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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뢰 제거된 철원, 수로 조사된 김포… 北 기습 남침로 될 가능성 크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자동 개입? 그런 기대는 난센스”

“지뢰 제거된 철원, 수로 조사된 김포… 北 기습 남침로 될 가능성 크다”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지난해 4·27 판문점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를 계기로 한반도에 본격적인 평화가 왔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다른 쪽에서는 겉으로는 평화가 찾아온 듯하지만 실제로는 북한의 기습 도발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우려한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전 원장)는 북한의 기습 도발 가능성을 가장 실감 나게 주장하는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다. 박 교수는 “지뢰가 제거되고 GP(감시초소)가 철거된 철원과 남북이 공동으로 한강수로를 조사한 김포 등을 통해 북한이 기습 남침을 감행할 수 있다”며 “우리 군이 즉각 대응하지 않고 상부 보고에 더 신경 쓰느라 초동대응에 실패해 북한이 서울을 점령하고 미군이 핵·미사일 위협으로 한국에서 철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사 출신에 대령으로 예편한 박 교수는 왜 그토록 북한의 기습 도발을 우려하는 것일까. 9월 18일 오전 박 교수를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에서 만났다. 

북한 평양에서 남북이 군사합의서에 서명한 지 1주년이 됐습니다. 군사합의가 어느 정도 지켜졌다고 봅니까. 

“합의서가 지켜졌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에요.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상황에 전혀 변화가 없는데, 어떻게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얘기할 수 있나요. 이웃집이 총을 갖고 있고 나는 총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평화가 온 건가요? 평화는 총을 가진 쪽이 공격을 결심하는 순간 깨지는 겁니다. 총 가진 사람이 싸움을 걸면 총 없는 사람은 죽거나 굴복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북한이 핵을 가진 상황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평화가 가능하다는 비논리적인 생각에 빠져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미국이라는 보안관을 믿기 때문은 아닐까요. 북한이 만약 공격해오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국이 우리를 도와줄 거라는…. 

“북한이 우리를 공격했을 때 미국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죠?” 

우리나라에는 2만8000명의 미군과 그 가족이 있습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미국이 자국 군대와 자국민이 위험에 빠진 상황을 방치할까요. 

“우리가 막대한 국방비를 들여 자주국방에 힘쓰는 이유는 한미동맹에도 미국이 우리를 도우러 오지 않을 때에 대비하려는 것 아닙니까.” 



박 교수는 한미동맹이 흔들리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자동으로 개입할 개연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동맹국이라도 자국에 더 큰 해를 끼칠 것 같으면 동맹을 포기하는 것이 국제관계입니다. 미국은 과거 대만과 동맹관계였지만 중국이 핵무기를 개발한 이후 자국 이익을 지키고자 대만을 버렸어요. 만약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실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 미국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까지 우리를 도우려 할까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손해를 감수하면서 동맹을 유지하려 들까요.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연루되면 자칫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 보고 개입을 꺼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로 회귀하는 현 상황에서 동맹국이니까 우리를 무조건 도우리라 생각하는 것은 난센스예요. 한미동맹을 다양한 방법으로 강화해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발을 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국익을 지키는 길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미동맹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습니까.”


SCM 공동보도문에서 빠진 ‘핵우산’

2018년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18년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 교수는 지난해 한미안보협의회의(Security Consultative Meeting·SCM) 이후 발표된 공동보도문에 ‘핵우산’이라는 용어가 사라진 것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한미 국방장관이 참여한 SCM 이후 핵우산과 미사일 방어력이 언급됐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핵우산이라는 용어가 사라졌어요. 이게 뭘 의미할까요.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가급적 외국 일에 연루되는 상황을 피하려 하고 있어요. 북한 핵무기가 미국 본토에 떨어질 것 같으면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 하지 않을 공산이 커요. 보수 진영에서 한미동맹을 그토록 강조하는 것도 미국이 결정적 순간에 우리를 포기할지 모르니 다양한 방법으로 동맹의 끈을 강화해 발을 뺄 확률을 줄여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죠. 최악의 경우 미국이 우리를 돕지 않을 수 있으니 북핵에 맞서 자주 국방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거고요.” 

문재인 정부는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렇게 얘기할 수 있죠. 그렇지만 언제까지 북핵 문제를 해결할지 기한을 정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1년 뒤? 아니면 2년 후면 북핵 문제가 해결될까요?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다 써버린 뒤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사정이 있어 비핵화를 못 했다’는 식의 변명이 통할까요. 대화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한민국이 치러야 할 대가는 더 커집니다. 북한은 지금도 핵무기를 만들고 있고, 미사일 성능도 강화하고 있어요. 북한 핵·미사일은 인체의 암 덩이에 비유할 수 있어요. 이대로 놔두면 우리 목숨을 앗아갑니다. 암 덩이가 몸 안에서 자라는데 수술을 안 하고 항암치료도 거부한 채 대체요법(대화)으로 치료한다고 합니다. 좋습니다. 1년 정도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만약 안 되면 어떻게 책임질 건가요. 제재로 압박하고 군사적 옵션도 고려해 북핵이라는 암 덩이를 당장 제거해야 하는데, 대화로 된다 된다 하면서 시간만 끌다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그때 가서 미안하다고 할 건가요. 그러고도 평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안 됐다고 변명할 건가요.”


헌법 제66조 2항에 명시된 대통령의 책무

남북은 공동 유해 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작업을 하고 있는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에 전술 도로를 연결했다. [뉴시스]

남북은 공동 유해 발굴을 위한 지뢰 제거 작업을 하고 있는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에 전술 도로를 연결했다. [뉴시스]

박 교수는 “국가 안보는 어느 한 사람이 책임질 수 없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1%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영세중립국인 스위스가 눈에 보이는 위협이 없어도 국민 개병제로 스스로를 지키려 노력하고 핵 대피소를 만든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화를 통한 북핵 폐기가 최종적으로 불가하다고 판단되면 우리 국민이 선거를 통해 심판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합리적으로 정리된다면야…. 그런데 여론은 감정에 쉽게 흔들리는 특징이 있어요. 감정에 휩쓸리는 것을 정부가 이성적으로 바로잡아야 하는데, 지금 정부는 어떤 점에서는 여론보다 더 감성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그래서 일부 국민이 불안해하는 겁니다. 이성과 합리에 의해 여론이 형성되고 정부 정책이 결정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았던 게 우리 역사 아닌가요.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얼마나 많은 백성이 걱정했나요. 율곡 선생은 10만 양병론을 주창하기도 했고요. 그런데도 왜란을 막지 못했습니다. 6·25전쟁 때는 어땠습니까. 당시 신성모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남침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만약 북한이 남침한다면 아침은 서울에서 먹고,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먹겠다고 호언장담했어요. 결과는 어땠나요. 지금 역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감상적 통일론에 빠져 있는 국민을 이끌어야 할 정부가 그걸 더 부추기고 있으니 걱정인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튼튼한 안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말로는 튼튼한 국방을 얘기하고 북핵에 대비한다고 하죠. 그런데 실제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가 무산됐을 때를 위한 플랜B가 보이지 않아요. 허버트 맥매스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어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미동맹을 와해하고 한반도를 적화통일하려는 것’이라고. 우리 정부는 과연 북한의 적화야심을 막아낼 대비책을 갖고 있나요. 안보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 일입니다. 자살하는 사람은 봤어도 자살하려는 나라는 처음 본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 아닌가요. 답답한 일입니다.” 

박 교수는 “헌법 제66조 2항은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의 수호라는 대통령의 책무를 명기해놓고 있다”며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은 이 헌법 조항을 수행하고자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실제로 남한을 기습적으로 침략해올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철저히 대비해야죠.” 

박 교수는 남북군사합의 이후 철원에서 지뢰를 제거하고 GP를 철거한 일, 그리고 남북이 공동으로 한강수로를 조사한 것 등이 좋지 않은 조짐이라고 말했다.
 
“유해 발굴하겠다며 군사분계선 주변의 지뢰를 제거하고 GP를 철거했죠. 지금 북한이 유해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나요. 민간 이용을 구실로 한강수로 조사를 북한이 먼저 제의했다고 하죠. 조사만 하고 지금 한강수로를 민간이 이용하고 있나요. 수로 조사는 한강 도하를 위해 수로를 파악하려는 구실이었을 수 있습니다.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 침공을 위해 아르덴 고원을 건넌 것처럼, 북한군이 한강을 건너 김포를 거쳐 서울로 들어오면 막아낼 수 있을까요. 지뢰를 제거하고 GP까지 없앤 뚫린 길로 북한군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밀고 내려올 수 있어요. 군사합의 요구 자체가 기습 공격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북한은 휴전 이후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적화통일 목표를 폐기했다고 밝힌 적이 없어요. 오히려 자신들이 건설한 사회주의를 남한으로 확대하겠다고 주장해왔죠. 무슨 근거로 북한의 기습 공격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대대적 평화 공세 취할 때가 가장 위험”

만약 북한이 도발한다면 그 시점이 언제쯤일 거라고 봅니까.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대대적으로 평화 제스처를 취할 때가 있을 겁니다. 그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봅니다. 공격하기 전 상대를 이완시키고자 평화 공세를 취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걸 주의해서 봐야죠. 공격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을 향해 연말까지 셈법을 바꾸라고 요구했습니다. 연내 북·미 대화에서 가시적 성과가 없으면 내년에 북한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그런 얘기 자체가 기만인지 어찌 압니까. 공격 능력을 갖춘 상대방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선 안 됩니다. 의도를 따지지 말고 능력을 봐야 합니다. 상대가 도하장비를 갖고 있으면 도하에 대비하고, 화학무기를 갖고 있으면 거기에 대비하는 것이 유비무환의 태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대비책을 갖고 있나요.” 

북핵에 맞서려면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그것도 하나의 대비책이 될 수는 있겠죠. 그러려면 평소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단기간에 핵을 가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죠. 그런데 지금 그런 준비를 하고 있나요. 로마시대부터 서양에서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에 대비하라’는 격언을 금과옥조처럼 여겼어요. 세계 대다수 국가가 이 격언을 되뇌면서 전쟁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습니다. 동양에도 ‘나라가 비록 평안하다 해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로워지게 된다’는 말이 있어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지금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요?”






주간동아 2019.09.20 1206호(창간기념호②) (p22~25)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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