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新냉전체제 본격 돌입한 美·中

첫 정상회담서 레드라인 놓고 팽팽한 대결… 동상이몽 속 패권 쟁탈전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新냉전체제 본격 돌입한 美·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 앞서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People’s Daily]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 앞서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People’s Daily]

‘레드라인(Red Line)’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라는 의미의 국제정치학 용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 28일 발표한 보고서 ‘더 긴 전문: 새로운 미국의 중국 전략을 위해(The Longer Telegram: Toward A New American China Strategy)’에서 중국에 대한 5가지 레드라인을 적시해 주목받았다. 냉전시대 미국의 소련 봉쇄 전략을 구상한 조지 케넌의 ‘긴 전문(Long Telegram)’을 본뜬 이 보고서는 중국이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베이징에 분명한 경고를 전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익명(Anonymous)’이라는 저자가 제시한 5개 레드라인은 △중국이 핵무기나 화학 생물 무기로 미국 또는 동맹국들을 공격하려 할 경우, 북한이 그런 행동에 나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결정적 행동을 중국이 취하지 않을 경우 △중국군이 대만에 군사 공격을 하거나 경제 봉쇄, 사이버 공격을 할 경우 △중국군이 센카쿠 열도에 배치된 일본 자위대를 공격하거나 동중국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공격할 경우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적대 행동을 하거나, 미국 군함의 자유항행을 저지하려고 군사력을 배치할 경우 △중국이 미국 동맹국의 영토나 군사시설을 공격할 경우 등이다.

중국군 J-16 전투기들이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비행하고 있다. [PLA]

중국군 J-16 전투기들이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비행하고 있다. [PLA]

두 정상 대만 문제로 한 치 양보 없이 설전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월 1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별도로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냉전시대처럼 서로 레드라인을 제시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이번 대면 회담은 2017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시 주석이 회동한 이후 5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두 정상은 양국의 핵심 이익을 놓고 한 치 양보도 없이 설전을 벌였으며, 공동성명조차 없이 각자 입장이 담긴 발표문만 내놓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정상회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간 긴장이 크게 고조된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라며 “제2차 냉전시대 첫 정상회담(The first global summit of the second cold war)”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두 정상은 대만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하나의 중국’ 정책은 불변”이라면서도 “한 당사자에 의한 어떠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 “대만을 향한 중국의 강압적이고 점점 더 공격적인 행위에 반대한다”면서 “이 같은 행동은 대만해협과 더 광범위한 지역의 평화 및 안정을 훼손하고 세계 번영을 위태롭게 한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반대한다는 레드라인을 분명히 제시한 것이다.

반면 시 주석은 그 어느 때보다 대만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시 주석은 먼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라며 “중·미 관계에서 넘어선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 자신의 일이자 중국 내정”이라며 “조국 통일과 영토 완정을 수호하는 것은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의 공통된 염원”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려는 사람은 중국의 근본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중국 인민은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결코 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양안(중국과 대만)의 평화·안정과 대만 독립은 물과 불처럼 양립할 수 없다”며 “우리는 미국이 언행을 일치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준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은 이번 회담 후 별도 회견에서 시 주석이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 대신 ‘반(反)분열국가법’이 규정한 3가지 엄중한 상황이 출현하면 중국은 반드시 법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5년 시행된 중국의 반분열국가법 제8조를 지적한 것이다. 반분열국가법 제8조에는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분열돼 나가거나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로 이끄는 중대한 사변이 발생하거나 △평화 통일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국가는 비(非)평화 방식 및 기타 필요한 조치로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정을 수호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다시 말해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만 무력 통일 가능성을 분명히 전달한 셈이다.

잇단 도발 북한 두둔한 중국

북한이 3월 24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3월 24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조선중앙통신]

두 정상은 북한 문제를 놓고도 확연한 온도차를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을 우려한다”며 “국제사회 모든 구성원이 북한을 책임 있게 행동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에 굳건한 방어를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시 주석에게 북한을 자제시켜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시 주석에게 북한에 장거리 핵실험(long range nuclear tests)을 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면서 “나는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좀 더 방어적인 추가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 주석에게 분명히 말했고,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상응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장거리 핵실험이라는 생소한 표현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한꺼번에 지칭한 것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제시한 레드라인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중국은 공식 발표문에서 북핵 논의 사항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왕 부장은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핵 문제에 관해 시 주석은 기존 중국 입장을 설명했으며, 한반도 문제의 매듭이 있는 곳을 정확히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시 주석이 각자의 우려, 특히 북한의 합리적 우려에 대한 균형 있는 해결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의 이 발언은 시 주석이 북한 입장을 두둔하고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미국이 해결해야 한다며 반박한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의 합리적 우려란 “미국의 안보 위협에 따른 자위권 차원에서 핵무기를 개발해왔다”는 북한 측 주장에 동조하는 표현이다. 중국은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재개 등 연이은 도발에도 오히려 미국 책임론과 대북제재 무용론 등을 주장해왔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북한 문제에 평행선을 보이면서 미국이 앞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꺼내 들 대응 카드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추가 조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은 11월 11일 “북한이 계속 이런 길을 걸으면 역내에 미국의 군사·안보력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들은 중국이 북한 도발을 억제하지 못할 경우 미국은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및 육군과 해병대를 추가 배치하고, B-1B 전략폭격기를 배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미국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자주, 길게 이뤄질 수 있다”며 “일시적인 미 육군 및 해병대 추가 배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는 최근 열린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中 “공산당과 사회주의 체제 전복은 레드라인”

이번 양국 정상회담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이 공산당 지도부와 사회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시도를 레드라인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왕 부장은 “미국이 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이고 중국이 추구하는 것은 사회주의로, 이러한 차이는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면서 “중국공산당의 영도와 중국의 사회주의 제도는 14억 인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 등을 겨냥해 ‘무역전쟁’ ‘기술전쟁’이라며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인권 탄압 문제 등을 제기하는 미국과의 체제 경쟁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신장, 티베트, 홍콩 지역에서의 인권 탄압 문제와 중국의 비(非)시장 경제 관행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왕 부장은 “자유, 민주, 인권은 인류 공동이 추구하는 바이자 중국공산당이 일관되게 추구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미국식 민주주의를, 중국은 중국식 민주주의를 채택했고 중국 인민민주주의 전 과정은 인민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것은 미·중은 현재로선 충돌을 원치 않지만, 본격적인 신냉전 경쟁체제에 돌입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그리고 잠재적으로는 세계에서 강대국이 되길 원하고, 미국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1365호 (p42~44)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366

제 1366호

2022.11.25

2차전지 소재 선제적 투자로 대박 난 포스코케미칼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