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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이어 루마니아도 한국산 전차·장갑차·자주포·탄약 주목

동유럽, 무기 공급 약속 어긴 독일에 분노… ‘K-방산’ 대안 급부상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폴란드 이어 루마니아도 한국산 전차·장갑차·자주포·탄약 주목

한화디펜스가 호주 수출용으로 개발한 보병전투장갑차 AS21.[사진 제공 · 한화디펜스]

한화디펜스가 호주 수출용으로 개발한 보병전투장갑차 AS21.[사진 제공 · 한화디펜스]

최근 루마니아 언론 매체들에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됐다. 루마니아 국방부가 한국과 조속한 시기에 국방협력협정을 체결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양국이 4가지 분야에서 방산 협력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9월 23일 바실레 든쿠 국방장관이 이끄는 루마니아 대표단이 방한해 ‘대한민국 방위산업대전’을 관람하고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을 찾아 방산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루마니아 정부는 한국산 무기 구매에 상당히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K2 전차 극찬한 루마니아 국방장관

바실레 든쿠 루마니아 국방장관(왼쪽)은 9월 23일 방한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국방협력증진 의향서(LOI)를 체결했다.[사진 제공 · 국방부]

바실레 든쿠 루마니아 국방장관(왼쪽)은 9월 23일 방한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국방협력증진 의향서(LOI)를 체결했다.[사진 제공 · 국방부]

든쿠 장관이 방위산업대전을 찾아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곳은 ‘현대로템’ 부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군 관계자들을 대동하고 현대로템 부스를 찾아 업체 측으로부터 K2 전차와 관련한 브리핑을 받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내 업계에선 루마니아로의 전차 수출설이 돌기도 했다. 이번 현지 언론 보도는 든쿠 장관의 방한 이후 루마니아 국내 기류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현재 거론되는 4가지 분야의 방산 협력은 각각 전차, 보병전투장갑차, 자주포, 탄약 판매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차는 K2 전차 또는 폴란드 수출형 K2PL 전차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보병전투장갑차는 K21 또는 수출형 AS21 모델이, 자주포는 K9A2가 유력 후보다. 최근 루마니아 정부는 중부 도시 퍼거라슈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호환용 탄약 생산시설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설비 건설과 탄약 생산 과정의 해외 파트너로 한국 한화와 풍산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사실 우리 국민에게 루마니아는 아직 생소한 나라다. 1990년 수교했지만 정치·경제·문화 분야에서 이렇다 할 교류는 없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루마니아를 소설 ‘드라큘라 백작’의 배경인 나라 정도로 인식하지 않을까 싶다. 반대로 루마니아 국민 역시 한국이 정확히 어디에 있고 어떤 나라인지 잘 알지 못할 테다. 그런데 이런 나라가 왜 갑자기 한국산 무기체계에 관심을 보이며 적잖은 물량의 무기를 사려고 하는 것일까.

옛 공산권 국가인 루마니아는 2004년 나토에 가입했다. 다만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고 다급한 안보 이슈도 없어 군사력 현대화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동유럽에서 군비 증강이 촉발됐다. 루마니아 역시 올해 국방비를 GDP(국내총생산) 대비 2.5% 수준으로 높이고, 향후 국방비를 GDP 대비 3%대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천명하면서 군사력 증강에 착수했다.



불가피해진 루마니아 국방력 강화

루마니아군이 보유한 구형 T-55 전차.[뉴시스]

루마니아군이 보유한 구형 T-55 전차.[뉴시스]

루마니아는 폴란드와 함께 나토 최전선 국가다. 과거 나토는 최전선 방어를 위해 옛 추축국 이탈리아와 서독의 재무장을 지원한 바 있다. 지금 루마니아와 폴란드가 처한 상황은 당시 이탈리아, 서독과 상당히 유사하다. 과거 이탈리아가 아드리아해를 사이에 두고 바르샤바 조약기구 국가들과 대치한 것처럼, 이제 루마니아는 흑해 건너 러시아를 견제해야 한다. 이런 배경에서 나토는 루마니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매우 적극적이다. 우선 미국은 특수부대와 공군 전력을 루마니아에 순환 배치하고 있다. 특히 루마니아 남부 데베셀루 미 공군기지에는 러시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이지스 어쇼어’ 시스템이 설치됐다.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나토 회원국 전투기들도 수시로 루마니아에 순환 배치돼 흑해 상공을 초계 비행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에는 미 101공수사단 예하 1개 여단전투단과 프랑스 육군의 여단급 전투부대가 추가로 전개됐다.

나토 최일선이라는 지리적 조건 덕에 루마니아는 상당한 군사 지원을 받고 있으나 이는 공짜가 아니다. 나토는 루마니아에 수년 전부터 국방예산 증액, 군사장비의 나토 표준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루마니아는 녹록지 않은 자국 경제 상황을 구실로 이 같은 압박을 외면했지만 이제 안보 상황이 달라졌다.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동유럽 정세가 크게 불안해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인근 해역에 부설한 기뢰가 떠밀려와 루마니아 군함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루마니아의 국방력 강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것이다.

루마니아의 올해 국방예산은 70억 달러(약 9조2630억 원) 정도로 이 가운데 약 40%인 28억 달러(약 3조7000억 원)가 무기 구매 비용이다. 루마니아는 국방예산을 GDP의 3% 수준인 90억 달러(약 12조 원) 이상으로 상향하고, 연평균 무기 구매 예산도 늘려나갈 예정이다. 이렇게 늘어난 국방비는 대부분 전투기, 기갑장비, 포병장비 구매 예산으로 지출될 것으로 보인다. 루마니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장비를 구매할 것인지는 사실상 ‘정치적 판단’에 따라 정해졌다는 얘기도 있다. 당초 루마니아는 노르웨이로부터 F-16 중고 전투기를 32대 구매해 당장의 전력 공백 소요를 메울 예정이었다. 지금은 고가의 신형 전투기 구매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2030년대 이후 순차적으로 F-35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갑·포병 같은 지상 장비 확충이다.

루마니아는 동유럽에선 폴란드에 버금가는 규모의 지상군을 갖췄다. 400여 대의 전차와 1500여 대의 장갑차, 800여 문의 야포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질적 수준은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루마니아는 자국군의 가장 강력한 전력인 T-72 전차 60여 대를 우크라이나에 모두 공여했다. 현재 남은 전차는 T-55 계열 130여 대, T-55를 개량한 TR-85 계열 280여 대다. 사실상 현대적인 전차전 수행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장갑차 전력을 살펴보면 스위스로부터 차륜형 장갑차 피란하 V 모델을 소량 도입하기는 했지만 70대가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주력 보병전투장갑차인 MLI-84는 1960년대 생산된 BMP-1을 개량한 것으로 2024년까지 전량 퇴역 예정이다. 1000대가 넘는 차륜형 장갑차 전력은 대부분 BTR-60과 BTR-70 등 노후 모델을 기반으로 루마니아가 제작한 것이다.

독일 믿고 무기 공여했다 낭패 본 동유럽 국가들

루마니아 포병 전력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루마니아에는 제대로 된 자주포가 단 한 문도 없다. 그나마 최신식 화포가 M85로, 1980년대 초반 소련 152㎜ 2A26 견인곡사포를 자체 생산한 모델이다. 주력 화포는 최근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포신 폭발 사고를 일으키는 D-20의 루마니아 버전 M81이다. 루마니아는 포병 전력 현대화를 위해 2018년 미국에 54문의 M142 하이마스를 주문해 18문을 인도받긴 했다. 다만 탄약이 비싸 마치 전략자산처럼 애지중지하며 사용하는 실정이다.

당초 루마니아는 급한 불을 끄고자 중고 전차와 장갑차를 도입하려 했다. 노후 장비를 대체하면서도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고 나토 표준화를 동시에 이루려는 포석이었다. 이에 따라 루마니아는 “옛 소련 시절 기갑장비를 우크라이나에 무상 공여하면 중고 전차와 장갑차를 공급하겠다”는 독일 측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루마니아가 자국군 최강 전차인 T-72를 전량 우크라이나에 공여한 것도 독일의 약속을 신뢰한 결과였다. T-72 전차를 넘기는 대신 독일로부터 레오파르트2 중고 전차를 받아와 기갑장비의 나토 표준화를 추진하려 한 것이다. 장갑차도 같은 방식으로 BMP-1 계열 장갑차를 우크라이나에 넘겨주는 대신, 독일에서 마르더 장갑차를 들여오려 했다. 포병 전력 역시 자연스레 독일제 자주포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그러나 독일은 다른 동유럽 국가에 그랬던 것처럼 루마니아와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독일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그리스에 유사한 형태의 무기 교환을 제안했다. 그러나 실제로 장비를 받은 나라는 독일에 큰돈을 주고 신형 전차나 장갑차를 구매한 슬로바키아, 그리스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마니아군 나토 표준화로 무기 수요↑

현대로템이 폴란드 수출용으로 개발한 주력 전차 K2PL.[사진 제공 · 현대로템]

현대로템이 폴란드 수출용으로 개발한 주력 전차 K2PL.[사진 제공 · 현대로템]

사실 독일은 이들 국가에 공급할 만큼 충분한 양의 중고 전차나 장갑차 재고가 없다. 동유럽 국가가 일단 우크라이나에 기갑 전력을 공여하면 재고가 없다며 자국산 신형 전차 구매를 제안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최근 독일은 동유럽 국가들과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다. 그 최대 피해자라 할 수 있는 폴란드는 독일 행보에 격분해 한국과 방산 협력에 나섰다. 독일제와 비교하면 성능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인 반면, 가격은 절반 이하고 납기는 2배 이상 빠른 한국산 기갑장비를 기술 도입 형태로 현지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폴란드는 한국과 방산 협력으로 자국군 소요를 충당하고 비슷한 처지의 동유럽 국가에 무기를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루마니아가 한국산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 도입을 추진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루마니아군의 노후 기갑장비를 대체하는 소요는 전차 400여 대, 보병전투장갑차 140여 대, 보병 수송을 위한 차륜형 장갑차 1000여 대와 기존 노후 화포를 대체할 155㎜ 자주포 수십 문 규모다. 폴란드와 단순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규모다. 하지만 루마니아가 군사력 현대화와 나토 표준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이상, 장기적으론 그 규모가 훨씬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폴란드에 이어 루마니아까지 한국산 기갑·포병장비로 무장하면 다른 동유럽 국가도 큰 관심을 보일 공산이 크다. 루마니아의 한국산 무기 구매 검토가 실제 계약과 납품으로 이어져 나토 최전선을 지키는 무기가 모두 ‘메이드 인 코리아’로 통일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주간동아 1365호 (p46~49)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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