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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농촌 뉴딜”에 농민출신 전 의원 “농산물 경매제부터 고쳐라”

[인터뷰]농민 출신으로 20대 국회의원 지낸 김현권 전 민주당 의원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靑 “농촌 뉴딜”에 농민출신 전 의원 “농산물 경매제부터 고쳐라”

“농촌이 한국판 뉴딜의 핵심 공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월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5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판 뉴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종합 정책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공익직불제 △SOC복합센터 확충 △농촌재생사업 △귀농귀촌 지원 등을 통해 농촌이 뉴딜정책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농촌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우리 농촌이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가경제 실태와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농가 소득 5분위 배율이 2018년 11.1배, 2019년 10.9배로 상위 농가 20%와 하위 농가 20% 소득 격차가 10배 이상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이 한국판 뉴딜의 중심이 되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농가 소득 양극화 문제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농민 출신으로 20대 국회에 진출했던 김현권 전 의원은 “한국판 뉴딜로 농촌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소득 양극화 해소와 농외소득 증가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했던 김 전 의원은 졸업 후 고향인 경북 의성에서 사과농사와 축산업을 해왔고,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다시 고향에 돌아가 70여 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다.

“고소득 농가 중심 정책이 소득 양극화 키워”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농촌 내 소득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역대 정부들이 편 농업정책의 성과가 농가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 농업 정책의 핵심은 생산의 규모화와 기계화, 품질 향상 등이었다. 그 덕에 농업 생산의 규모화에 성공한 일부 농가는 소득이 크게 향상됐다. 문제는 정부 정책의 수혜를 소수의 부농들만 누렸다는 점이다. 일례로 김영삼 정부 때 농기계 반값 지원사업 등이 있었는데, 대형 트랙터 구입을 보조하다보니 해당 트랙터를 구매해 사용할 수 있는 소수의 부농들만 혜택을 봤다. 이제는 정부의 농업 정책 지원의 주안점을 중·소농들로 옮겨야 한다.”



-농업 생산 뿐 아니라 농산물 유통 과정에도 이익이 일부에 편중된다는 지적이 있다. 

“유통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농수축산물 유통의 골간이 공판장에서 펼쳐지는 경매시장이다. 경매는 전적으로 부농에게 유리하다. 365일 내내 경매가 열리기 때문에 출하자의 농수축산물의 상태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 결국 출하자의 ‘이름값’이 가격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된다. 브랜드 형성이 어렵고 출하 시점이 일정하지 않은 소규모 농가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속된 말로 가격 후려치기에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농들이 경매장 밖에서 자신의 농산물을 유통할 수 있도록 별도의 창구를 마련해줘야 한다. 생산 지역 내에서 중소농가의 농수산물을 유통하도록 장려하는 로컬푸드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 문재인 정부에서도 농가 소득 양극화는 개선되지 않았다. 

“지표가 아직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2년 정도의 변화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면 안 된다. 농촌 소득 양극화 주 요인은 농촌 고령화 현상과 무관치 않다. 고령농의 경우 농업정책이 아니라 복지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스위스는 만 65세가 되면 통계에서 농업인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고령농이 되면 사회 복지에 의해 노후의 삶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노인 복지가 미흡하다보니 고령의 농민들이 나이를 먹어도 은퇴를 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높은 소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표지갈이’ 정책 재현되면 공염불”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농업인의 날을 맞아 기념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농촌이 한국판 뉴딜의 핵심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뉴스1]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농업인의 날을 맞아 기념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농촌이 한국판 뉴딜의 핵심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뉴스1]

문재인 정부의 핵심 농업정책은 ‘기본형 공익직불금’ 제도다. 소규모 농가·농업인의 몫을 늘려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정책의 골자다. 이를 위해 정부는 11월5일을 기점으로 112만 농가·농업인에게 2조2753억 원의 직불금을 순차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1.8배 늘어난 액수다. 정부가 농업인에게 직접 지원하는 직불금 액수가 커지면서 농가소득 가운데 반대급부 없이 정부로부터 지급받는 이전소득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농가소득 전체에서 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27.3%에 이르렀다.

-농가소득 가운데 이전소득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농업에 있어 이전소득 증가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특히 소규모 농가 중심의 직불금 정책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전소득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다만 농업 관광 등을 통해 농외소득을 늘리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는 있다. 농업을 농업생산물의 공간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혀 여행을 가지 못해 좀이 쑤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이 농촌으로 여행하도록 하면 좋은데, 현재 우리 농촌은 관광객을 수용할 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다.”

-정부는 농촌보다 도시재개발에 더 관심을 쏟는 경향이 있다. 

“어느 정부도 농촌재개발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일부 농촌에는 재래식 화장실이 남아있어 손자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집 방문을 꺼리는 이유가 될 정도로 위생 시설이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농촌의 생활하수 처리 문제 역시 심각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농촌 곳곳의 숨은 비점오염원(광범위한 배출경로를 갖는 오염원)을 찾아내 해소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4대강 보를 해체하느니 마느니 하는 소모적 정쟁에 빠져 농촌의 생활하수 문제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제대로 된 농정을 펼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국회 의정활동을 통해 깨닫게 된 일이 있다. 한국판 뉴딜처럼 중앙정부가 아무리 새로운 정책 방향을 잘 정해도 실무를 맡은 공무원들이 과거부터 해왔던 사업을 ‘표지갈이’로 새로운 사업인양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그 같은 일을 막도록 언론과 국민이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주간동아 1266호 (p28~30)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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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66호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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