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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세난은 초입 단계, 공급 급감하는 내년엔 대란 위험

30대 수요층 ‘영끌’ 매수도 멈추지 않아

  •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지금 전세난은 초입 단계, 공급 급감하는 내년엔 대란 위험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시스]

요즘 부동산공인중개업소에는 전세 물건이 줄어들면서 ‘귀한 전세’ 혹은 ‘전세님’이라 부른다고 한다. 한국에만 있는 전세 제도는 그동안 집주인의 주택 구입 부담을 덜어주고 세입자에겐 내 집 마련 때까지 저축할 시간을 벌어주는 순기능이 있었다. 특히 무주택 서민에게 전세는 유용한 주거 수단이면서 차곡차곡 돈을 불리는 방법이기도 했다. 적어도 은행 이자는 못 받지만 2년 후 원금 전액을 돌려받기 때문에 월세를 지급하는 것보다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줄어드는 긍정적 측면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임차인을 보호하고 전월세시장을 안정하겠다며 일사천리로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입법 취지에 백번 공감하지만 시행 초기 혼란은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정부 정책은 규제를 통해 민간 임대시장을 통제하려는 방식이다 보니 사유재산 침해 논란과 더불어 임차인들의 주거 불확실성까지 커졌다. 실제로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점진적으로 전세 비중이 줄어들고 반(半)전세 혹은 반(半)월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그만큼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수록 가처분소득에서 임의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결국 내수소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 아파트값 11주째 상승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종합대책 영향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던 주택시장은 이르면 8월 말, 9월 초쯤 안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8월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2% 올랐다. 주간 기준 11주 연속 상승세지만 상승폭은 다소 둔화되고 있다. 법인을 활용한 투기 수요 근절을 위해 세금 규제를 강화한 영향으로 매물도 급증하고 있다. 7월 법인의 아파트 매도는 8278건으로 전월 대비 33.7% 증가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세금 회피성 법인 매물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라면 정부 예고대로 서울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세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같은 기간 서울 전셋값은 일주일 만에 0.12% 올랐다. 2주 연속 상승폭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상승폭이 클 뿐 아니라 주간 기준 60주 연속 오른 수치다. 주택시장이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 3법이 시행되고 집주인의 거주 요건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시장 불안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특히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 호가가 대폭 오르거나 반전세/반월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가을 학군에 따른 이사 수요와 신혼부부의 전셋집 구하기가 녹녹지 않은 상황이다. 전세시장 불안이 더 장기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0억 원을 넘어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10억509만 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10억 원을 돌파했다. 2013년 5억1753만 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7년 만에 2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 4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양천구와 광진구 등 9개 구가 10억 원을 넘어선 반면, 나머지 16개 구는 10억 원을 밑돌았다. 구별로 보면 강남구 평균 아파트 가격이 20억1776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서초구 19억5000여만 원, 송파구 14억7000여만 원 등 강남 3구의 가격이 가장 높았다. 최근 2~3년 재건축 사업을 통해 새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 강남 4구가 평균 매매가격 20억 원 내외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7월 말 기준 5억 원에 근접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9922만 원으로 2년 전인 2018년 7월 4억5046만 원보다 4876만 원(10.8%) 상승했다. 월급 3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 한 푼도 안 쓰고 14년 이상 모아야 서울 시내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2년 만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000만 원 가까이 올라 사실상 서울 아파트 매매가 아닌 전세조차 일반 직장인의 근로소득으로 감당할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

예고된 부작용에도 설익은 대책뿐

임대차 3법이 통과된 후 부동산시장에서는 전세 물건을 찾기 어려워졌다. [뉴시스]

임대차 3법이 통과된 후 부동산시장에서는 전세 물건을 찾기 어려워졌다. [뉴시스]

부동산 정책은 경제 이슈를 넘어 정치 쟁점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쏠려 전 국민의 관심사인 데다, 대통령과 여당의 국정지지율도 부동산 정책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있다. 정부는 임대차 3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데 이어, 10월부터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전월세전환율을 현 4.0%에서 2.5%로 낮추기로 했다. 연 2.5%는 임차인과 임대인 양측의 균형을 고려하고 월세로 전환하더라도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지 않은 수준을 감안한 조치다. 

전월세전환율이 낮아지면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월 임대료 인상폭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임차인의 주거 비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5억 원 전세를 4억 원 반전세로 바꾸면 기존 월세 33만 원이 10월부터 21만 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월세전환율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임차인을 위한 조치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해 임대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를 감시하고 통제할 범정부 감독기구를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 출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에는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를 단속하는 기관으로 국토교통부 산하에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이 있다. 검찰,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등 기관으로부터 인원을 파견 받은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은 근무 인력이 총 14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바탕으로 탈세나 대출 규제 위반 등 이상 거래를 점검하고 시장 교란 행위에 대응하는 것이 사실상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 부동산시장 불안을 단지 투기 거래와 담합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 행정 편의적 발상으로 또 하나의 옥상옥 감독기구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을지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좋은 예로 2000명 넘는 금융감독원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원회보다 규모면에서 압도적으로 크지만, 최근 원금 전액 손실을 초래한 일렬의 사모펀드 사태와 점점 기승을 부리는 보이스피싱 등 불법 금융 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법인이나 다주택자의 세금 회피성 매물을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신조어)해 집을 사고 있다며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말은 부동산 정책 효과로 점차 집값이 떨어질 텐데 무리해 집을 살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김 장관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3기 신도시 사전 분양물량과 올해 20만 호 넘는 공급 계획이 잡혀 있는 만큼 더 낮은 가격에 집을 장만할 좋은 기회가 많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장관의 이런 설명에도 서울과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30대 이하의 아파트 매수세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 1만6002건 가운데 30대 이하의 비중은 36.9%, 5871건으로 지난해 1월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경기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7월 경기 아파트 매매 건수 3만1735건 가운데 30대 이하의 비중은 30.1%, 9543건으로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이런 현상은 30대가 신규 아파트 분양 청약가점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데다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에 무리하게 빚을 내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30대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이 막히자 신용대출까지 동원하고 있다. 정부가 8·4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향후 5년간 서울 등 수도권에 13만2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수요자들은 이 공급 계획의 실효성에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특히 공공이 주도하는 고밀도 재건축사업으로 5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민간 재건축 단지들의 자발적 참여가 극히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적률과 층수 제한을 당근책으로 제시했으나, 늘어나는 용적률의 최대 70%를 기부채납으로 임대주택을 짓고, 그래도 남는 개발이익의 90%를 환수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동참할 민간 재건축 단지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공급 계획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지 않는 한 30대의 패닉바잉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상처뿐인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될라

1년째 지속된 전세난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내년부터는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대폭 줄면서 전세난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13만6336가구로, 올해 입주 물량 18만7991가구보다 5만여 가구 줄어든다. 특히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5021가구로, 올해 입주 물량 4만7447가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올해 입주 물량은 12만1900가구에 달했지만 내년엔 9만4366가구로 3만 가구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공급 우려에도 정부는 법인과 다주택자의 세금 회피성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6·17 부동산대책을 통해 법인을 활용한 투기 수요를 근절하고자 법인과 임대사업자를 대상으로 모든 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한층 강화했다. 특히 등록임대주택 전체 160만 가구 가운데 내년 임대주택등록이 말소되는 물량이 40만 가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물량이 순차적으로 시장에 풀리면 정부는 집값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법인이나 다주택자가 입지가 좋은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떨어지거나 향후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은 매물을 먼저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아파트 신규 공급 물량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거취약계층의 전셋값 급등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





주간동아 1255호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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