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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통화스와프 다행, 문제는 재정적자”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한미통화스와프 다행, 문제는 재정적자”







[홍중식 기자]

[홍중식 기자]

바이러스가 세계 경제를 멈추게 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지구촌에 번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증시는 연일 바닥을 모르고 주저앉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로 가는 지뢰가 터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과 두려움이 번지고 있다. 

지금의 위기는 과거 우리가 겪은 두 차례의 대(大) 위기와 어떻게 같고 다른가. 한국은 이 위기를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현 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이런 질문들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대내외적 상황에서 위기가 닥치고 있다“며 “경제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침몰할 수 있다”는 강한 말로 경고했다. 

청와대 경제수석도 지낸 그는 재경부 외화자금과장,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국장을 지낸 국제 금융통이다.


“한미통화스와프, 외환위기 최후 안전판”

-19일 미국과 600억 규모 통화스와프(swap, 맞교환)이 전격 체결됐다. 

“우리로선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외화 유동성 부족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현재 우리가 확보한 외환보유액은 4019억 달러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당장 문제가 될 상황은 아니지만 요즘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안심할 수가 없다. 실물경제 침체와 금융불안이 커지는 와중에 외화까지 불안해지면 정말 최악의 상황으로 몰릴 수가 있는 데 이번 조치로 외환시장 안정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의 결정적 계기도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이었다”고 했다. 

“당시 우리는 외환보유고가 20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냐 말 것이냐 노심초사하고 있었는데 미국과의 찰떡공조로 통화 스와프를 해결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국은 2008년 2600억 달러 수준이던 외환보유액이 2005억 달러까지 줄어들자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외환시장을 방어했다. 이번의 절반 규모다.” 

-통화 스와프의 의미가 그렇게 중요한가. 

“한미 스와프는 우리 중앙은행이 원화를 주면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무조건 달러로 바꿔주는 것이다. 통화 헤게모니를 가진 미국과 스와프가 체결되면 외환위기를 막는 최후 안전판을 준비했다고 보면 된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과 스와프 계약을 해놓으면 만일의 경우 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한국 자본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투기세력이 공격을 멈춘다. 전쟁에 비교하면 병력과 실탄이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것과 같다. 그만큼 미국과의 통화스와프가 중요하다. 

97년 외환 위기에 빠지기 직전 김영삼 정부는 미국 일본과 관계가 별로 좋지 않았다. 일본에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했고 클린턴 대통령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막상 외환위기가 터져 임창렬 경제부총리가 일본을 비밀리에 찾아가 통화 스와프를 요청했지만 일본은 미국이 반대한다며 거절했다. 결국 외환위기를 맞았다. 동맹국은 안보적으로도 중요하지만 경제위기 상황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0%대 금리정책은 성급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대로 내렸는데. 

“플러스 효과보다 마이너스 효과가 크리라고 본다. 전통적으로 금리 인하라는 게 투자비용을 낮춰서 수요를 촉진하는 건데 지금 좌우 어디를 둘러봐도 기업이 투자 생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 않은가. 

내수 소비를 자극할 수 있다고도 하지만 이자 소득도 덩달아 줄기 때문에 쓸 돈도 별로 없다. 지금은 금리 인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양적 완화를 통해서 어려운 산업을 콕 집어 돈을 필요한 곳에 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 환경을 고려해볼 때에도 어느 정도 금리를 유지해야 한국에서 돈이 빠져 나가지 않는다. 우리 금리만 너무 낮으면 돈이 빠져 나가 최악의 경우 외환위기가 올수 있다. 현재 우리 수준은 0.75%인데 미국이 0~0.25%니까 0.5%차이다. 컨트리 리스크를 감안할 때 미국보다도 낮다고 볼 수 있다. 

금리인하는 이처럼 돈의 국제적 흐름을 보아야 하는데 너무 경기적인 측면만 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려 금융은 물론 실물 같은 자산시장에. 더 심한 왜곡을 낳을 수 있다. 금리인하는 최후의 방어선인데 너무 성급했다고 보여 진다.” 

-다시 금융위기가 오는 것은 아닌지 공포감이 크다. 97년과 2008년 위기가 어떤 양상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 위기가 닥친다면 우리 경제는 97년이나 2008년보다 훨씬 더 큰 재앙을 맞을 수 있다. 신중하고 예민하게 시장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위기 폭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97년 위기는 아시아 중심의 위기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으로 개방경제로 전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폐쇄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거시경제정책 실패가 위기의 원인이었다. 

그런데도 우리가 잘 헤쳐 나올수 있었던 건 당시 세계경제가 대호황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럽은 물론 중국 경제도 10% 고성장이었다. 위기를 당해도 외화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면 바로 V자로 회복할 수 있었던 건 그 때문이었다. 한국이 98년 마이너스 6% 성장을 했지만 이듬해 11% 고성장을 했던 동력이었다. 

다시 금융위기가 온다면 선진국 발(發) 위기라는 점에서 2008년과 유사해 보인다. 수출이 막히고 외국인들이 자기들도 어려우니까 우리 금융시장에서 돈을 빼가 버리기 때문에 실물과 금융 모두에 타격이 온다. 2008년 한국은 비교적 선방했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로 대내외 환경이 그때보다 좋지 않다는 점이 걱정이다. ” 

-어떤 점에서 그런가. 

“산업 부분에서 중국이 너무 컸다. 과거 위기 때에는 우리 산업이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환율정책을 써서 원화가치를 내리면 무역 수지가 금방 회복됐다. 위기가 닥쳐도 회복이 빠른, 이른바 복원력이 높았다는 거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워낙 쫓아와 있어서 우리가 가격을 내리면 중국은 더 내린다. 과거에는 일본하고만 싸웠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여기에 한국은 현재 산업을 도와주는 정책보다 어렵게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주 52시간, 최저임금 정책은 너무 빠르고 경직적이어서 기업가 정신과 근로자 정신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 기업의 날개를 달아주지 못할망정 날개를 붙잡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위기라는 파고를 넘기엔 안팎으로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현재 경제정책 중 재빨리 전환이 필요한 것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면 재조정이 필요하다. 현재 부동산 정책은 공급도 늘리지 않고 과도한 세금을 통해 경기 하방을 가속화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건설시장은 당연히 얼어붙었고 지역 규제를 하다보니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적어도 부동산 정책을 통한 부양은 못하더라도 경기를 침체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게 세팅할 필요가 있다. 시장 논리에 맞게 수요 규제를 풀고 공급확대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부동산 폭락은 단순히 다주택자들만의 고통이 아니다. 다주택자 응징은 평화 시대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부동산을 담보로 소비금융을 해온 은행들이 힘들어진다. 은행건전성비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폭발력이 있기 때문이다.”


재정적자 상황에서 처음 맞는 위기

그는 “무엇보다 현 정부가 한국 경제의 취약성에 관한 대응책을 거의 마련하지 않고 오히려 이미 갖고 있던 대응 수단까지 던져 버리며 ‘실물경제 파괴정책’을 지속하고 있는데 가장 큰 우려가 ‘재정 정책’”이라고도 했다. 

“지난 두 차례 위기에 비교해 볼 때 또 다른 비관적인 요소는 한국경제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인 재정 건전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는 시점에서 맞는 위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위기가 터졌을 때 외국에서 돈을 바꾸거나 빌려줄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기초 체력이다. 99년 외환위기 때 점령군처럼 들이닥쳤던 국제통화기금(IMF) 관계자들이 우리 재정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다름 아닌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4%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이후 재정을 적극 풀어 경기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외환 위기가 왔을 때 체력이 약한 나라들은 국가 기간산업을 파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98년 위기 때 이런 걸 막을 수 있었던 건 이처럼 재정건전성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재정지출의 급격한 증가로 올해는 재정 적자를 볼 전망이다. 내년에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공공 부문 부채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기를 맞는다면 한국의 알토란같은 기업들이 다른 나라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경제팀에 조언한다면.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을 절대 버려야 한다. 마스크 정책만 해도 전체주의 배급경제를 흉내낸 거 아닌가. 민주주의 시장경제 아니다. 경제 정책을 짜는 상상력의 패러다임 자체가 의심스럽다. 

이런 사람들의 경제 보는 눈으로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생각이야 다를 수는 있지만 전 세계가 공통된 상황에 직면했을 때는 전 세계 공통논리인 시장 원리에 따라 가야 한다.”






주간동아 2020.03.20 1231호 (p6~9)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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