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54

2022.08.26

샤오미 휴머노이드 ‘사이버원’, 중국판 ‘테슬라봇’ 오명 넘어설까

감정 인식 기능… 걷기조차 힘든 모습에 기능 의심 제기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입력2022-08-3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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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샤오미가 시연한 휴머노이드 ‘사이버원’[샤오미 홈페이지](왼쪽).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테슬라 홈페이지]

    중국 샤오미가 시연한 휴머노이드 ‘사이버원’[샤오미 홈페이지](왼쪽). 테슬라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테슬라 홈페이지]

    스마트폰을 비롯해 각종 가전제품에서 수많은 ‘대륙의 실수’를 선보인 중국 샤오미가 이제 휴머노이드까지 만든다. 샤오미의 이족보행 로봇 ‘사이버원(CyberOne)’은 중국 베이징에서 생중계된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무대를 가로질러 걷고, 인간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지난해 사족보행 로봇 ‘사이버독’을 발표한 샤오미의 두 번째 휴머노이드다. 특히 사이버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올가을 출시 예정인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과연 사이버원은 옵티머스와 외형뿐 아니라 성능도 닮았을까.

    사이버원과 셀카를 찍고 있는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 [레이쥔 트위터]

    사이버원과 셀카를 찍고 있는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 [레이쥔 트위터]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사이버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샤오미 브랜드의 지속적인 확장과 진화를 위해 가장 높은 수준의 통합적 기술이 필요한 휴머노이드 개발에 뛰어들었다”면서 “지능형 로봇은 미래에 우리 삶의 일부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이버원은 매끈한 로봇 형상에 사지를 자유롭게 쓰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다. 첫인상부터 테슬라가 발표한 휴머노이드 시제품 옵티머스를 쏙 빼닮았다. 일명 ‘테슬라봇’으로 불리는 옵티머스는 키 177㎝, 무게 57㎏으로 이족보행하는 로봇이다.

    사이버원은 키 177㎝, 무게 52㎏에 팔 길이 168㎝로 옵티머스와 꽤 비슷한 크기다. 사이버원 역시 사람처럼 긴 팔과 다리를 사용하고, 두 발로 움직이면서 자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최대 21개 동작 자유도를 지원한다. 각 자유도에 대한 반응 속도는 초당 0.5m로 높였다.

    샤오미 vs 테슬라, 휴머노이드 대격돌

    고효율 관절 모터를 탑재한 사이버원. [샤오미 홈페이지]

    고효율 관절 모터를 탑재한 사이버원. [샤오미 홈페이지]

    로봇의 모션 성능은 각 관절 모터의 성능에 달렸다. 최대한 작은 크기로 더 많은 운동에너지를 생성하는 게 관건이다. 샤오미에 따르면 사이버원은 최대 30Nm(뉴턴미터: 1Nm는 1뉴턴의 힘이 작용해 힘의 방향으로 1m 움직일 때 한 일)의 정격 출력 토크를 내면서 무게는 500g에 불과한 고효율 모터를 장착했다. 고관절 모터는 순간 최대토크가 300Nm에 달한다. 한 손으로 최대 1.5㎏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테슬라 옵티머스는 훨씬 더 무거운 68㎏을 들어 올리고 20㎏짜리 물건을 운반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옵티머스의 역할에 대해 “배달이나 운반 등 사람이 꺼리는 반복적인 일과 위험한 일”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거운 상자를 들어 올리거나 가게에서 식료품을 사다 주는 사소한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반면 샤오미 사이버원은 식료품 배달 같은 육체노동 대신 인간과의 감정 교류에 초점을 맞췄다. 출시 행사에서도 인간의 감정을 감지하는 능력과 고급 비전 기능, 현실 세계의 3차원 가상 재구성 기능을 시연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시각에 의존해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처리한다. 사이버원은 자체 개발한 Mi-센스 뎁스 비전 모듈과 AI(인공지능) 인터랙션 알고리즘이 결합해 3차원 공간은 물론, 사람의 몸짓과 표정도 인식해 처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AI 기반의 의미 인식 엔진과 음성 감정 식별 엔진을 탑재해 85가지 소리와 45가지 인간 감정 분류를 인식할 수 있다. 인간의 행복을 감지하고 슬픔을 위로하기 위한 기능들이다. 이러한 기능들은 사이버원의 처리 장치에 통합돼 있으며 곡선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모듈을 통해 실시간 대화형 정보로 표시된다.

    테슬라가 ‘바퀴 달린 로봇’이나 다름없는 자율주행자를 개발하며 보유한 AI 기술을 휴머노이드로 발전시켰다면, 샤오미는 스마트폰에서 시작해 웨어러블 장치, 스마트 홈, 전기차 및 로봇까지 개발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사이버원의 다양한 기능과 AI는 모두 샤오미 로보틱스연구소에서 자체 개발됐다. 샤오미는 그동안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알고리즘 혁신을 포함한 다양한 영역의 R&D(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샤오미의 발표대로라면 사이버원은 감정 인식 기능을 갖춰 반려로봇으로 활용될 수 있다. 기계적 성능이 향상된 산업용 로봇이나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구동되는 공공 서비스 로봇으로도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시제품일 뿐, 실제 성능 면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더버지’ 같은 일부 해외 IT(정보기술)매체는 “애플을 모방해온 샤오미가 이번에는 테슬라를 모방한 휴머노이드를 발표했다”며 “동영상 속 사이버원은 넘어지지 않고 걷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기술력이 떨어져 보인다”고 지적했다. 예상 가격도 약 1억1000만~1억3000만 원에 달해 기존 중국산 제품의 장점이던 가성비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고도의 기술 필요한 휴머노이드

    신체 활동 능력이 뛰어난 아틀라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신체 활동 능력이 뛰어난 아틀라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여러 난관에도 많은 테크 기업이 로봇과 휴머노이드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현대자동차도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로봇개 ‘스팟’과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개발한 로봇 전문기업이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내 AI 연구소를 신규 설립하는 등 로봇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업체들이 로봇이나 휴머노이드 개발로 시선을 돌리는 것은 미래 기술 생태계의 가능성에 대한 탐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로봇 개발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휴머노이드는 로봇 중에서도 최고도 기술이 필요한 분야다. 샤오미보다 관련 기술과 경험을 훨씬 많이 보유한 테슬라 역시 휴머노이드 개발 예고가 단지 머스크의 쇼맨십으로 보인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옵티머스 개발이 계속 미뤄지면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심도 더욱 커졌다. 하지만 마침내 올해 9월 말 테슬라 AI데이 행사에서 옵티머스를 공개할 것으로 예측돼 다시금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 편집위원 에반 애커먼은 IEEE 학회지 ‘스펙트럼’을 통해 “일부 회사의 경우 로봇 개발이 엔지니어링 인재를 확보하는 동시에 시장에서 돋보이는 멋진 하이테크 기술을 갖추는 수단이 된다”며 “아직 완전한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기에는 역부족인 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얻은 관련 기술을 다른 제품에 응용할 수 있다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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