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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분에 월계 구축·철산 재건축·한남 신축 아파트 값 비싸다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정체 퇴근길에서 본 ‘고급 브랜드’ 선망 대상이 되다

  •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 덕분에 월계 구축·철산 재건축·한남 신축 아파트 값 비싸다



[동아DB]

[동아DB]

올해 들어 부쩍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시공사 교체가 잦다. 이는 재개발·재건축사업 시행자인 조합의 지위가 어느 때보다 높아져서다. 문재인 정부 들어 폭발적으로 상승한 집값은 조합이 추진하는 사업장의 미래 사업수지를 장밋빛으로 물들인 반면, 강력한 재개발·재건축 규제는 시공사 선정 단계까지 도달한 사업장 수를 급격히 줄여 건설사는 임자가 있는 남의 사업장에도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특히 부산에서 시공사 교체 바람이 거센데, 이는 부산 재개발·재건축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표 참조). 현재 부산 도시정비사업장 중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는 ‘조합설립’을 마친 사업장과 그 후 단계인 ‘사업시행인가’를 밟은 사업장은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다.
어느 때보다 우월한 지위에 선 조합이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공통적으로 ‘고급 브랜드’에 대한 갈망을 꼽을 수 있다. 현재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는 사업장 중에는 여러 건설사가 함께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가 꽤 있다. 이 경우 브랜드 이름이 ‘◯◯래미안푸르지오자이’와 같이 길어지거나 생소한 외래 합성어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사업 지연 우려 넘어서는 ‘고급 브랜드’ 열망

필자가 최근 여러 부동산 커뮤니티의 버즈(SNS 커뮤니티에서 생성되는 이야기들) 빅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가람마을10단지동양엔파트월드메르디앙아파트’처럼 긴 단지명은 대중에게 고급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로 각인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컨소시엄 사업장 외에도 단일 시공사가 참여한 사업장 역시 시공사 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이 또한 시공사에 일반 브랜드가 아닌 ‘고급’ 브랜드를 요구했으나 시공사와 협상이 불발된 경우다. 예를 들어 서울 중구 신당8구역은 DL이앤씨(옛 대림건설)의 고급 브랜드 ‘아크로’를 요구했으나 시공사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7월 시공사 교체 수순을 밟게 됐다.

시공사 교체 카드는 더 나은 사업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조합의 전략일 수 있지만 시공사 교체에 따른 사업 지연과 시공사와의 소송은 ‘속도’가 생명인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치명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최근 상황은 고급 브랜드에 대한 갈망이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보다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혹여 사업 지연으로 관리처분 등 중요한 시점에 예상치 못한 불청객인 ‘주택시장 불경기’를 만나더라도 고급 브랜드의 힘이 신축으로 탈바꿈할 사업장의 미래가치를 든든히 지켜줄 리스크 헤지(risk hedge) 수단이 될 것이라고 조합원들이 인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렇듯 고급 브랜드의 힘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부동산시장은 마케팅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이타마르 시몬슨 스탠퍼드대 교수가 주장하는 절대가치 이론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시몬슨 교수가 말하는 절대가치란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 실제로 경험하는 품질 또는 가치’를 의미한다. 시몬슨 교수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폭발적 발전으로 소비자가 제품을 일상에서 사용하고 느끼는 ‘진실의 순간’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기 시작했고, 반대로 과거 기업들이 주입했던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영향력은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파트라는 재화는 품질이 브랜드를 압도하는 대세 흐름에서 비켜나간 듯 보인다. 수년 전 철근 이슈로 세간의 화제가 된 인천 한 아파트는 현재 해당 신도시의 최고가 아파트로서 위용을 떨치고 있고, 도지사와 시장까지 나서 하자보수 민원을 감당해야 했던 동탄2신도시 한 아파트도 주변 단지에 전혀 뒤지지 않는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강남 입지 품고 태어난 고급 브랜드

이러한 사례들은 아파트 가치를 결정짓는 품질에 단지 시공 품질만 있는 것이 아님을 시사하는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에 따르면 서울 강남 아파트 분양가에서 ‘시공’과 관련된 건축비의 비중은 30%에 불과하고 나머지 70%는 대지비, 즉 ‘땅값’이다. 아파트 품질 요소에는 시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땅의 지분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땅의 품질은 그 땅이 어디에 위치하는가에 따라 결정되는데, 결국 해당 아파트 단지의 ‘입지 수준’이 소비자에게 매우 중요한 품질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시공 문제로 진땀을 흘렸던 아파트들은 해당 단지를 품은 신도시의 개발 호재가 쏟아지면서 ‘땅의 품질’, 즉 입지가치가 상승하며 과거 악재를 날려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시공 품질에 덧붙여 입주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평면구조’ 역시 최신 설계가 적용된 신도시 택지지구의 평면이 오래전 인허가를 받은 강남 재건축의 ‘옛날식’ 평면보다 훨씬 훌륭한 경우가 많은데도 신도시와 강남 집값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시공과 평면 품질보다 ‘입지 품질’이 아파트 가치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입증한다.

‘입지 품질’의 강력한 영향력은 고급 브랜드가 왜 아파트 단지의 가치에 중요한지를 설명해주는데, 1군 건설사의 고급 브랜드 탄생은 대한민국 ‘넘사벽’ 입지 품질을 자랑하는 ‘강남 재건축’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2013년 DL이앤씨의 고급 브랜드 ‘아크로’(사진)를 시작으로 2014년 대우건설 ‘푸르지오 써밋’, 2015년 현대건설 ‘디에이치’가 탄생했는데, 2013~2015년 이 시기는 강남 부동산이 회복되면서 강남권 재건축 수주가 재기되던 시점이다. 이처럼 아파트 고급 브랜드는 ‘강남 입지’라는 실체적 품질 요건을 안고 태어났기에 여느 재화와 달리 ‘브랜드’ 힘이 여전히 강력한 것이다. 특히 ‘아크로’라는 고급 브랜드는 강남에서도 최고 시세를 자랑하는 ‘한강 조망’ 입지를 안고 태어나 고급 중 고급 반열에 올랐는데, 이는 심리적으로 대중에게 강력한 선망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내 집 마련의 힌트, 내 눈에 자주 아른거리는 아파트

[자료 | 서울시설공단]

[자료 | 서울시설공단]

매일 퇴근할 때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교통 정체가 가장 심한 반포구간을 지나는 직장인 ‘선망’ 씨를 생각해보자. 선망 씨 눈에는 매일 차창 밖으로 밝게 빛나는, 요새 찾기 어려운 신축 아파트의 ‘브랜드 간판’이 보인다. 심리학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어떤 대상에 반복 노출돼 그 대상이 친숙해지고 자연스레 호감도가 상승하는 것을 ‘단순 노출 효과’라고 하는데, 선망 씨처럼 출퇴근 시 한강변의 막히는 도로를 이용하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경우 무의식적으로 ‘한강 조망 고급 브랜드’에 노출되면서 자연스레 마음속에 각인이 된다(마치 PPL처럼).

단순 노출 효과가 강하게 작동하려면 ‘무의식으로 노출되는 빈도’가 중요한데, 퇴근길 정체가 심하면 심할수록 한강변 아파트의 노출이 늘어날 테고, 심리적으로도 ‘퇴근길에 찌든 내 현실’과 ‘한강변 여유로운 아파트에서 삶’이 대조되며 한강변 아파트에 대한 선망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이를 좀 더 확대해 생각해보면 단지 한강변 고급 아파트뿐 아니라, 퇴근길 강변에서 노출되는 서울 아파트, 특히 정체가 심해 단순 노출 효과와 심리적 효과가 극대화되는 곳에 자리한 아파트는 무의식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돼 높은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20년 서울 도시고속도로 연간분석’에 따르면 올림픽대로 외에도 평균 통행 속도 30㎞/h 미만인 상습 정체 구간 도로가 있는데 강변북로, 동부간선도로, 서부간선도로 순이다(지도 참조). 강변북로를 곁에 둔 한강변의 한남·옥수동·성수동 아파트가 왜 그리 선망의 대상이 되는지, 그리고 서부간선도로를 사이에 둔 경기 광명시 철산동 재건축, 구로구 독산동 신축 아파트가 왜 높은 집값을 유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록 구축이지만 동부간선도로를 낀 월계동·장안동 아파트 중에서 3.3㎡당 4000만 원 넘는 시세를 자랑하는 단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꽉 막힌 퇴근길, 내 눈에 자주 아른거리는 아파트 브랜드는 무엇인가. 거기에 내 집 마련의 힌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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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07호 (p52~54)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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