

“일단 빨리 돈을 모아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선(先)저축-후(後)소비’를 결심했죠. 은행에 가서 월 90만 원짜리 적금에 가입했어요. 빚 3000만 원이 있는 상태로 적금을 든다니까 은행 직원이 의아해하더라고요. 결국 몇 개월 안 돼 해지했어요. 빚이 있는 상태에서 생활비도 나가야 하니 적금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일단 빚부터 갚기로 했죠.”

‘월급쟁이의 첫 돈 공부’ 저자 한주주. [조영철 기자]

‘월급쟁이의 첫 돈 공부’ 저자 한주주. [조영철 기자]

TV·SNS 끊고 빚 갚기 올인

3000만 원을 다 갚는 데 얼마나 걸렸나요.

“1년가량 걸렸는데, 거의 숨만 쉬고 살았어요. 당시 마통 연이율이 7%였고, 낮은 걸로 갈아타도 5%였어요. 월급은 물론이고 보너스, 명절 상여금, 야근 수당을 전부 빚 갚는 데 썼죠. 주말 특근도 불사했고요. 건강이 나빠지긴 했는데, 그나마 젊어서 버틴 것 같아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TV를 멀리하고 좋은 소비 습관을 만들고자 애썼어요. 빚 갚기는 최대한 짧고 굵게 하는 걸 추천해요. 기간이 늘어지면 몸도 마음도 지치거든요.”

빚 청산 후에도 돈을 계속 모았다. 예금 풍차를 돌리고, 투자책을 보고 강의를 들으면서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5000만 원쯤 모았을 때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좌충우돌하기도 했지만 해외주식 투자로 차근차근 시드머니를 불려나갔다.

2015년부터 해외주식을 시작했는데 어떤 식으로 했나요.

“중국 상하이시장 우량 종목에 투자했어요. 2000만 원을 투자해 중국 우량 종목 20개 정도를 포트폴리오에 담았는데 그때가 사상 최고점이었어요. 투자하자마자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죠. 하루에 30%까지 빠졌어요. 그 후 몇 번의 서킷브레이커가 올 정도로 심각한 폭락장이 이어졌는데 계속 ‘물타기’를 했어요. 바닥없이 계속 내려가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얼마나 아끼고 모아서 투자한 건데…’ 하는 마음에 자괴감이 들었죠. 2~3개월 주식 창을 아예 보지 않고 빠져나올 타이밍만 살폈어요. 다행히 익절하긴 했는데, 그 일을 계기로 당시 쥐고 있던 주식을 전부 팔았어요. 분산투자의 한계를 느꼈거든요.”

어떤 한계 말인가요.

“20개 종목에 분산투자하면 반드시 이상한 애들이 몇 개 포함되기 마련이거든요. 거기 신경 쓰다 보면 마음마저 분산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주식을 한 번 싹 정리한 뒤에는 해외 빅테크 기업 1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어요. 당시에는 텐센트에 투자했어요. 주식이 오르든 내리든 매달 꾸준히 사서 모았는데 그때 ‘자산의 순풍’을 타게 됐죠. 분산투자를 강조하는 분이 많은데, 자산이 엄청 많으면 모를까 바구니에 담을 달걀이 얼마 안 되는 월급쟁이는 1개 종목에 집중해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해외주식, 국내주식 보유 비중은 어떻게 되나요.

“해외주식만 갖고 있어요. 시가총액 톱 5 안에서만 투자하죠. 애플과 아마존, 테슬라 비중이 높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주식도 갖고 있어요. 해외주식에 집중한 이유는 원화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에요. 미국 어학연수 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에서 보내온 생활비가 환율 때문에 절반으로 줄어드는 경험을 했거든요. 국내주식과 달리 해외주식은 큰 이슈가 아니면 뉴스로 접하기 쉽지 않아 ‘거리두기’가 가능한 것도 저에겐 장점이었어요. 뉴스를 너무 열심히 챙겨 보면 일희일비하게 되고 조급해지더라고요.”

그는 2020년 10월, 10년 넘게 다닌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자유인’이 됐다. 요즘 직장인의 로망인 파이어족이 된 것이다. 그는 “일과 동료가 좋긴 했지만, 쳇바퀴 도는 삶에 의문이 들었고 자산을 정리하며 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일부 지인은 그에게 “퇴사를 결심하기에 5억 원은 너무 적은 것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그는 “경제적 자유의 기준이 남보다 낮은 편”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시총 톱 5 종목 장기투자

“10억, 20억 원을 모으면 퇴사한다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제 기준은 명확했어요. 실거주가 가능한 내 집 1채, 2~3년가량 손대지 않아도 될 5억 원, 2년치 생활비 5000만~6000만 원이 있을 것. 집은 입지가 괜찮으면 좋지만 꼭 그럴 필요 없고 서울일 이유도 없었어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니 선택하면 될 것 같아요. 남들 따라갈 필요 없어요. 앞으로 놀기만 하면서 여생을 보내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소소하게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앞으로도 돈은 벌 생각이에요. 수년 뒤면 금융자산이 소비액보다 불어나 있을 테고, 속도도 빨라질 거라 생각해요.”

퇴사한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 뭘 할 건가요.

“책도 쓰고 유튜브에 출연하면서 다양한 분과 소통하고 있어요. 주변 소개를 받아 ‘월주복(월급쟁이 주식투자로 복리의 마법을 이루자)’이라 이름 짓고 일대일 투자 코칭도 하고 있죠. 규모가 크지는 않아요. 제 생각을 강요하기보다 마음속 정답을 가린 먹구름을 걷어드리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2022년 3월부터는 경제대학원에 들어가 공부하고 강의하며 책을 쓸 생각이에요.”

주식 사고파는 최적의 타이밍은 언제일까요.

“타이밍은 누구도 모른다는 점을 인정하면 투자가 쉬워져요. 저점 매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신하는 게 더 위험해요. 직장인이라면 주가와 상관없이 월급으로 꾸준히 좋은 주식을 매수하면 될 것 같고요. 차익 실현한다고 10~20% 오르면 팔곤 하는데, 애매한 차익을 얻고 팔 주식은 애초에 사지 않는 편이 나아요. 천장이 없는 주식을 꾸준히 모으는 게 낫죠.”

“지금까지는 상승장이라 돈 벌기 쉬웠다, 운이 좋았던 거다”라고 말하는 이도 많을 것 같아요.

“동의해요. 하지만 제 투자 원칙과 전략은 상승장, 하락장 상관없이 똑같아요. 지금이 상승장인지 하락장인지는 전문가도 당장 모르고, 시간이 한참 지나봐야 알 수 있어요. 그렇기에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중요해요. 주식을 매수할 때는 ‘시총 톱 5 종목만 장기투자하자’ 주의예요. 자산 20%는 현금으로 보유하고요. 투자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을 넘어 운구기일(運九技一)에 가까워요. 꾸준히 공부해 운이 좋을 때는 좀 더 좋고, 운이 나쁠 때는 좀 덜 나쁠 수 있는 투자 원칙을 세우면 유리할 것 같아요.”

20대의 한주주 같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그때는 재정 문제 외에도 인간관계 등 삶 전체가 엉망진창이었어요. 회사생활에도 집중하기 힘들 때 연체 문자메시지까지 날아오니 혼돈 그 자체였죠. 일단 ‘빚 청산’ 문제 하나만이라도 풀어보자 싶어 매달렸는데, 하나가 풀리니 많은 게 자연스럽게 풀리더라고요. 그때의 저처럼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다면 산적한 문제 중 가장 위중한 것부터 해결하라고 권할게요. 하나가 좋아지면 다른 부분도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주간동아 1321호 (p40~42)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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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40호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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