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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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유승민은 ‘깐부’다

[김수민의 直說] 당내 경선에서 맞수 이미지 부각… 상대방 지지도 오를수록 유리

  • 김수민 시사평론가

    입력2022-04-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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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1월 20일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스1]

    2017년 11월 20일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스1]

    한국 지방선거는 전국 선거다. 여러 부문, 여러 지역 선거가 한날한시에 치러진다. 광역단체장 선거가 기초의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끼치고, 어떤 지역의 상황이 다른 지역으로 파급된다. 특정 지역에서 누가 공천받는지가 다른 지역 선거를 좌우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지사 선거와 대구시장 선거는 6·1 전국동시지방선거(지선)의 바로미터다. 두 지역은 대선 주자였던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과 홍준표 의원이 출마한 곳이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변인이던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 유영하 변호사가 출사표를 던진 지역이다. 대선 승자는 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만, 경기도는 3·9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이긴 곳이다. 이곳의 승패가 지선 결과의 바로미터가 되는 이유다.

    유승민 위협하는 김은혜

    대구는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역시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국민의힘 내부 구도가 어떤지 전국에 알리면서 국민의힘이 외연을 확장할지, 민주당에게 반사이익을 안길지 그 신호를 보낼 곳이기 때문이다.

    대구 유 변호사와 경기 김 의원은 각각 국민의힘 내에서 앞서 나가던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을 위협하는 대항마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들이 먼저 누르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추격 주자들이다. 근래 대구지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대구시장 선거 선두주자가 홍 의원임을 부인할 수 없다. 홍 의원은 ‘비박’(비박근혜) 이미지가 강하면서도, 지난 대선에서 당내 및 지역 내 기반이 약하다는 걸 보여줬다. 추격 주자인 김재원 전 최고위원 입장에서는 ‘친박’(친박근혜) 결집이 필요하고 그에 더해 ‘친윤’(친윤석열) 결집까지 노려야 한다. 하지만 유 변호사의 출사표와 박 전 대통령의 후원으로 강성 친박이 똘똘 뭉침으로써 김 전 최고위원의 실재적·잠재적 표밭부터 갈라지고 있는 형국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경인일보’ 의뢰로 4월 8일부터 이틀간 경기 거주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도지사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김 의원은 17.6%로 유 전 의원(14.6%)과 김 대표(13.7%)를 살짝 앞섰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기할 만한 점은 이런 와중에 강용석 전 의원(3.8%), 심재철 전 의원(0.4%), 함진규 전 의원(0.2%) 같은 국민의힘 주자들이 군소후보로 묶여버렸다는 점이다. 심 전 의원은 끝내 선거를 포기하고 김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그렇다면 유 변호사와 김 의원의 확장성은 어떨까. 항간에서는 유 변호사와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단일화하면 홍 의원이 국민의힘 경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단일화한 후보의 지지율이 단일 후보에게 모두 몰린다는 보장은 없다. 더구나 국민의힘 경선에는 일반 시민 여론조사 결과도 포함되며,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쪽도 여론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변수다. 대구에도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시민, 국민의힘을 지지하지만 ‘친박 청산’을 바라는 지지층, 박 전 대통령에 온정적이지만 그의 정치적 부활은 바라지 않는 이가 있다. 이들이 홍 의원에게 쏠리게 될 개연성이 크다.

    친박계 인사 두드러져

    물론 유 변호사에게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김 전 최고위원의 지지율을 추가로 깎아 흡수하고, 그 기세로 홍 의원을 소극적으로 지지하던 이들의 일부를 지지세에 편입시킬 수도 있다. 대중 여론조사에선 뒤져도 당원투표에서 만회 내지 극복할 수 있다. 다만 ‘당심’이 관건이다. 그렇잖아도 이번 광역단체장 선거 도전자 중에는 유정복(인천), 김진태(강원), 김태흠(충남), 이정현(전남) 등 친박계 출신 인사가 눈에 띄는 편이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 최측근인 유 변호사가 가세할 경우 박 전 대통령 파면을 거치며 국민의힘에게 돌아선 전국 유권자들이 다시 한 번 국민의힘을 거부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점을 국민의힘 당원들은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 유 변호사의 진로도 여기에 달렸다.

    김은혜 의원은 유 변호사보다 홀가분하다. 친박 출신이 아닌 데다 새로 대통령이 될 윤 당선인과 결부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출마 선언 후 페이스도 순조로운 편이다. 심 전 의원은 중도 하차와 함께 김 의원 지지 선언을 했다. 그러나 한 가지 큰 걸림돌이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 비지지층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외연 확장성’이 크다는 뜻이다. “유승민이 나가야 이긴다”는 생각이 당내로 퍼져나가면서 김 의원의 당내 지지도가 낮아지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경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민주당 경선 분위기다. 국민의힘에서 유 전 의원이 그러하듯, 민주당에도 당내 기반은 약하되 외연 확장성은 높은 주자가 있다. 지난 대선 직전 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 대열에 합류한 김동연 대표다. 김 대표의 당내 경쟁 승산이 높을수록 유 전 의원의 입지도 넓어진다. “김동연을 이길 자,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것이다. 거꾸로 유 전 의원의 경선 통과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김 대표 역시 “유승민을 이길 자, 누구냐”고 더 크게 외칠 수 있다. 결국 두 사람은 당내 경선 통과 전까지는 ‘깐부’인 셈이다. 이는 묘하게도 지난해 대선 경선 당시 ‘윤석열-이재명’의 ‘동반 상승-하락’ 관계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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