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0

2020.05.22

쿠팡보다 가파른 성장세 쓱닷컴, 이마트에 날개 달아줬다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0-05-21 11: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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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쓱닷컴의 새벽·당일 배송 물량 대폭 증가로 이마트 흑자전환

    • 신선식품, 트레이더스, 전문점 수익성 확보에서 네트워크 효과 나타나

    지난해 영업 적자를 냈던 이마트가 올 들어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이마트]

    지난해 영업 적자를 냈던 이마트가 올 들어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이마트]

    지난해 창립 이래 첫 적자 경영으로 충격을 줬던 유통업계의 공룡 이마트가 최근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자존심을 회복했다. 2011년 신세계그룹에서 분할된 이후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이마트는 올해 1분기 자회사까지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 5조210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전인 2019년 4분기 대비 7.8%,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3.4%가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8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8% 감소했지만, 100억 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한 직전 분기보다 584억 원을 더 벌어들여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점포 38곳이 일시 휴점을 강행하는 등 많은 어려움 속에서 이뤄낸 성과라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마트 흑자전환 일등공신은 신선식품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마트가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흑자를 낸 비결로 “식료품을 활용한 경쟁력 강화”를 첫손에 꼽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콕(집에 콕 박혀 생활하는 것)’과 ‘비대면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식료품 매장 및 판매 방식을 특화한 이마트의 마케팅 전략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이마트 사업부별 실적. [자료제공=이마트]

    이마트 사업부별 실적. [자료제공=이마트]

    이마트는 지난해 12월부터 단계적으로 전국 대형할인점 140개 점포의 30% 이상을 식료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단장했다. 미래형 점포로 리뉴얼한 이마트 월계점은 식료품과 음료 브랜드, 전문 식당가 등을 강화해 복합쇼핑몰 형태로 꾸몄다. 신선식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존 조직의 재정비도 단행했다. 지난해 10월 상품본부를 그로서리(식료품)본부와 비식품본부로 이원화해 상품 전문성을 강화하고 식료품의 선도를 높이고자 신선식품 담당을 신선1담당과 신선2담당으로 세분화하기도 했다. 

    이마트가 2010년부터 신성장동력의 중추로 키운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는 모든 지점의 즉석조리식품 코너에 ‘반찬존’을 뒀다. 또 축산 식품을 여느 대형마트보다 15~20%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이고 ‘프리미엄 숙성육’ 코너를 신설하는 등 육류 상품의 가성비와 품질 제고에도 공을 들였다. 그 덕에 트레이더스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8% 증가했다. 그 중 신선식품 매출은 전체의 78%에 이른다. 하반기 경기 안성점이 문을 열면 실적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노브랜드 전문점 역시 2015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올해 1분기 25억원의 흑자를 거뒀다.



    쓱닷컴, 자사는 적자지만 본사에 날개 달아줘

    이마트와 연결된 자회사 가운데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인 SSG닷컴(이하 쓱닷컴)의 활약이 돋보인다. 쓱닷컴은 신세계그룹 계열 가운데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한 신세계몰과 이마트몰을 통합한 온라인쇼핑몰로 지난해 3월 법인을 설립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소비 트렌드에 맞춘 신선식품 등 식료품 구매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 1분기 총매출 증가, 적자폭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쓱닷컴의 올해 1분기 총매출은 91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영업적자는 197억원을 기록,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으로 100억원 대에 재진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른 식료품 배송량 증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003’을 통한 물량 확대, 베이킹 센터 ‘트레 또’ 등이 쓱닷컴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1~3월 주요 온라인쇼핑업체 결제금액 비교. [자료 제공=와이즈앱]

    1~3월 주요 온라인쇼핑업체 결제금액 비교. [자료 제공=와이즈앱]

    이커머스의 경쟁력은 빠른 배송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물량 처리가 용이한 지역에 물류센터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쓱닷컴도 기존 물류센터 네오001, 네오002에 이어 지난해 12월 경기 김포시 고촌읍에 네오003을 완공하며 하루 소화할 수 있는 새벽배송 주문량이 5000건에서 1만건, 당일배송 주문량은 4만4000건에서 8만건으로 크게 늘었다. 하루 최대 300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는 쿠팡의 로켓배송에 비할 수는 없지만 쓱닷컴의 쓱배송은 최근 이커머스 시장에서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쓱닷컴 1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 [자료 제공=이마트]

    쓱닷컴 1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 [자료 제공=이마트]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인터넷 쇼핑 결제금액이 가장 높은 곳은 쿠팡이었다. 그 다음이 이베이코리아, 11번가, 위메프, 쓱닷컴 순으로 나타났다. 쿠팡의 결제금액은 1월 1.44조 원, 2월 1.63조 원, 3월 1.77조 원으로 늘었다. 쓱닷컴 역시 1월 0.39조 원, 2월 0.45조 원, 3월 0.52조 원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롯데도 온라인몰 있지만 통합 플랫폼 없어 희비 교차

    쓱닷컴뿐만 아니라 이마트의 다른 자회사들도 코로나19의 반사이익 효과로 매출성장과 수익 개선을 이뤘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1분기 매출 3385억원, 영업이익 11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13.8%, 영업이익은 500% 이상 증가했다. 신세계TV쇼핑은 매출 486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달성, 전 분기에 이어 흑자를 냈다. 올해 점포수가 209개 늘어 전국에 총 4597개점을 둔 편의점 이마트24도 적자 폭이 전년 동기보다 13억원 감소, 지속적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다. 반면 대면 서비스가 불가피한 신세계푸드와 조선호텔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신세계푸드는 외시사업과 학교단체급식에서 각각 46억원, 12억원의 적자를 냈다. 조선호텔은 전년 동기 대비 영업 손실이 92억 늘어 14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는 자사의 얼굴인 대형할인점 부문에서도 직전 분기보다 좋은 실적을 올렸다. 1분기 매출 2조7807억원, 영업이익 846억원을 달성한 것.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24.5% 감소했지만 경쟁사인 롯데마트의 매출과 영업이익 실적을 모두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상승 폭은 전년 동기보다 줄어들었다. 

    2019년 1분기 이마트의 매출은 2조8389억원으로 롯데마트(1조5924억 원)보다 1.78배 많았다. 영업이익(1120억 원)은 롯데마트(194억 원)보다 5.5배였다. 올해 1분기 대형할인점만 놓고 볼 때 이마트의 매출은 롯데마트보다 1.73배 많아 우위를 지켰다. 

    롯데마트는 이마트와 달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한 점이 이채롭다. 롯데마트가 5월 14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대형할인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0.6% 늘어 1조6023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마트 온라인몰 매출액은 42.5% 증가했으나 오프라인 이용자가 줄어 국내 기존 점포의 1분기 신장률은 –6.5%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판매관리비가 줄어 영업이익이 10.6% 늘어났다. 이마트에브리데이의 경쟁사인 롯데슈퍼는 1분기 매출 4913억원을 올렸다.

    이커머스는 미래 성장 동력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그룹 내 온라인몰을 통합한 이커머스 플랫폼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이마트의 쓱닷컴과 4월 28일 론칭된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이 대표적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온을 활용해 이커머스 영업환경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점포이 수익성 기준으로 추가적인 효율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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