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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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플롯 짜고 광고 카피 작성… 현실로 다가온 AI와 협업

미국·중국에선 AI 창작물 저작권 인정, 소유권 귀속 문제는 모호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2-11-0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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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 에이아이(Open AI)의 인공지능 달리(DALL·E)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얀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바탕으로 창작한 이미지. [사진 제공 · 오픈 에이아이]

    오픈 에이아이(Open AI)의 인공지능 달리(DALL·E)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얀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바탕으로 창작한 이미지. [사진 제공 · 오픈 에이아이]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창작 프로그램 성능이 세계적으로 화제다. 미국 AI 스타트업이 개발한 ‘노블 에이아이(Novel AI)’는 텍스트로 원하는 바를 묘사하면 AI가 그것에 맞게 그림을 그려주는데, 그 결과물이 사람이 그린 것과 비교해 손색없을 정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설립한 ‘오픈 에이아이(Open AI)’는 ‘달리(DALL·E)’라는 그림 AI를 선보였다. 이 AI는 지난해 1월 처음 공개됐고 올해 4월 DALL·E 2로 업그레이드됐다. 초기 버전과 업그레이드 버전을 비교하면 화질이 4배 이상 좋아졌으며 새로운 기능도 여럿 추가됐다.

    그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아웃페인팅(outpainting)과 인페인팅(inpainting) 기술이다. 우선 아웃페인팅은 원본 이미지의 시각적 요소를 반영해 화가의 그림 스타일과 분위기를 유지한다. 그러면서도 화가의 화풍을 보충하고 확대해준다.

    AI 페인팅으로 그림 더하고 바꾸고

    AI는 아웃페인팅을 실제 그림에 어떻게 적용할까.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얀 페르메이르가 그린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는 빛의 효과를 잘 표현한 선명한 색채가 특징이다. 섬세한 붓 터치로 그린 명작이다. 이 작품은 본래 주인공 소녀가 왼쪽 어깨를 틀어 고개를 돌리고 있는 모습만 담겼다. DALL·E 2의 손길이 닿으면 그 주변도 마치 페르메이르가 실제 덧그린 것처럼 자연스럽게 채워진다. 인페인팅은 그림 안의 특정 영역을 바꾸는 기술이다. 화풍을 유치한 채 그림 속 고양이를 강아지로 바꾸거나 하늘을 나는 갈매기를 비둘기로 바꾸는 식이다. 그림을 그리는 AI는 갈수록 다양한 기능과 개선된 성능을 통해 진화하고 있다.

    AI는 텍스트 창작 분야에서도 활약한다. 국내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개발한 ‘뤼튼 AI’는 사용자가 원하는 구조의 글을 창작해준다. 개인 블로그나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릴 물품 판매 글은 물론, 기업 채용공고나 광고 카피, 보도자료까지 글 종류도 다양하다. 음성 합성 AI는 이미 실제 사람 목소리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사람 목소리를 진짜처럼 흉내 낼 수 있는데, 기초 자료가 있다면 고인의 음성을 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술을 조금만 응용하면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간 목소리도 창조할 수 있다.

    이처럼 점차 인간을 위한 조력자로 자리매김해가는 AI에 문제는 없을까. 최근 일반에 공개된 AI 서비스는 대개 사용자가 일정 구독료를 내야 쓸 수 있는 유료다. 생성형(generative) AI 개발사는 AI 창작물에 상업적 활용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즉 AI로 만든 그림을 돈 받고 팔거나, AI가 작성한 광고 카피로 마케팅을 하고, AI 합성 음성으로 오디오북도 제작할 수 있다. 가령 DALL·E 개발사인 오픈 에이아이는 고객에게 기본적인 이미지 사용권을 확실히 보장하지만, 창작물 소유권에 대해선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AI 창작 과정에서 예술 작품 원작자로부터 받는 ‘동의’ 기준도 아직 모호하다. ‘우주소년 아톰’ 등으로 유명한 일본 만화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는 1989년 2월 별세했다. 2020년 그의 화풍을 복원해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는 ‘데즈카 2020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만화 ‘파이돈’이 나왔다. 데즈카가 생전에 그린 만화 이미지와 캐릭터, 줄거리 등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130개 플롯이 AI에 의해 만들어졌다. 새로운 만화 속 주인공과 다양한 주변 캐릭터도 AI 기반의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StyleGAN’을 통해 탄생했다. 사람의 역할이 더 크긴 했지만 캐릭터 제작과 다양한 플롯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AI가 실질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 고인이 된 만화 작가 데즈카 오사무의 판단이나 의견은 반영될 수 없었다. 그의 아들 데즈카 마코토의 승인이 있었을 뿐이다.

    인간 창작물 짜깁기한 모방 vs 저작권법 보호 대상

    AI(인공지능) 로봇 예술가 ‘에이다’가 10월 11일(현지 시간) 영국 의회 통신·디지털위원회 청문회에 등장했다. [뉴시스]

    AI(인공지능) 로봇 예술가 ‘에이다’가 10월 11일(현지 시간) 영국 의회 통신·디지털위원회 청문회에 등장했다. [뉴시스]

    AI 창작물이 하나 둘 등장하는 가운데 법적·사회적 위상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AI의 이미지, 텍스트 생성이 인간이 만든 창작물을 짜깁기한 모방물이라는 시각도 있다. AI가 만들어지는 데 핵심 역할을 한 데이터 제공자에 대한 보상도 이슈다. 그럼에도 AI의 조력으로 탄생한 창작물에 저작권을 인정하는 게 최근 세계적 추세로 보인다. 미국 저작권청은 9월 26일(현지 시간) 작가 겸 디자이너인 크리스티나 카쉬타노바가 AI 모델 ‘미드저니’의 도움을 받아 그린 18쪽 분량의 만화 ‘새벽의 자리야’의 저작권을 승인했다. 중국에선 텐센트의 작문 보조 AI ‘드림라이터’가 작성한 글을 도용한 사람을 저작권법에 따라 제재했다. 그림 그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에이다’가 영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생명체가 아닌 AI도 예술을 창작할 수 있음을 증언하기도 했다.

    AI는 인간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고 창작 활동의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창작 과정에서 불거지는 다양한 이슈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간 노동 현장에서 공유경제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 하도급 문제 등이 뜨거운 화두였다. 이제 AI와 협업 과정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노동 및 창작 현장에서 AI 동료와 공존이 이제 먼 미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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