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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앞둔 中企 “감옥행 대기표 뽑았다”

하청업체가 책임지는 ‘법률 리스크 외주화’ 불 보듯 뻔해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중대재해처벌법 앞둔 中企 “감옥행 대기표 뽑았다”

6월 17일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집압 과정에서 소방관 한 명이 숨졌다. 사고 당일 쿠팡 측은 5월 말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국내 법인 의장 및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고 발표해 논란을 빚었다. [동아DB]

6월 17일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집압 과정에서 소방관 한 명이 숨졌다. 사고 당일 쿠팡 측은 5월 말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국내 법인 의장 및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고 발표해 논란을 빚었다. [동아DB]

“대기업 중대재해처벌법 컨설팅으로 대형 로펌만 노 났다. 정작 법률 자문이 절실한 중소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지 모르거나, 알아도 속수무책이다.”(중소기업 상담 노무사)


英 기업살인법 같은 강렬 규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우려 목소리가 높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가 숨지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법인·사업주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4월 경기 이천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로 근로자 38명이 숨진 후 영국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 같은 강력한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27일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건설사의 경우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 사업장이 대상이다.

문제는 대다수 중소기업은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라는 것.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882명 중 714명(81%)이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숨졌다. 중소기업 근로자를 주로 상담하는 A 노무사는 “실제 중대재해로 숨지는 근로자 절대다수가 영세사업장 소속이다. 사측이 자금·인력 부족을 핑계로 안전 시스템 마련을 미루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 등 기존 규제와 함께 적용된다. 기존 법령에 규정된 근로환경 안전 기준을 재확인하고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한 것이 뼈대다. 현장에서는 원래 있던 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한다.

B 노무사는 최근 한 중소 건설업체 대표의 산업재해 예방 자문에 응했다 깜짝 놀랐다. 공사 금액 60억 원 이상 현장을 운영해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임에도 관련 대비책이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공사 금액 60억 원 이상~80억 원 미만 공사현장의 경우 내년 7월 1일부터 안전관리자 배치도 의무화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중대산업·시민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징역·벌금형 동시 부과도 가능하다. B 노무사는 “해당 업체 대표는 ‘우리 회사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아니지 않느냐’며 안심하는 눈치였다. 사실을 짚어주니 처음 듣는 소리라면서 당황하더라. 중소기업의 경우 이처럼 안전관리가 허술한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책임 ‘내리까시’ 걱정”

지난해 11월 24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폭발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등 3명이 숨졌다. [뉴스1]

지난해 11월 24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폭발 사고로 협력업체 직원 등 3명이 숨졌다. [뉴스1]

경영자 측도 할 말은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최근 중소·중견기업의 실질적 오너가 대표이사직을 잘 맡지 않으려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되면 ‘감옥행 대기표’를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라며 “법 시행 후 ‘바지 사장’만 처벌받는다면 근로자 안전은 제자리걸음 아니겠나. 안전시설을 마련하고 인력을 보충하는 데 필요한 자금 등 현실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으로부터 일감을 하청받는 중소기업 대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대기업 갑질에 회사 대표조차 이렇다 할 항의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돼도 대기업은 대형 로펌의 지원으로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금처럼 책임 ‘내리까시(내리받이)’ 식 산업재해 대응이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산업현장에서 하청업체 직원일수록 재해에 더 빈번히 노출되는 ‘위험의 외주화’처럼, 하청업체 대표일수록 법적 책임을 더 무겁게 지는 ‘법률 리스크 외주화’가 볼 보듯 뻔하다는 것.

이에 대해 노동 사건을 여럿 맡은 한 변호사는 “중소·중견기업 경영자는 자사 근로자에게는 갑(甲)이지만 원청 대기업 앞에선 을(乙)이다. 정부가 허술한 안전관리에 대해선 엄벌하되 적절한 지원으로 근로자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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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20호 (p20~21)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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