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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검찰개혁 명분 삼아 총반격? 임명 논란은 총선에 영향 미칠 가능성

생활기록부 유출, 검찰개혁 스모킹 건이 될 수도

검찰개혁 명분 삼아 총반격? 임명 논란은 총선에 영향 미칠 가능성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월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월 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스1]

2017년 5월 10일 임기가 시작된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11월 9일이면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게 된다. 지나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5년 임기의 마지막 1년은 차기 대선에 온통 관심이 쏠리기 때문에 차분히 국정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역대 정부들은 당초 공약과 목표로 설정한 국정과제를 완수하고자 임기 반환점을 돌기 전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3년 차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밀어붙였고,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완수에 매진했다. 

문재인 정부는 어떨까. 취임 직후부터 단행한 적폐청산 작업을 제외하면 지난해 최고 치적으로 꼽히는 남북관계가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최근 경제 상황까지 악화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국민에게 제시할 국정개혁 성과물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올해 하반기 정부 여당은 사법개혁, 특히 검찰개혁에 집중할 공산이 크다. 제도개혁을 통해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민주개혁을 이뤘다는 점을 국민 앞에 국정 성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작성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견제와 균형을 통한 권력기관 정상화와 평등한 법정의 실현으로 공정한 나라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소명이다.’ 

검찰개혁은 100개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소명’으로 여길 만큼 핵심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논란에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출신인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검찰개혁이라는 핵심 국정과제 수행의 적임자로 보기 때문.


문재인 정부의 소명

9월 4일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9월 4일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조 후보자는 장관에 지명된 이후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공정한 나라의 기틀’을 마련할 적임자가 아니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가족 참여 사모펀드가 투자한 회사의 관급 공사 수주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고, 동생과 전 제수씨가 연루된 웅동학원 채권양수 소송은 동생 부부의 위장 이혼 및 배임 의혹으로 번졌다. 그뿐 아니라 조 후보자의 딸이 논문 제1저자에 오르는, 납득하기 어려운 스펙으로 명문대에 입학한 것 아니냐는 입시 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여기에다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장학금을 받은 데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먼저 제기됐던 연쇄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의 꼬리를 물고 있는 형국이다. 조 후보자의 딸이 쓴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동양대 표창장과 인턴 활동 증명서, 해외 봉사활동 등이 허위 스펙이라는 의혹도 연쇄 고리를 잇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각종 의혹에 휩싸인 조 후보자를 향해 “조 후보자가 가야 할 곳은 장관실이 아니라 검찰 조사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검찰도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의혹이 제기된 단국대, 부산대, 공주대, 한영외고, 웅동학원 등 수십여 곳을 압수수색해 증거물 확보에 나섰고, 관련자 소환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야당으로부터 ‘의혹 종합선물세트’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조 후보자는 과연 법무부 장관에 오를 수 있을까. 정치권에서는 “조 후보자가 비리 의혹에 연루됐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장관에 임명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법정 시한 내 열리지 못하자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8시간 넘게 소명한 조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할 리 없다는 점에서다. 그뿐 아니라 문 대통령도 지명을 철회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문 대통령은 9월 1일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 순방을 떠나면서 당·정·청 주요 인사들에게 “대학 입시 제도를 손보라”고 지시했다. 이를 두고 입시 특혜 의혹에 휩싸인 조 후보자 딸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대입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대통령의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권 한 인사는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는 인사검증이라기보다 신상 털기에 가깝다”며 “사법개혁, 검찰개혁을 막기 위한 저항의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 후보자를 지명한 문 대통령과 조 후보자는 검검 등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공유하고 있다”며 “인사청문회 등 법이 정한 절차가 마무리되면 조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정적 흠결이 불거지지 않는 한 조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렇다면 조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된 후에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석 ·  국 대전 발발 변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9월 1일 동남아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9월 1일 동남아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뉴시스]

조 후보자가 장관으로 신분이 바뀌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후보자는 하지 못하는 일을 장관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검찰에 대한 인사와 수사지휘권 발동 등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사철이 지난 시점에 장관이 바뀌었다고 갑작스럽게 검찰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 자칫 인사에 불만을 품은 인사들의 조직적인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 국민적 명분이 있는 대형사건이 아닌 한 수사지휘권 행사 역시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만 심화할 공산이 크다. 조 후보자는 9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관직에 오른다면 가족 등에 대한 수사 보고를 금지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조 후보자가 주변인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 가능성을 스스로 일축한 것이다. 

결국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 조사를 벌인 검찰이 꺼내놓을 수사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조 후보자 주변인들이 사법처리되는 경우를 예상해볼 수 있다. 이는 의혹이 사실로 입증됐다는 것을 뜻하기에 조 후보자의 장관직 수행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제가(齊家) 못 한 장관의 치국(治國)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격으로 검찰 수사 결과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는 경우를 예측해볼 수 있다. 

‘문제가 많다’는 국민이 다수를 점한 상황에서 아무리 검찰이 수사를 통해 조 후보자와 주변인에 대한 무혐의를 밝혀낸다 해도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국민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조 후보자 주변인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특검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9월 4일 “야당들과 조 후보자 일가의 부정비리 의혹을 규명할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조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면 사태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후보자 시절에는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야당과 언론 등이 거세게 조 후보자를 몰아붙일 수 있었지만, 조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고 나면 ‘조국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점에서다. 특히 야당이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나와서는 안 될 자료’가 유출됐다는 점이 국면 전환의 계기로 작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조 후보자 딸의 고교 생활기록부가 그것이다. 생활기록부는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외부로 유출될 수 없는 철저한 개인자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조 후보자 딸의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영어성적을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자료 출처를 둘러싸고 여권에서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유출한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당사자인 조 후보자의 딸도 경찰에 ‘자료 유출자를 처벌해달라’고 고발장을 낸 상태다. 조 후보자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이라는 사명을 앞세워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마당에 그 딸이 자신의 생활기록부 유출 의혹을 경찰에 고발한 상황은 앞으로 전개될 조국 사태 제2막의 서곡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조 후보자 딸의 생활기록부를 열람한 정황은 본인이 입시 목적으로 발급한 것 외에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열람된 것이다. 이에 경찰이 수사력을 집중해 누가 조 후보자 딸의 생활기록부 유출에 관여했는지 밝혀낸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수 교대 가능성

9월 4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에 합의한 뒤 국회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9월 4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최에 합의한 뒤 국회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인사청문회 실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된 시점에 검찰이 압수수색 카드를 꺼내 들자 야당에서는 크게 반색한 반면, 여당 지지층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다시 결집하기 시작했다. 조 후보자 주변인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검찰 왕국’을 유지하기 위한 총체적 저항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 공지영은 “검찰 쿠데타 상황”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 기밀 누설죄로 처벌해달라’는 요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고,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총장 윤석열, 경고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윤 총장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조 후보자 주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검찰 쿠데타’의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며 윤 총장이 검찰조직 보호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임무영 검사의 글과 관련해 “검찰 내부의 반개혁적 움직임에 대한 관리, 감독 그리고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윤 총장에게 우선적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윤 총장에게 “조 후보자 딸의 생활기록부를 불법적으로 공개한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을 즉시 구속 수사하라” “수사현장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민감한 자료 유출이 가능하도록 한 현장 수사관이 누구인지 밝히고 엄중하게 책임을 지도록 하게 하라” 등의 요구를 했다. 

그런가 하면 여권 지지자들은 윤 총장 앞으로 ‘엿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조직적으로 검찰총장을 조롱하는 한편,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 대표는 “조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정과 정의라는 촛불 민심에 상처가 난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아직 민심 흐름에 큰 변동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후보자와 장관은 역할이 다르다. 후보자는 인사검증 통과를 위해 몸을 낮추지만, 장관에 임명되고 나면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검찰개혁이라는 문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주변인들이 줄줄이 의혹의 중심에 서는 불명예를 감수하면서도 장관직에 오르려는 조 후보자는 장관에 임명된 이후 어떤 칼을 꺼내 들까. 후보자 시절 조 후보자와 주변인에 대한 의혹 제기가 ‘조국대첩’ 1라운드였다면, 조 후보자가 장관에 오른 뒤 ‘조국대첩’ 2라운드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그때는 공수 교대가 이뤄질 것이다. 수세적이던 조 후보자는 공세적으로 변하고, 공세적이던 야당이 역으로 수세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후보자의 장관 임명 이후 선거법 개정안과 사법개혁법안의 국회 패스트트랙 통과 당시 폭력 행사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된 야당 의원들에 대한 강제수사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조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고 나면 수사선상에 오른 야당 의원들과 검찰 인사권을 쥔 조국 법무부 장관의 처지는 180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야당의 반발과 검찰 내부의 동요 등으로 인해 정국이 요동칠 공산이 크다.






주간동아 2019.09.06 1205호(창간기념호①) (p18~21)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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