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에 대해 소신 있게 얘기했어요 [SynchroniCITY]

美 시애틀 ‘마이티오 도넛’ 먹고 싶어요!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입력2022-05-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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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대 라이머 님이 출연한 ‘라디오스타’ 재미있게 잘 봤어요.

    현모 ㅎㅎ 영대 님은 다 아시는 얘기잖아요.

    영대 라이머 님 얼굴이 슬림해지고 좋아 보이시던데요?

    현모 원래 남편이 근력운동 위주로만 했는데 최근 골프에 빠진 이후로 자연스레 살이 빠진 거 같아요.



    영대 전 또 현모 님이 채식을 하니까 살이 빠지신 줄. ㅋㅋㅋ

    현모 채식이랑 다이어트는 전혀 상관없다고요. 체중은 뭘 먹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먹느냐에 달린 것임!

    영대 ㅋㅋ 맞는 말이네요. 같은 막국수라도 곱빼기를 먹으면…. ㅋㅋㅋ

    최근 채식주의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GETTYIMAGES]

    최근 채식주의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GETTYIMAGES]

    현모 안 그래도 오늘 채식에 대해 연설할 일이 있었는데, 굉장히 고민되고 신경 쓰였어요.

    영대 왜요? 자주 하시는 말씀이잖아요.

    현모 세계자연기금(WWF)이 매년 진행하는 ‘판다토크’에 연사로 초청됐는데,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채식주의라고 밝힌 것은 처음라서요. 아무래도 아직 채식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약하기도 하고, 괜히 까칠하고 유별난 사람으로 비칠까 봐 그동안은 “지향한다” 정도로만 살짝 언급했거든요.

    영대 에이, 요즘 세상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현모 치맥, 삼겹살, 스테이크… 이런 것들이 다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메뉴인데, 혼자 축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해 얘기하면 마치 즐거운 축제에 재 뿌리는 거 같잖아요. 너무 많은 인구가 축산업과 연관 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당장 제 지인들 중에도 고깃집을 운영하거나 닭가슴살 제품을 판매하는 분이 많은데, 의도치 않게 그분들이 상처받을까 봐 염려되는 게 당연하죠.

    영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발표하거나 강의할 때 수위를 조절하기가 가장 까다롭죠.

    현모 어쨌든 그래도 환경단체가 주최하는 행사라 용감하게 제 소신을 얘기하고 돌아왔어요!

    영대 잘하셨어요. 대중문화인으로서, 특히 여자 연예인으로서 비건 지향적인 주관이 활동에 걸림돌이 될 때도 많을 텐데, 의지를 갖고 목소리를 낸다는 건 대단한 일이죠.

    현모 WWF 측에서도 말씀하시더라고요. 미국 같은 해외에선 영향력이 큰 영화배우나 유명 인사들이 환경보호 메시지 전파에도 적극적인데, 한국에는 그런 인물이 적어서 협력할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요.

    영대 그죠. 우리는 그런 건 정치인이나 과학자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현모 사실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굉장히 열심히 실천하는 배우나 가수들도 소속사의 관리 때문에 환경 관련 캠페인에 동참하기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책임이 막중해지기도 하고, 광고나 상품 협찬에도 제약이 생기니까요.

    영대 생각해보니까 제 아내는 채식주의자 같은 건 아니지만, 아이들을 낳고부터는 음식에 관해선 정말로 철두철미해졌어요.

    현모 어떤 방식으로요?

    영대 조개류는 미세플라스틱 같은 해양 쓰레기가 다량 포함돼 있어 먹이지 않았고, 참치도 상위 포식자라 수은 함량이 높다는 이유로 안 먹였죠. 무엇보다 가난한 유학생 살림에 돈이 더 들더라도 유기농으로 사서 먹였어요. 몸에 닿는 기저귀나 세제, 화장품 같은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어휴, 내가 커피 한 잔 덜 먹지 하는 심정으로 가격이 몇 배 비싸도 그런 것들을 구매했답니다.

    현모 오오, 저는 아직 아이가 없어서인지 그런 것까지 따지진 않는데, 철저하셨네요.

    영대 한 번은 재밌었던 게 우리 식구들이 매일 먹는 재료를 아내가 너무 유기농으로 사왔길래 제가 이렇게 데일리로 먹어야 하는 필수 품목을 비싼 걸로 사오면 어떡하냐고 했어요. 아내 왈, 자주 먹는 거니까 그럴수록 좋은 걸 사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ㅋㅋㅋ 완전 반박 불가였죠.

    현모 그런데 어때요? 그렇게 유기농으로 따져가며 키운 보람이 있는 거 같으세요?

    영대 네! 두 딸 모두 잔병치레가 없었고, 요즘 그렇게 흔하다는 아토피나 천식, 알레르기도 없이 잘 자랐거든요.

    현모 와우, 아내분에게 비법 좀 전수받아야겠어요.

    영대 물론 요새는 그렇게까지 꼼꼼히 챙기진 못해요. 이제 애들이 어느 정도 크기도 했고, 한국 들어오고 나서는 유기농 옵션이 미국에서만큼 방대하지가 않아서요.

    현모 그건 그래요. 경제 수준도 차이가 나지만 전체 시장이 작아서 어쩔 수 없죠. 국민의 5%만 유기농을 선호한다 해도 한국과 미국 규모는 비교가 안 되니까요.

    영대 한국에 와서 하루는 팜유가 들어간 과자를 딸아이한테 먹였더니, 피부가 바로 반응해 깜짝 놀랐어요. 그래도 다행인 건 저희가 텃밭을 가꾸니까 채소는 대체로 직접 기른 유기농에 물류가 필요 없는 로컬 생산이라는 점이에요. 유기농 인증 마크가 안 붙었을 뿐, 이건 로컬 정도가 아니라 거의 스폿 생산이죠. ㅋㅋㅋㅋ

    채식은 우리 몸뿐 아니라 지구를 살리는 치유의 밥상이다. [GETTYIMAGES]

    채식은 우리 몸뿐 아니라 지구를 살리는 치유의 밥상이다. [GETTYIMAGES]

    현모 너무 재미있는 게 사람들이 ‘채식’ 또는 ‘비건’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건강, 웰빙 이미지가 겹쳐서 ‘오가닉’ ‘글루텐 프리’ ‘키토’처럼 식단 앞에 붙는 다른 단어들이랑 헷갈려 하기도 하더라고요. 전혀 상관없는 개념인데도요.

    영대 ㅎㅎㅎ 맞아요. 왠지 비건은 빵이나 케이크 같은 밀가루와 설탕이 들어간 음식은 안 먹을 거 같고, 풀만 뜯어 먹을 거 같고. ㅎㅎㅎㅎ

    현모 비건 중에도 바빠서 비건라면만 매일 끓여 먹는 ‘정크 비건(junk vegan)’도 있답니다. ㅋㅋ

    영대 비건이든, 논비건이든 ‘정크’가 붙으면 영양 균형은 말짱 꽝이겠네요. ㅋㅋ

    현모 한번은 누가 제가 채식인인 걸 듣더니, 청담동에 유명한 샐러드집 가봤냐며 치킨 샐러드나 단백질 셰이크 등 다양한 메뉴가 있어 운동하는 몸짱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다고 그러더라고요.ㅋㅋㅋ 채식이라고 하면 뭔가 샐러드가 연상되고 자동으로 날씬한 몸매 같은 게 떠올라서 그런 거죠.

    영대 샐러드에도 종류에 따라 각종 치즈나 베이컨 같은 동물성 재료가 무지하게 들어가는데 말이죠. ㅎㅎ

    현모 반대로 비건 친구 한 명은 어린 조카가 하도 ‘비건’이라는 말을 옆에서 들어서 포도를 가리키면서도 “비건 포도”라 하고, 딸기를 가리키면서도 “이건 삼촌이 좋아하는 비건 딸기”라고 한대요. 정확한 의미는 몰라도 무조건 좋은 거다 이런 뜻인 거죠. 귀엽죠. ㅋㅋㅋㅋㅋ

    영대 ㅋㅋ 갑자기 먹는 얘기를 나누니까 야밤에 배고프네요. 미국 시애틀에서 우리 가족이 단골로 애용하던, 진짜 최고로 맛있고 안전한 비건 도넛 가게 가고 싶다!

    현모 오옷! 이름이 뭔데요?

    영대 마이티오 도넛(Mighty-O Donuts)이라고, GMO(유전자변형 농수산물)나 화학 첨가물을 쓰지 않아서 아무리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유명한 맛집이에요.
    현모 으악, 먹어보고 싶다!! 언제쯤 가볼 수 있으려나…. ㅜㅜ

    영대 우린 언제나 그렇듯 비건 막국수로 대신해야죠. ㅋㅋㅋㅋ

    현모 진짜 동네에 닭 육수를 안 쓰는 막국숫집이 있다는 게 어찌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

    영대 날도 더워졌는데 조만간 ‘비막’ 함께해요~! 비빔 막국수가 아니라, ‘비건 막국수’.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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