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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시행 시나리오, “손해 감수하던 집주인도 인내심 무너져”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임대차 3법’ 시행 시나리오, “손해 감수하던 집주인도 인내심 무너져”

부동산중개사사무소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아파트 매매 전단. [뉴스1]

부동산중개사사무소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아파트 매매 전단. [뉴스1]

“이런 봉이 또 있을까. 집주인에겐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는 것 같다.” 

21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여당 의원들이 잇따라 발의한 이른바 ‘임대차 3법’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임대차 3법은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말한다. 쉽게 표현해 집주인의 전월세 신고를 의무화하고, 임대료를 5% 이상 증액할 수 없으며, 세입자가 원하면 계약 기간을 기존 2년에서 2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 요지다. 게다가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으면 계약 갱신을 무기한 보장하는 이른바 ‘전월세 무한연장’ 법안까지 더해져 임대인들의 불만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개인의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회 의석의 과반을 훌쩍 넘는 거대 여당이 국민정서를 무시한 채 임대차 3법 제정을 밀어붙일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임대인의 처지와 목소리를 반영해 가상 시나리오를 써봤다. 다음은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3년이 지난 2024년 6월, 수도권에 아파트 2채를 소유한 회사원 임대한 씨의 이야기다.

주택임대사업자의 이중고

임씨는 2주택자다. 한 채는 2006년 주택담보대출 4억 원을 받아 6억5000만 원에 매입한 서울 마포구 소재 25평형(83㎡) 아파트고, 다른 한 채는 경기 고양시 일산구에 있는 33평형(109㎡)형 아파트다. 임씨는 아내 김나라 씨, 아들 민국이와 함께 마포에서 11년을 살다 2018년 1월 집을 늘려 일산으로 이사했다. 마포 아파트를 전세로 돌리면서 받은 보증금 5억2000만 원 가운데 3억 원을 이 집 구입 자금으로 쓰고, 남은 돈으로 대출금 일부를 갚았다. 

집이 두 채가 되자 임씨가 내야 할 세금 종류와 액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두 아파트에 매년 부과되는 재산세를 7월(건물분)과 9월(토지분)에 내야 하고, 12월에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가 날아온다. 종부세는 1주택자의 경우 공시지가 9억 원을 초과하면 부과되지만,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겐 보유 주택의 공시지가 합계액이 6억 원을 초과하면 과세된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는 집을 처분할 때 발생하는 시세차익에 대해 양도세가 중과된다는 점도 대출금을 아직 다 갚지 못한 임씨로서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 때문에 마포 아파트를 팔기보다 전세를 놓는 방법을 택한 임씨는 세금 부담을 줄이고자 2018년 3월 고양시청과 고양세무서에서 절차를 밟아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증을 취득했다. 정부에서 그해 3월 31일까지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마친 임대인에게는 재산세 감면을 비롯해 여러 세제 혜택을 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사업자는 표준임대차계약서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관할청에 신고해야 한다(왼쪽).  부동산중개사사무소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부동산임대차계약서.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주택임대사업자는 표준임대차계약서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관할청에 신고해야 한다(왼쪽). 부동산중개사사무소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부동산임대차계약서. [온라인커뮤니티 캡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주택임대사업자가 되니 부동산중개사사무소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임대차계약서 외에 정부가 인정하는 표준임대차계약서를 하나 더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랐다. 또 임차인이 전입하고 2개월 이내에 이 표준임대차계약서를 구청에 신고해야 했다. 다음번 임대차계약 시 ‘임대료의 5% 초과 증액 불가’도 주택임대사업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 중 하나다. 이를 준수하기 위해 임씨는 마포 아파트의 2년 전세 계약 만기 시점인 2020년 1월을 한 달여 앞두고 인근 부동산중개사사무소에 전세로 집을 내놓으면서 보증금을 2000만 원 올렸다. 2000만 원은 기존 전세 보증금 5억2000만 원의 4%에 해당하는 액수다. 옆집 주인인 또식이 아빠는 주택임대사업자가 아니라서 시세대로 보증금 6억 원을 받고 전세를 내놨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

임씨는 세입자를 들이면서 부동산 중개수수료뿐 아니라 인테리어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었다. 집이 깨끗해야 세가 잘 나간다는 부동산중개업자의 조언에 따라 도배와 장판, 베란다 페인트칠을 새로 하고 조명도 형광등보다 밝고 오래가는 발광다이오드(LED)등으로 모두 교체한 것. 

임씨는 이사를 희망하는 임차인과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고, 임차인이 이사하고 2개월이 지나기 전인 3월 구청에 가서 그 내용을 신고했다. 이 일을 처리하느라 임씨가 아껴뒀던 월차휴가가 날아갔다. 

이날 구청에서 만난 주택임대사업자 나보리 씨는 임씨에게 “전 세입자와 재계약하면서 임대료를 올리지 않고 그대로 받았는데도 신고는 해야 한다고 해서 왔다”며 “주택임대사업자가 된 후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시간을 많이 뺏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나씨는 “집값은 안 오르고 귀찮은 일만 늘었는데 4년 단기임대로 등록해놔 당장 팔 수도 없다”면서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것을 후회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임씨도 나씨처럼 주택임대사업자가 된 걸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세입자는 집값의 50% 수준인 전세 보증금만 내고 새집처럼 깨끗한 마포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지하철 역세권의 편의를 한껏 누리고 있는데, 정작 집주인인 자신은 부동산 중개수수료와 인테리어 비용에 재산세, 종부세 등 온갖 세금까지 떠안은 채 직장이 있는 서울까지 매일 왕복 2시간 이상을 경의선 열차 안에서 허비하는 상황이 억울했다. 그런데 2021년부터 임대차 3법이 발효되면서 억울하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임씨는 2022년 1월 전세 만기가 도래한 세입자와 계약 기간을 2년 더 연장했다. 세입자가 계속 살기를 원하면 계약 기간을 2년마다 계속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계약갱신청구권에 근거해서다. 또 주택임대사업자의 ‘임대료 5% 초과 증액 불가’ 의무를 모든 임대차계약에 적용하도록 한 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임씨는 계약 기간을 연장하면서 전세 보증금을 2700만 원(기존 전세 보증금 5억4000만 원의 5%)만 올릴 수 있었다. 전월세 신고제에 따라 세입자가 아닌 그가 직접 계약 내용을 신고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뉴스1]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뉴스1]

반면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보증금을 1억 원 올려 7억 원에 전세를 놓은 옆집 또식이 아빠는 2022년 6월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하면서 7억 원의 5%인 3500만 원을 증액했다. 옆집보다 한참 싸게 전세를 줬는데도 임씨의 세입자는 계약을 연장할 때 싱크대와 베란다 방충망 전면 교체를 요구했다. “방충망이 낡아서 먼지가 많고, 싱크대가 오래돼 위생적이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전세를 살면서 사사건건 요구하는 세입자가 얄궂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것이 계약 연장을 철회할 수 있는 특별한 귀책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았다. 임대차 3법 가운데 하나인 계약연장청구권에 따르면 임대인이 계약 연장을 거절할 수 있는 ‘특별한 귀책사유’는 세입자가 약속한 임대료를 내지 않거나 집을 훼손하는 등 계약을 유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로 한정하고 있다.

쉽게 끝나지 않는 ‘봉’ 노릇

현 세입자가 2024년 1월에도 계속 살기를 원하면 임씨는 이 같은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계약 기간을 연장해줘야 했는데, 다행히 세입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간다고 해 새로운 세입자를 들였다. 계약 기간은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바뀐 임대차 3법에 따라 2024년 1월부터 2028년 1월까지로 하고 기존 보증금 5억6700만 원의 5%인 2835만 원을 올려 5억9535만 원에 전세를 놨다. 옆집 또식이 아빠는 같은 해 6월 만기에 기존 세입자가 또 재계약을 원해 전세보증금을 7억3500만 원에서 7억7175만 원으로 5%(3675만 원) 인상했다. 또식이 아빠는 2년 뒤인 2026년 6월 또 증액할 기회가 생기지만 임씨는 4년 계약을 해 2026년에는 보증금을 올릴 수 없다. 평형이 같은 임씨의 집보다 인테리어가 구식인 옆집 주인이 임씨보다 1억7639만 원의 전세보증금을 더 받고 있는 것이다. 

임씨 가족은 원래 임씨가 주택임대사업자 단기임대 의무 기간이 끝나는 2024년 3월 이후 지하철 역세권에 있는 마포 아파트로 이사 오기를 꿈꿨다. 임씨가 주거를 목적으로 이사를 원할 경우 세입자의 계약 연장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임대 의무 기간이 끝나기 전인 2024년 1월 세입자와 4년 전세 계약을 맺어 만기가 되는 2028년 1월에나 그 꿈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세입자를 내보내고 그 집에 이사하려면 5억9535만 원의 전세보증금을 내줘야 하는 점도 숙제로 남아 있다. 임씨 가족이 살고 있는 일산 아파트가 저평가된 터라 꾸준히 오르는 추세지만 현 시세로는 이 집을 처분해도 대출을 끼지 않고는 마련하기 힘든 액수다. 그 생각을 하면 임씨는 후회막급 상태에 이른다. ‘언제까지 세입자의 ‘봉’ 노릇을 해야 하나?’





주간동아 1246호 (p8~11)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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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46호

202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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