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4

2020.11.13

文 정부 장차관 9명 전셋집, 계약 때보다 최대 7억 올라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20-11-08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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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양우 문체부 장관 등 전세 사는 장차관 9명 집과 주변 전세난 심각

    • 전셋값이 3월 재산신고 당시보다 2배 오른 곳 다수, 매물도 반전세 1~2개

    • 한 달에 1억 원씩 오른 곳도 태반, “세입자 현금 8억 쥐고 있어야 전입 가능”

    11월 1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부동산공인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정보에 전세 매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전세 구하기가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동아DB]

    11월 1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한 부동산공인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정보에 전세 매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전세 구하기가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동아DB]

    수도권 ‘전세난’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으로 전세 물량이 급격히 줄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날로 치솟고 있다. 강남은 물론 영등포·마포·동작구 등 서울 11개 구에서 전용면적 84㎡(25평형) 아파트의 전셋값이 10억 원을 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각 부처 고위공직자들도 ‘전세 난민’ 대열에 들어갈 수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세를 살고 있는 서울 마포구 아파트는 집주인에게 내주고, 본인 소유의 경기 의왕시 아파트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팔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졸지에 ‘전세 난민’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러다 최근 의왕시 아파트가 팔려 한숨 돌리긴 했으나, 매각 과정에서 세입자에게 ‘퇴거 위로금’을 준 것으로 알려져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홍 부총리가 퇴거 위로금을 준 것 자체가 이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 외에도 현 정부의 장차관 중에는 향후 홍 부총리와 비슷한 일을 겪게 될지 모를 인사가 적잖다. 서민의 ‘전세살이 고달픔’을 덜어줘야 할 이들이 오히려 정부 정책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3월 관보에 공개된 각 부처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주택 유무와 상관없이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장차관은 홍 부총리를 포함해 총 9명이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강도태 보건복지부 제2차관,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 등이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3월, 전세로 살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아파트(전세가 5억 원)에서 나와 경기 과천시 중앙동에 있는 아파트(분양가 8억8500만 원)에 입주해 ‘세입자’에서 벗어났다.

    장석영 과기부 차관 전셋집, 7억4000만 원 올라

    재산 공개 시점과 비교해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사람은 장석영 과기부 제2차관으로 추정된다. 장 차관은 현재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동신9차 아파트(160㎡·48평형)에 살고 있다. 이 아파트의 전셋값은 재산 공개 당시 5억4000만 원이었으나, 현 시세는 2배 이상 오른 12억8000만 원이다. 특히 이 아파트는 지하철 수인분당선 이매역과 가깝고 단지 안에 초등학교가 있는 ‘초품아’ 아파트라 전세 수요가 늘 높은 곳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장 차관이 신고한 전세가는 2년 전 가격으로, 당시 주변 아파트들은 전세가가 내려가는 상황이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등 대규모 단지가 입주 물량을 채우지 못해 전세가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 차관 전셋집 주변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6~7월부터 전세가가 오르기 시작해 올해 초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급격히 올라 한 달 새 1억 원씩 뛰기도 했다”며 “무주택자에 한해 5억 원밖에 대출이 안 되기 때문에 전세 만기 후에도 이 동네에 계속 살려면 최소 8억 원은 현금으로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차관은 분당 전셋집 외에 경북 예천군에 단독주택 1채를 소유하고 있다. 만약 단독주택 시세가 1억 원이 넘는다면 전세자금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성윤모 산자부 장관은 경기 과천시 별양동에 본유 소유의 아파트(과천주공아파트)가 있지만, 현재는 종로구 무악동 인왕산현대아이파크(114.93㎡·43평형)에 전세로 살고 있다. 이 아파트는 2008년 재건축한 곳으로, 관보에 기록된 전세가는 7억3000만 원이지만 현재는 9억 원으로 올랐다. 전세 매물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같은 평형의 경우 반전세가 하나 나와 있다. 반전세 조건은 ‘보증금 7억 원에 월세 80만 원’이다. 이 아파트 인근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7억 원 초반은 올봄 시세”라며 “지금은 월세도 나오면 바로 빠지기 때문에 전세가가 얼마까지 오를지 점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정옥 장관, ‘갭투자’ 의혹 아파트 두고 전세살이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동아db]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동아db]

    3월 재산 공개 당시 ‘다주택’자로 이름을 올린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대우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여가부에 따르면 현재 이 장관은 딸과 함께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크기가 85.69㎡(26평형)로 규모 면에서 장차관이 거주하는 집 가운데 가장 작다. 재산 공개 당시 전세가는 2억4500만 원으로 기록돼 있으나 현재는 4억 원대로 올랐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아파트라 주변 시세에 비해 전세가가 다소 저렴했지만, 최근 서울 시내 아파트값이 일제히 오르면서 이곳 역시 전세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래도 여전히 서울 중심가에 비하면 전세가가 싼 편이라 전세 매물이 귀하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지난해 8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보유한 주택 2채 중 1채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 3월 재산 공개 때 여전히 2채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자, ‘갭투자’ 의혹을 받은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를 남겨두고 대전 아파트를 처분해 ‘면피용 처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주택자인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112.3㎡·34평형)에 전세로 거주 중이다. 신고 당시 전세가는 5억9000만 원이었으나 현재는 11억50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최근 바뀐 부동산 정책에 따라 집주인이 재건축 조합원 자격을 얻으려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해, 집주인들이 직접 들어와 사는 경우가 늘면서 전세 물량도 급격히 줄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전세 기간이 만료된 집은 거의 다 집주인이 들어와 살기로 해 전세 물량 자체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현재 34평형은 ‘보증금 7억 원에 월세 30만 원’짜리 반전세가 딱 하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은마아파트는 대치동 학원가 수요가 꾸준해 전세 품귀 현상이 뚜렷한 곳이다. 이 동네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이 동네를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나는 사람이 대다수”라며 “최근 재계약하는 사람은 대부분 기존 전세금에 월세를 추가로 내는 반전세로 갈아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보증금 1억 원당 월세를 40만 원으로 계산하면 새로 전세를 구할 경우 기존 보증금에 월세로 150만~200만 원을 더 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세입자와 마찬가지로 이 차관 역시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임대인이 거주 의사를 밝힐 경우 집을 비워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대치동을 비롯한 강남 전셋값이 무섭게 올라 다른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 ‘호갱노노’에 따르면 현재 대치동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는 8억7000만 원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 차관이 해당 아파트에 산 지는 4년가량 됐으며 이사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박양우 장관, “전세가 공개 불가”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전세로 거주 중이다. 3월 재산 공개 당시만 해도 재건축 예정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7차 아파트(143㎡)에 전세(7억5000만 원)로 살았지만, 올해 5월 거주민 이주가 시작되면서 박 장관도 7월 이촌동으로 이사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촌동 아파트 이름과 전세가액은 확인해주기 힘들다”고 밝혔다. 박 장관이 소유한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10단지 아파트(현 시세 17억 원, 전세가 5억2000만 원)에는 다른 세입자가 살고 있다. 

    오영우 문체부 차관은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에 있는 래미안길음센터피스(117.27㎡·35평형)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지난해 입주 당시 전세가는 5억 원대로, 박 차관 역시 5억 원으로 신고했다. 지난해 완공된 신규 입주 아파트로, 현 전세가는 9억~10억 원대에 형성돼 있다. 2년도 안 돼 전세가가 2배나 뛴 셈이다. 

    무주택자인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은 서울 성동구 금호동 두산아파트(82.29㎡·24평형)에 전세로 거주 중이다. 관보에 기록된 해당 아파트의 보증금은 1억 원으로, 같은 평형 전세가가 5억5000만 원 선인 것을 감안해 반전세 보증금으로 추산할 경우 월세는 180만 원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강도태 복지부 제2차관은 세종시 어진동에 있는 아파트 푸르지오시티2차(현 시세 9억 원)를 소유한 동시에 지금은 경기 성남시 분당동에 있는 프라임하우스(연립주택)에 전세로 살고 있다. 재산 공개 당시 밝힌 전세가는 5억 원이나 현재는 7억 원으로 올랐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도 올해 초에 비해 전세가가 최대 4억 원 이상 올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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