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아이돌 학폭 의혹

[미묘의 케이팝 내비] 또래 팬들에겐 현실과 밀접한 문제로 인식돼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2-06-0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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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폭 가해자가 아이돌이 된다는 것은 악인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구도로 여겨질 수도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GETTYIMAGES]

    학폭 가해자가 아이돌이 된다는 것은 악인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구도로 여겨질 수도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GETTYIMAGES]

    최근 한 신인 아이돌그룹 멤버의 학교폭력(학폭) 논란이 거세다. 데뷔 전부터 의혹이 제기되던 중 중학생 시절 피해를 입었다는 인물이 등장했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처분 결과까지 공개됐다. 결국 소속사는 해당 멤버의 활동을 일단 중지시켰다. 진위 여부를 떠나 아이돌의 학폭 의혹을 둘러싸고 오가는 말들은 케이팝 아이돌과 우리 사회에 관해 몇 가지를 시사한다.

    아이돌의 윤리적 비위 이슈가 불거져도 해외 팬들은 지지를 지속하는 경우가 적잖다. 이를 두고 국내 팬들은 “해외 팬은 자신들의 현실과 무관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바꿔 말하면 국내 팬들은 곧잘 아이돌이 자신의 삶과 직접 관련 있다고 느낀다는 의미도 된다. 아이돌과 연예계가 별세계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과 주위 친구들, 특히 진로와 관련될 수 있는 현실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럴 때 아이돌의 사회적 지위가 의미를 갖는다. 학폭 가해자가 아이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택배원, 치킨집 사장, 음악평론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는 찾기 어려운 편이다. 아이돌의 성공이 천차만별이기는 하나, 직업이자 지위로서 아이돌은 계급적으로 우위라고 인식하는 경향도 있음이 엿보인다. 특히 Mnet ‘프로듀스×101’을 기점으로 흥행 여부를 떠나 데뷔 자체가 곧 성취로 여겨지는 풍조도 본격화한 듯하다. 그러니 학폭 가해자가 아이돌이 된다는 것은 곧 악인이 사회적으로도 성공하는 구도로 여겨질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아이돌을 ‘사랑받는 직업’이라고 표현한다. 악인이 사랑받는다고 상정할 때 드는 정서적 위화감 외에도, 아이돌이 일종의 권력을 가진 대상으로도 여겨지는 대목이다. 여기서 사랑이란 정서적 유대를 넘어 정의 실현을 피해갈 수 있는 일종의 권력을 뜻하기도 한다. 아이돌로서 일찍부터 지지자가 강력히 결집해 사회적 지탄에 맹렬하게 반격을 가하리라 상정한 것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팬덤을 맹목적 충성심으로 움직이는 존재로 규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아티스트의 비위나 소속사, 콘텐츠의 문제점에 대해 입을 여는 분위기가 여러 팬덤에 걸쳐 조성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음주운전보다 강력한 학폭 데미지

    아이돌에게 학폭은 유달리 민감한 주제다. 연예인의 다른 비위, 이를테면 성범죄나 외도, 탈세, 사기, 도박, 폭행과는 온도차가 있다. 치명률로 따지자면 음주운전보다 강력해 보인다. 학폭이 미성년 시기의 일이라 다른 범죄보다 미약한 처벌이 이뤄진다는 인식도 있는 듯하다. 또한 인터넷상 화젯거리로서 가연성이 높다는 진단도 가능할 테다. 웹툰 등 대중서사의 단골 소재로 자극적인 노출이 빈번한 점도 들 수 있겠지만, 익명의 폭로나 증언이 관여하는 공론화 형태를 띠기 쉬운 사안이라는 점도 관련 있을 것 같다. 여론재판과 그에 따른 ‘자경행위’는 물론 음해성 루머 취급, 2차 가해, 거짓 증언 등이 뒤엉키는 아수라장이 되기 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해당 연예인의 소속사가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당사자는 사방에서 무방비하게 유무형의 피해를 입기 십상이다. 피해를 당했다는 이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돌의 학폭 의혹에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신중함이 ‘기계적 중립’보다 배려에 가까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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