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8

2021.12.10

물가상승, 고령층 증가로 불가피해졌다

최근 30년 低물가 중국·동유럽 저임금 노동자 덕분

  •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입력2021-12-1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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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을 촉발하고 있다. [GettyImages]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을 촉발하고 있다. [GettyImages]

    최근 국제사회는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도래한 인플레이션 탓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원활한 교역 활동이 저해되면서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져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유발되는 형국이다. 특히 농산물은 이상기온 현상과 외국인 계절 근로자 수급난을 겪으면서 작황 규모가 줄어 물가상승이 촉발되고 있다. 공산품 일부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노트북컴퓨터를 비롯한 생활가전의 때아닌 호황으로 신규 투자가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인플레이션의 요인이 인구구조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하다. 물건 가격 인상은 수요가 증가할 때 유발된다. 수요층은 인구구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건 생산 과정에서도 인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렴한 노동력을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가격 상승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플레이션 현상을 인구구조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은 상당한 시사점을 내포한다.

    최근 30여 년 동안 인류가 저물가 기조에서 살아온 것은 인구구조 덕분이다. 중국과 동유럽 국가가 세계경제에 편입되면서 이들 국가의 저임금 노동자가 생산자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중국 생산가능인구(15~65세) 증가는 미국과 유럽 생산가능인구 증가를 압도했다. 1990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생산가능인구는 2억4000만 명이 늘어난 데 반해, 유럽과 미국에서는 6000만 명 증가에 그쳤다.

    단순히 생산가능인구 증가만이 아니라 이들 인구의 실제 노동 편입까지 고려할 때 중국 저숙련-저임금 노동자의 세계시장 편입은 주목할 만한 경제적 현상이었다. 2000~2017년 도시 인구가 3억7000만 명 증가해 그 비중이 23%p 높아졌다. 반면 미국에서는 같은 시기 경제활동인구의 노동 참여율이 4%p 하락했다.


    인건비 인상 억제한 풍부한 노동력

    동유럽 노동 참여율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소련이 해체되자 동유럽 다양한 국가가 세계 무역에 편입됐다. 2000년 동유럽 경제활동인구는 2억900만 명에 달했다. 이로 인해 서유럽 국가의 제조 거점 기지 다수가 동유럽으로 이주했다. 특히 동유럽 국가의 유럽연합(EU) 체제 편입은 이 속도를 한층 높였다.



    중국 및 동유럽 노동력은 공급 측면에서 세계경제에 큰 파급 효과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도 불러왔다. 중국과 동유럽 국가의 국제사회 편입이 이뤄진 1990~2017년 세계 교역량은 연평균 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평균 2.8% 수준이었다. 이러한 수치는 중국과 동유럽 국가의 제조 기능이 전 세계 물가 안정화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음을 확인케 한다. 또한 중국 및 동유럽 근로자의 저임금이 여타 국가 근로자의 임금 상승을 억제하면서 세계는 저물가 기조를 유지했다.


    인류, 물가상승 걱정할 상황

    주 |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7년 707만 명, 2025년 1,000만 명이 넘고, 2050년 1,901만 명까지 증가 후 감소할 전망.
고령인구 구성비는 2017년 13.8%에서 빠르게 증가해 2025년 20%, 2036년 30%, 2051년 40% 초과할 전망.

    주 |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7년 707만 명, 2025년 1,000만 명이 넘고, 2050년 1,901만 명까지 증가 후 감소할 전망. 고령인구 구성비는 2017년 13.8%에서 빠르게 증가해 2025년 20%, 2036년 30%, 2051년 40% 초과할 전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인구구조 변화도 저물가 기조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산율이 급증하면서 탄생한 베이비붐 세대는 1960년대부터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포함됐고 2010년 이후 은퇴하기 시작했다. 즉 2010년까지 전 세계 대다수 국가의 생산가능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1991~2018년 세계 생산가능인구는 27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일하고자 하는 근로자는 늘어나는데 이들에게 제공할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노동자의 임금 교섭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자신이 받길 원하는 급여보다 낮은 급여가 제시돼도 수용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OECD 회원국의 풍부한 노동력 또한 물가 인상의 커다란 요인 중 하나인 인건비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을 비롯한 OECD 회원국의 중앙은행 가운데 목표물가제 2%를 유지하지 못한 곳이 많은 점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할 만하다.

    2022년을 앞둔 지금 이런 일련의 구조적 경제상황이 하나씩 변화하고 있다. OECD 회원국은 대부분 생산가능인구보다 노년층이 더 많은 인구구조에 직면했거나 조만간 그러한 구조에 편입되기 직전이다(그래프 참조). 이 과정에서 최근 새롭게 생산가능인구에 편입된 근로자는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들이 부양할 고령층 인구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신규 생산가능인구가 지불하는 돈으로 늘어나는 고령층 인구를 부양하려면 세금 인상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상쇄하려는 요구 또한 높아질 것이다. 특히 중국과 동유럽처럼 일순간 대규모 저임금 근로자를 제공해줄 신규 시장마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 신규 생산가능인구의 임금 교섭력은 기성세대의 임금 교섭력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중 갈등 역시 인플레이션을 높일 요인이다. 2010년대까지 세계는 더 저렴한 인건비 등을 찾아 최적화된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할 기회가 많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본격화한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갈등 고조는 이러한 생산 효율화를 도모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앞서 열거한 일련의 상황을 종합할 때 인류는 30년 만에 또다시 물가상승을 걱정해야 할 상황을 맞이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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