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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의 ‘선물보따리’, 한국경제 단비 될까

[황재성의 부동산 맥락] 17일 방한 후 尹 대통령·대기업 총수 회동… 건설업계, 670조 원 ‘네옴시티’ 개발 촉각

  •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빈 살만의 ‘선물보따리’, 한국경제 단비 될까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11월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공식 오찬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11월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공식 오찬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대통령실]

최근 화제 인물은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다. 11월 17일 400명이나 되는 수행원과 함께 방한한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주목받고 있다. 2019년 방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국빈급 예우가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용산구 한남동으로 관저를 옮긴 뒤 첫 공식 손님으로 빈 살만 왕세자를 맞아 오찬을 같이했다. 이어 숙소인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 등 8개 대기업 총수가 참여한 차담회가 열렸다. 당초 4개 기업 총수가 초청됐으나 전날 저녁 늦게 주한 사우디대사관을 통해 인원이 추가됐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사우디 투자부가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동 개최한 ‘한·사우디 투자포럼’에는 국내 기업 관계자 200여 명이 참가했다. 사실상 국내 주요 기업이 총출동한 셈이다.

사우디 협력 사업 총 26건, 사업비 수십조 원 달해

빈 살만 왕세자는 현 살만 빈 압둘라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의 장남으로, 긴 이름을 줄여 ‘MBS’라는 약칭으로 불린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그는 ‘Mr. Everything’으로 통한다. “(사우디에서)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가 방한할 때마다 국내 재계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 법석을 떠는 이유는 그가 왕위 계승자이자 실권자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그가 가져온 엄청난 규모의 ‘선물보따리’ 때문이다.

2019년 방한 때도 한국과 사우디는 정부 간 협력 2건, 기업·기관 간 협력 8건 등 총 10개 분야에서 83억 달러(약 11조1180억 원) 규모의 양해각서(MOU) 및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그가 가져온 선물보따리는 훨씬 크다. 산업부가 11월 17일 발표한 ‘한·사우디 투자포럼’ 관련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업과 사우디 정부 간 MOU 6건, 국내 기업과 사우디 기업 및 기관 간 협력계약 및 MOU 17건, 사우디가 대주주인 S-Oil 건설공사 계약 3건 등 모두 26건이나 된다. 각 협약마다 예정사업비가 조 단위로, 모두 합치면 최대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번 선물리스트에서 자주 거론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국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네옴은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발표한 초대형 신도시 건설 사업이다. 총사업비만 5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670조 원에 달한다. 올해 한국 1년 예산(604조 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일각에서는 사업을 완성하는 데 1조 달러 이상 들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네옴시티, 서울 44배 면적 미래형 신도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발표한 초대형 신도시 건설 사업 ‘네옴시티’ 상상도. [네옴 홈페이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발표한 초대형 신도시 건설 사업 ‘네옴시티’ 상상도. [네옴 홈페이지]

네옴은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의 2만6500㎢ 부지에 서울의 44배 면적 규모의 미래형 신도시를 짓는 것으로, 크게 3개 사업으로 이뤄진다. 친환경 미래도시 ‘더라인’과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산악관광단지 ‘트로제나’다. 더라인은 사우디 내륙에 위치한 사막과 협곡, 산악지대를 거쳐 사우디·이집트·요르단 국경이 한데 모이는 홍해 아카바만(灣)까지 170㎞ 구간에 폭 200m, 높이 500m의 직선구조물을 짓고, 그 안에 사람이 사는 주거공간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롯데월드타워(555m) 높이의 건물이 서울부터 대전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 모양을 연상하면 된다. 옥사곤은 바다에 떠 있는 미래형 복합 산업단지로 팔각형 모양이다.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연구소와 공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트로제나는 아카바만에서 50㎞ 떨어진 산악지대에 사계절 스포츠가 가능한 초대형 산악관광지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트로제나에서는 2029년 네옴 동계아시안게임도 개최될 예정이다. 사우디는 2030년 도시가 완성되면 900만 명의 사람이 이곳에 거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옴은 이제 시작 단계다. 중동 프로젝트 시장 정보지 ‘미드(MEED)’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주된 네옴 프로젝트는 약 130억 달러(약 17조4000억 원) 수준으로 전체 사업(5000억 달러)의 2.6%에 불과하다.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미 발주된 사업에 진출한 국내 업체도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사우디 현지 업체와 컨소시엄을 이뤄 더라인 터널 공사를 따내고, 11월 8일 공사에 착수했다. 터널 공사는 더라인 지하에 총 28㎞ 길이의 고속·화물 철도 서비스를 위한 터널을 뚫는 작업인데, 사업비는 2조 원대로 추정된다. 한미글로벌은 더라인 프로젝트의 특별총괄프로그램관리(e-PMO) 용역을 맡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은 또 7월 입찰이 진행된 3억 달러(약 4000억 원) 규모의 옥사곤 두바(Duba)항 확장 공사에 참여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건설·삼성물산 터널 공사 수주 후 착공

여기에 이번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선물리스트에 네옴 관련 프로젝트가 여럿 포함돼 있어 국내 기업들의 기대가 크다. 한국전력공사·한국남부발전·한국석유공사·포스코·삼성물산 등 5개 기업이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예정사업비 65억 달러(약 8조7200억 원) 규모의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삼성물산은 PIF와 손잡고 네옴시티에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임직원 숙소 1만 채(40억 달러·약 5조3600억 원)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한국전력공사는 사우디 민간발전업체 ACWA 파워와 함께 그린 수소 사업을 각각 추진한다. 현대로템은 사우디 투자부와 2조5000억 원 규모의 네옴 철도 사업 관련 MOU를 맺었다. 만약 실제 사업 수주로 이어지면 한국 고속철의 첫 수출 사례가 된다. 이 밖에 화학(롯데정밀화학), 합성유(DL케미칼), 제약(지엘라파), 게임(시프트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사우디 투자부가, 스마트시티 분야에서는 중소기업인 와이디엔에스와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처가 각각 MOU를 체결했다.

올해는 한국과 사우디가 수교를 맺은 지 60주년 되는 해다. 또 내년이면 국내 건설업체가 사우디에 진출한 지 만 50년이 된다. 이 기간 사우디에서 국내 건설사들은 가장 많은 해외 공사를 수주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1월 17일 현재 사우디에서 수주한 누적 금액은 1561억 달러(약 209조 원)로 압도적 1위다. 전체 해외 건설 수주액(9256억 달러·약 1240조3040억 원)의 16.9%에 달한다. 두 번째로 수주액이 많은 아랍에미리트(832억 달러)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사우디는 또 국내 업체가 처음으로 진출한 중동 국가이자, 1970~1980년대 ‘중동붐’의 진원지라 의미가 더 크다. 당시 사우디 진출 1호 업체는 삼환기업으로, 제다(Jedda)공항에서 메카(Mecca)를 연결하는 2㎞ 길이의 도로 확장 공사를 수행하면서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작업장에 횃불을 켠 채 야간 작업을 했다. 이 모습에 감명받은 당시 사우디 국왕이 한국 업체에 추가 공사를 주라고 명했고, 이것이 중동 지역에 ‘꼬리’(코리아의 현지 발음) 열풍을 불러왔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아는 ‘중동 붐’이 시작됐다. 현재 한국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길고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운 동굴 앞에 선 형국이다. 사우디에서 다시 한 번 횃불이 켜지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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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65호 (p23~25)

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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