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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나

2030세대 노리는 ‘수상한’ 분양 투자 유혹

“800만 원 넣고 1200만 원 벌어가세요” 선전…지식산업센터 공실로 낭패 볼 위험 커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권희은 인턴기자·국민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30세대 노리는 ‘수상한’ 분양 투자 유혹

※‘사바나’는 ‘사회를 바꾸는 나 청년’의 약칭인 동아일보 출판국의 뉴스랩(News-Lab)으로, 청년의 삶을 주어로 삼은 이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입니다.


[GettyImages]

[GettyImages]

“지금 시작해야 10년 뒤 친구들과 다른 선에 설 수 있습니다. 결혼시장에서도 유리하고요.” 

지난해 12월 22일 모 혁신도시 내 지식산업센터 분양을 알선하는 서울 서초구 A분양사무소에서 ‘박 부장’을 만났다. 그가 내민 투자 견적서에 따르면 전용면적 38㎡짜리 한 호실의 분양가는 1억5000만 원이다. 그러나 분양가의 80%를 대출 받고 월세 보증금을 제하면 실투자금은 850만 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투자 견적서에 적힌 예상 월세는 130만 원. 은행 이자를 제하더라도 연간 월세 수입이 1200만 원으로, 연 수익률 140%에 가까운 ‘대박’ 상품이다. 

기자가 분양사무소에 머무는 동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4050세대가 주를 이루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분양사무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박 부장은 “이런 부동산 상품은 비교적 소액이라 20대 초반 청년들이 적금이라 여기고 투자에 나선다”면서 “20대 중반이면 오히려 늦은 편”이라며 투자를 권했다.


소유주 아닌 입주 기업에 임대료 지원

지식산업센터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의 한 분양사무소. [권희은 인턴기자]

지식산업센터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의 한 분양사무소. [권희은 인턴기자]

지식산업센터는 아파트와 달리 대출이 자유롭고 취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있다. 분양가의 80~90%를 대출 받을 수 있어 분양가에 비해 실투자액이 매우 낮다. 박 부장은 “혁신도시에 기업을 유치하고자 정부가 지원도 해준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3년간 임대료의 80%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매달 통장에 정부 지원 임대료가 꼬박꼬박 찍힌다는 것이다. 투자 견적서에도 ‘국토교통부 월세 지원 지식산업센터’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그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투자유치과 전화번호를 알려주면서 “(정부 지원 등을) 직접 확인해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 권유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지자체 투자유치과에 따르면 입주 기업에 임대료의 80%를 지원하지만, 이는 입주 기업에 주는 것이지 지식산업센터를 분양 받은 사람에게 주는 것이 아니다. 분양 받은 사무실을 임차하는 기업이 없다면 월세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지자체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이 지원도 2019년 기준”이라며 “해당 지식산업센터가 완공되는 2021년에 지원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혹은 없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지식산업센터 분양 자격은 지자체장이 정한 지식 기반 산업 및 정보기술(IT) 산업에 속하는 기업으로 제한돼 있다. 개인이 분양 받을 수는 없다. 이에 대해 박 부장은 “사업자등록을 하나 내면 된다. 우리 쪽 세무사가 다 알아서 해주니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 서류상으로만 기업을 운영하는 것처럼 꾸며 분양 받으면 된다는 얘기다. 

A분양사무소 앞에서 ‘호객’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 씨는 “이런 곳과 아파트 분양사무소는 호객 목표가 다르다”고 했다. 아파트 분양사무소의 경우 구매력 낮은 20대를 고객으로 여기지 않지만, 지식산업센터 같은 수익형 부동산 분양사무소는 20대를 주요 고객으로 본다는 것. 이씨는 “소액으로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하면 20대 청년들이 관심을 보이며 (사무소 안으로) 들어간다”고 전했다.


공실 땐 관리비까지 분양자가 부담해야

모 지식산업센터 분양과 관련한 투자 견적서. [권희은 인턴기자]

모 지식산업센터 분양과 관련한 투자 견적서. [권희은 인턴기자]

하지만 분양사무소 측 말만 믿고 투자했다 낭패를 볼 수 있다. 30대 직장인 정모 씨가 그런 경우. 그는 2년 전 모아놓은 돈 4000만 원에 1억6000만 원을 대출 받아 2억 원을 마련해 경기도의 한 지식산업센터 2개 호실을 분양 받았다. 그러나 “공실이 날 수가 없다”는 시행사 측 말과 달리 임차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인근에 지식산업센터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공급 과잉 상태가 됐기 때문. 현재 경기권에만 380여 개 지식산업센터가 있다. 정씨는 임차인을 찾지 못한 채 몇 달간 대출이자와 관리비를 감당하다 결국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처분하며 1000만 원 이상 손해를 봤다. 

시행사가 고의로 임대 조건을 속이는 경우도 있다. 30대 직장인 임모 씨는 일반 오피스텔처럼 임대사업이 가능하다는 시행사 측 설명을 믿고 광주의 한 지식산업센터에 투자했다. 그런데 해당 지식산업센터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IT 분야 중소기업 및 벤처로 입주가 제한돼 있었다. 임씨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시행사 측에 계약 이행 불가를 통보했으나, 시행사는 투자 책임은 개별 투자자에게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에서는 9명의 지식산업센터 투자자가 시행사와 분양대행사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동탄 테크노밸리 지식산업센터 ‘퍼스트코리아’ 측은 연간 110%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하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계약 이후 지자체로부터 통보 받은 내용은 이와 달랐다. 해당 지식산업센터는 분양 받은 사람이 직접 입주하는 것이 원칙이며, 부득이한 경우 전체 면적의 절반만 임차인에게 내줄 수 있다는 것. 애초 테크노밸리 입주업체를 대상으로 한 분양 상품이었으나, 시행사가 이를 밝히지 않고 개인투자자의 투자를 유도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식산업센터 투자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위 ‘아파트형 공장’이라 하는 지식산업센터는 수익률이 과장돼 있기 마련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자 경험이 많지 않은 청년은 소액투자라는 점에서 투자 유혹을 느끼기 쉽다”며 “업체가 소개하는 편법을 따랐다가는 추후 투자자가 온전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20.01.10 1222호 (p48~50)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권희은 인턴기자·국민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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