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23

2020.01.17

특집 | 새해 한국 경제 전망

부동산發 가계부채, 성장 발목 잡는 임계점 도달

경제 최대 위험 요소는 부동산시장 둘러싼 가계부채, GDP 대비 97% 넘어 2~3년 성장에 걸림돌

  •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

    입력2020-01-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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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뉴시스]

    2017년이 글로벌경제의 성장 랠리가 일어난 해라면 2019년은 반대로 수축 랠리가 일어난 해였다. 글로벌경제의 동반 성장과 수축은 세계교역 성장세에서 비롯한다. 2017년 세계교역은 전년 대비 5.2% 상승했으나 2019년에는 1.1% 상승에 그쳤다. 이 차이가 세계경제 성장률의 2017년(3.0%)과 2019년(3.7%) 차이를 설명한다. 2017년에는 세계교역이 글로벌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다면 반대로 2019년에는 끌어내린 것이다.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의 부제는 ‘글로벌 제조업의 침체와 높아지는 무역장벽’이었다. ‘세계교역→글로벌경제’의 인과관계를 고려하면 ‘높아지는 무역장벽으로 글로벌 제조업이 침체되고 있다’고 풀어 쓸 수 있을 것이다. 

    경기순환을 판단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2009년 6월 시작해 127개월째 지속되는 확장기는 1991년 3월부터 시작된 120개월을 제치고 매달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그런 미국도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7월부터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 침체의 원인이 되고 있는 무역장벽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비롯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양국이 휴전을 선언했을 때 주식시장은 환호했다. 그러나 이 휴전으로 2020년 글로벌경제가 2017년의 성장 랠리를 재연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지난해 10월 IMF는 2020년 글로벌경제는 3.4%(7월 전망 3.5%), 세계교역량은 3.2%(7월 전망 3.7%)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0년 세계교역량은 1.6%, 글로벌경제도 2.9%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같이 2020년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은 휴전이 곧 종전은 아니라는 인식에서 비롯한다. 언제든 무역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은 종전 아닌 휴전 상황

    중국이 글로벌경제의 수축 랠리에도 수출이 다소나마 증가한 것은 수출시장 점유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AP=뉴시스]

    중국이 글로벌경제의 수축 랠리에도 수출이 다소나마 증가한 것은 수출시장 점유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AP=뉴시스]

    실제로 필자가 만난 중국 정책연구자들이나 경제 전문가들은 가까운 장래에 종전이 가능하지 않다고 믿고 있었다. 휴전은 미·중 무역갈등을 봉합할 뿐이며, 앞으로도 양국 간 기술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술전쟁은 글로벌 공급사슬을 재편해 지정학적 위험이 경제적 효율성을 희생할 것임을 예고한다.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가 “무역전쟁 휴전이 미국이 자해를 멈추는 것으로 눈높이를 낮춘다면 긍정적이지만, 무역을 확대하고 시장을 개방하며 더 높은 수준의 국제기준을 마련하는 것으로 눈높이를 높인다면 시간만 낭비했을 뿐”이라고 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경기순환상 2020년 중국과 미국의 경제성장이 2019년보다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IMF는 중국은 2020년 5.8%, 미국은 2.1%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0년이 2019년보다 낫다는 전망은 신흥국과 저소득국가의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4.6%)에 근거한다. 선진국은 지난해(1.7%)와 같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무역전쟁 휴전으로 글로벌경제의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제거됐으며 국제교역량도 2019년보다 늘어나겠지만 성장의 혜택은 신흥국과 저소득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10년 이상 초저금리 하에서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경제가 횡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스웨덴만 마이너스 금리에서 제로 금리로 정책금리를 인상했을 뿐이다. 통화정책 무용론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은 2020년 우리나라가 전년 대비 0.3%p 증가한 2.3%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총수요 가운데 소비는 전년 대비 2.1%(이하 2019년 1.9%), 설비투자는 4.9%(-7.8%), 건설투자는 -2.3%(-4.3%), 수출은 2.2%(-0.4%), 수입은 2.4%(-1.6%) 성장할 것으로 각각 예측했다. 2020년이 전년보다 나은 것은 상당 부분 2019년 글로벌경제의 수축 랠리 기저효과 때문임을 유추할 수 있다. 

    수출 회복은 제조업 고용을 늘리는 한편, 전체 고용의 질도 개선할 것을 예고한다. 고용은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다. 2019년 인구 대비 취업인구를 뜻하는 고용률은 전년보다 증가했으며, 특히 8월부터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30만∼40만 명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음에도 취업시간은 오히려 감소했다. 주36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 수는 감소하고 36시간 이하, 특히 17시간 이하 취업자 수가 크게 증가한 탓이다. 

    전망은 예측의 오차를 동반한다. 예측의 오차는 예측모형의 오류 때문일 수도, 예측 당시에는 알 수 없던 사건 때문일 수도 있다. 따라서 예측의 오차를 초래할 수 있는 대내외 위험 요소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이 시장 논리가 아닌 두 나라 간 타협인 만큼, 주요 수출국인 우리나라와 일본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의 주장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수출이 당초 전망만큼 늘어나지 않을 개연성 때문이다.

    수출이 예상만큼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

    달러화의 향배는 세계교역량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왼쪽).
부동산시장이 활황일 때 가계 부문의 자산과 부채가 부풀려지고, 불황일 때는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소비를 제약한다. [뉴스1]

    달러화의 향배는 세계교역량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왼쪽). 부동산시장이 활황일 때 가계 부문의 자산과 부채가 부풀려지고, 불황일 때는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소비를 제약한다. [뉴스1]

    달러화의 향배는 또 다른 불확실성을 야기한다. 미국은 구매력 기준으로 전 세계 GDP의 15% 남짓에 머물지만, 달러화는 한국과 중국 간 무역결제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위상을 가진다. A국과 B국의 무역에 제3국인 미국 달러화가 결제통화로 사용될 때 두 나라 간 환율 조정은 교역 조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지출 전환 효과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 대신 달러화 환율 상승 시 두 나라의 미국으로부터 수입, 나아가 두 나라 사이 교역량도 감소한다. 달러화 환율 상승이 양국의 구매력을 감소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타 고피너스(Gita Gopinath) IMF 조사국장 등 연구진에 따르면 1% 달러화 절상(절하) 시 세계교역량은 0.6% 하락(상승)하는 추세가 나타난다. 따라서 달러화의 향배는 세계교역량에 중요한 변수가 되며,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통화정책이나 안전자산 선호를 동반하는 지정학적 위험이 그것을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도 중요한 위험 요소다. 실물경기가 확장과 수축을 하듯이 부동산경기도 순환하며, 실물경기와 상호작용으로 국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투자는 주택담보대출 같은 레버리지를 동반하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이 활황일 때 가계 부문의 자산과 부채가 부풀려지고, 불황일 때는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소비를 제약한다. 

    IMF 연구진의 국가패널분석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과다할 때 소비가 위축되며, 가계부채가 증가하면 단기적으로는 성장·소비·고용에 긍정적이나 2~3년 후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을 억제하는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한다. 가계부채가 GDP 대비 36~70%의 임계치를 넘어설 때 부정적인 효과가 강하게 일어나며, 100%를 넘어설 때 성장 기여도는 부(-)의 값을 가진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이미 2006년 말 GDP 대비 70%를 넘어섰으며, 2018년 말 GDP 대비 97.7%에 달했다.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가계부채는 수요 측면에서 한국 경제의 위험 요소다.

    생산성 정체는 공급 측면에서 위험 요소

    한편 생산성 정체는 공급 측면에서 위험 요소다. 노동, 자본, 토지 등 다양한 생산 요소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요소생산성은 글로벌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후 대침체기에 진입하면서 심각한 정체가 일어났다. 이 현상은 GDP 대신 기업 또는 산업 데이터에 기반해 측정한 기업별, 산업별 총요소생산성에서도 확인되며, 총요소생산성 정체가 후행기업군과 제조업에 집중적으로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생산성 정체는 수출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추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크게 증가한 수출은 수출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가운데 일어났다. 수출 증가는 글로벌경제의 성장 랠리로 수입 수요가 크게 증가한 데서 기인했다. 

    이 현상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지난해 3분기 동안 중국과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은 대조적이다.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은 3420억 달러(약 396조3438억 원)로 전년 동기(9326억 달러)보다 엄청나게 감소했으며 대미 흑자도 2632억 달러(약 305조224억 원)로 반 이상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상품 수출은 1조7952억 달러(약 2080조4572억 원)로 전년 대비 오히려 늘어났다. 중국이 글로벌경제의 수축 랠리에도 수출이 다소나마 증가한 것은 수출시장 점유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 수출은 4183억 달러(약 484조4750억 원)로 전년 동기(4672억 달러)보다 489억 달러 감소했다. 추정컨대 수출이 감소한 것은 글로벌경제의 수입 수요 감소뿐 아니라 시장점유율도 낮아진 데 원인이 있다. 그러므로 2020년 세계 수출시장이 상당히 회복된다 해도 우리나라 수출은 크게 증가하지 못하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수출 경쟁력 하락이 곧 생산성 하락을 가져오고, 생산성 하락은 저성장을 낳는다. 앞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한국 경제의 저성장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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