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7

2022.12.02

중·러 견제할 사상 최강 폭격기 美 B-21 ‘레이더’

기존 B-2A 대비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로 전투·정찰·수송·전자전·지휘통제 가능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2-12-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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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공군이 12월 2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팜데일 노스로그루먼 공장 격납고에서 공개한 차세대 전략폭격기 B-21 ‘레이더’. [뉴시스]

    미 공군이 12월 2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팜데일 노스로그루먼 공장 격납고에서 공개한 차세대 전략폭격기 B-21 ‘레이더’. [뉴시스]

    미 공군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B-21 ‘레이더’의 렌더링 이미지. [뉴시스]

    미 공군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B-21 ‘레이더’의 렌더링 이미지. [뉴시스]

    현재 세계 최강 폭격기는 미 공군의 B-1B 초음속 폭격기와 B-2A 스텔스 폭격기다. 미국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들 폭격기를 대체할 신예 모델을 내놨다.

    미 공군, 항공기 종류 줄이고 임무는 확대

    사상 최강 폭격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B-21 ‘레이더(Raider)’가 그것이다. 미 공군은 12월 2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팜데일 노스롭그루먼 공장 격납고에서 B-21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날 출고식에 참석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B-21에 대해 “지난 50년 스텔스 기술의 집약체”라며 “미국 전력(戰力)의 지속적 우위를 보여주는 증거로서 어떤 폭격기도 (B-21에) 필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 공군 측은 보안을 의식해 출고식에서 B-21의 전면 모습만을 공개했다. 사실 B-21이 처음 출고된 것은 2018년 3월이다. 2022년 12월 초 시제기 5대가 제작돼 테스트 파일럿 훈련도 거의 마무리된 상태였다. 보안상 이유로 그간 공개 일정이 미뤄지다 최근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B-21은 스텔스 효과 극대화를 위해 기존 B-2 설계를 참고해 전익기(全翼機)로 개발됐다. 중국, 러시아 등 경쟁국 폭격기가 점차 대형화되는 추세와 달리 기존 모델보다 작은 크기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기체 크기뿐 아니라 폭탄 탑재량도 줄어 성능 면에서 기존 B-1B나 B-2A보다 퇴보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B-21은 앞으로 미 공군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념비적 모델이다. 실전 배치될 경우 미래 전쟁의 양상 자체를 바꿔놓을 가공할 위력을 가진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미 공군의 현용 폭격기 B-1B. [뉴시스]

    미 공군의 현용 폭격기 B-1B. [뉴시스]

    미 공군의 현용 폭격기 B-2A. [사진 제공 · 미 공군]

    미 공군의 현용 폭격기 B-2A. [사진 제공 · 미 공군]

    세계 최강 미 공군은 고유 임무에 따라 항공기를 분류하는데 그 구성은 이렇다. △전투와 공격 등 임무에 사용되는 전투기 △지상 공격에 쓰이는 공격기 △대량의 폭탄과 미사일을 싣고 투발하는 폭격기 △병력과 화물의 수송을 담당하는 수송기 △고성능 센서를 장착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정찰기 △연료를 가득 싣고 아군기에 급유하는 공중급유기 등이다. 구체적인 모델로 따지면 전투기만 해도 7종에 달하고 폭격기는 3종, 수송기는 5종 이상이다. 정찰기는 10종 이상, 공중급유기는 3종이 운용되고 있다.

    최근 미 공군은 항공기 종류를 대폭 줄이고 각 기종의 용도를 확장하는 대대적인 개혁 작업을 진행 중이다. F-15C/D, F-15E, F-15EX, F-16C/D, F-22A, F-35A, A-10C 등 7종이나 되는 전투기를 F-15C/D와 F-15E, A-10C를 정리해 4종으로 줄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C-5와 C-141, C-17, C-130, C-27 등 화물 수송기는 C-5와 C-141을 퇴역시키고 3종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 공군의 행보는 단순히 항공기 종류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각 기종의 임무 확대로도 이어진다. 가령 미 공군은 신형 공중급유기를 도입하면서 방산업체에 화물·병력 수송도 모두 가능한 기종을 요구했다. 그 결과물인 KC-46A가 미 공군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수송기에는 ‘래피드 드래건(Rapid dragon)’이라는 명칭으로 무장 운용 능력을 부여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화물 수송용 팔레트에 낙하산과 미사일을 붙여 공중에서 투하할 수 있게끔 하는 게 핵심이다. 해당 사업에 따라 C-17A 수송기는 공대지 미사일 최대 72발 투발 능력을 가진 미사일 캐리어가 될 전망이다. 최근 유럽과 서태평양 전방의 미 공군 기지에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폭격기도 예외는 아니다. 기체 내부를 개조해 폭탄창에 일반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변형하고 있다. 정찰기 역시 레이더·전자광학·적외선 등 다양한 센서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개량된다.

    호위기 필요 없는 다목적 폭격기 ‘대세’

    최근 등장한 B-52H 폭격기 개량안은 항공기 다목적화에 대한 미 공군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폭격기인 B-52H의 기골을 보강하고 엔진과 항공전자 장비를 완전히 갈아 끼우는 대대적인 성능 개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개량 사업에서 미 해군 현용 주력 전투기 F/A-18E/F 슈퍼 호넷에 들어가는 AN/APG-79 능동형위상배열레이더(AESAR)를 폭격기에 장착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AESAR 덕에 B-52H는 정밀한 지상 목표 추적 및 조준은 물론,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대량 탑재해 공대공 전투 능력까지 보유할 예정이다. 앞으로 B-52 폭격기는 호위 전투기 없이도 적기를 먼저 찾아내 격추하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에 공개된 B-21은 이 같은 다목적화의 정점에 선 폭격기다. 미군의 항공기 분류법상 일단 폭격기를 뜻하는 ‘B(Bomber)’라는 제식명이 붙긴 했다.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이 항공기의 능력을 보면 폭격기라는 이름으로 한정 짓는 게 맞나 싶다. 폭격은 물론, 전투·공격·정찰·수송·전자전·지휘통제 등 거의 모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종이기 때문이다.

    B-21의 세부 제원은 공개된 바 없지만, 전문가들은 기존 B-2(최대이륙중량 170t)보다 크게 줄어든 100t 안팎의 최대이륙중량을 가질 것으로 추정한다. 최대이륙중량 170t인 B-2가 77킬로뉴턴(kN)급 추력의 F118 엔진 4기로 움직이는 반면, B-21은 애프터버너 없이도 125kN 추력을 내는 F135 엔진을 탑재한다. 시제기에는 F135 엔진이 들어가지만 양산기는 항속거리를 늘리고자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적응형 사이클 엔진’이 탑재될 예정이다. 높은 성능의 엔진이 탑재된다는 것은 항공기의 체적·자체 중량 대비 연료와 무장 탑재량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기존 폭격기보다 멀리 날아가 더 강력한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협동교전 능력으로 전투력 업그레이드

    B-21이 유사시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B61-12 핵폭탄. [사진 제공 · 미 공군]

    B-21이 유사시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B61-12 핵폭탄. [사진 제공 · 미 공군]

    B-21은 현존하는 어떤 수단으로도 탐지하기 어려운 고도의 스텔스 능력을 갖췄다. 전작인 B-2는 레이더 반사파를 발생시키는 수직미익을 아예 없애 전익기 형태로 제작됐다. 1980년대 기준으론 가장 우수한 스텔스 설계가 적용됐지만 비행 제어가 어려운 전익기 특성상, 기체 안정화를 위해 복잡한 조종익면이 도입됐다. 그 탓에 스텔스 성능이 목표보다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었다. 반면 B-21은 우수한 비행제어 시스템을 도입해 조종익면을 크게 단순화했다. 엔진 부분에도 레이더 반사면적·적외선 방출 감소 설계를 강화해 불필요한 전파 방사를 차단했다. 가까이 다가와 육안으로 식별하기 전까지 레이더, 적외선 센서 등으로 탐지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다. B-21은 고도화된 스텔스 능력을 바탕으로 유사시 적의 전략적 요충지에 침투해 실전용 전술핵폭탄 B61-12나 현존 최강의 벙커 관통 능력을 가진 GBU-57 MOP를 떨어뜨리는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 공군은 B-21에 F-35 전투기급 고성능 AESAR와 각종 센서는 물론, 현재 초기 배치 단계인 차세대 전자전 시스템도 탑재할 예정이다. B-21 폭탄창에는 지상 공격용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폭격기를 위협하는 적 전투기나 지대공 미사일을 제압하기 위한 무장이 함께 실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탑재가 유력시되는 공대공 무장은 차세대 공대공 미사일인 AIM-260 JATM, AARGM-ER 등이다. 두 미사일 모두 중국, 러시아 공대공·지대공 미사일을 뛰어넘는 200~250㎞ 이상 사거리와 높은 정밀도, 고속 성능을 갖췄다. 그 덕에 B-21은 적 전투기나 방공무기를 원거리에서 먼저 제거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B-21의 협동교전(CEC) 능력도 눈에 띈다. 자신의 레이더를 사용하지 않고도 조기경보기나 위성이 제공한 표적 정보를 이용해 미사일을 쏠 수 있는 것이다. AESAR에 저피탐(LPI)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레이더로 적기를 조준해도 상대방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에 들킬 염려가 적다. 만일 적에게 위치를 들켜도 전자전 시스템으로 레이더와 통신을 먹통으로 만든 뒤 유유히 빠져나가면 그만이다.

    유지비는 기존 폭격기의 20~25% 불과

    전투기 수준의 장거리 공대공 전투 능력, 전자전기 수준의 전자공격 능력을 보유한 B-21은 요격기, 전자전기, 정찰기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현용 F-22나 F-35 같은 전투기는 내부 무장창에 4~6발의 공대공 미사일밖에 싣지 못한다. 요격기 임무를 맡은 B-21은 거대한 내부 폭탄창에 공대공 미사일 수십 발을 탑재할 수 있어 장거리 방공 임무에서 어지간한 전투기 몇 대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B-21이 실전 배치된다면 공대지 무장을 탑재한 공격 임무기 1대와 공대공·방공망 제압 무장을 탑재한 엄호기 1대로 구성된 편대 조합을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 B-21 중심의 이 같은 편대 조합은 현재 폭격기 2~4대에 10대 이상의 전투기와 전자전기 등으로 구성되는 ‘스트라이크 패키지’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위력은 키우고 운용비용은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B-21의 큰 장점은 물량 공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1980년대 미국 과학기술이 집약된 B-2는 취역 당시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싼 항공기’로 불릴 정도로 고가였다. 그로 인해 21대밖에 제작되지 못했다. 반면 B-21 가격은 F-35 전투기 5~6배 수준인 6억 달러(약 78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유지비는 기존 B-2A 폭격기의 20~2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 운용비 덕에 미 공군은 B-21을 최소 200대 이상 양산할 계획이다. 미군이 세계 어디에든 폭격기를 대량 배치할 수 있는 물량 확보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B-21은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량 취역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탐지가 어려운 데다 대단히 정밀하고 치명적인 공격 능력을 갖춘 다목적 폭격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B-21 폭격기의 등장으로 미국과 적대 관계인 국가들에는 공포 시대가, 동맹과 우방에는 안정된 안보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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