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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에 5000억 쏜 ‘슈퍼개미’ 수백억 손실 봤을 것”

평단가 유추해보면 손해 봤을 개연성 커… “1만 주씩 ‘대놓고’ 매수, ‘깔아놓고’ 매도한 듯”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엔씨소프트에 5000억 쏜 ‘슈퍼개미’ 수백억 손실 봤을 것”

엔씨소프트 경기 판교 R&D센터 사옥. [사진 제공 ·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경기 판교 R&D센터 사옥. [사진 제공 · 엔씨소프트]

“1만 주 정도씩 줄줄이 ‘대놓고’ 계속 매수하면서 호가를 높이는 방법, 처음부터 가격을 뻥 튀겨 주가를 높인 뒤 다른 개미들이 추격 매수하게끔 하는 방법이 있다. 팔 때도 1만 주씩 ‘깔아놓고’, 상한가 매수 주문이 들어오면 팔고 또 팔았을 거다.”

20년 경력의 개인투자자 A씨는 엔씨소프트 ‘슈퍼개미’ 미스터리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1월 11일 개인(단일 계좌)이 엔씨소프트 주식을 5000억 원(70만3325주)가량 매수하고, 1500억 원(21만933주) 정도를 매도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세조종 논란이 일었다. 순매수 금액만 3500억 원에 달한다. 이날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9.92%까지 오른 78만6000원을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단일 계좌가 한 종목을 수천억 원어치나 거래한 건 2018년 액면분할을 앞둔 삼성전자 주식을 개인이 2000억 원어치 사들인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시세조종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해당 투자자는 주식 매수 나흘 만인 11월 15일 주식 대부분(53만 주)을 순매도했다.

이 과정에서 큰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11월 11일 역대 최대치 거래량에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지만 다음 날 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슈퍼개미가 주식을 거의 다 처분한 15일에는 9.37% 하락한 64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입 평균가 등이 공개되지 않아 손실 여부를 정확히 알 순 없으나, 주가 추이를 통해 평단가를 유추해보면 손실 봤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외국인·기관 매도 불 보듯 뻔한 일”

주식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에 대해 “상식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엄청난 자금을 한 종목에만, 그것도 특별한 호재가 없는 주식에 올인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A씨는 “아마도 이날(11일) 엔씨소프트가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베팅한 것 같은데, 나도 자료를 다 뒤져봤지만 특별한 게 없었다. 이날 ‘계속 오를 거 같으냐’고 물어본 사람이 많았고, ‘말도 안 된다’고 했다. 누가 봐도 (주가가) 하락할 게 분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수개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주가가 특별한 호재 없이 하루아침에 대량 거래를 수반해 올라간 만큼 장 마감 후 뒤늦게 호가를 확인한 외국인이나 기관이 대량 매도할 게 뻔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호재보다 악재가 더 많았다. 올해 초만 해도 장중 한때 104만 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8월부터 본격적으로 빠지기 시작해 10월 12일 최저가 55만5000원을 찍었다.



전문가들은 슈퍼개미가 끌어올린 주가 상승은 10% 내외일 것으로 추정한다. 주식 속성상 주가가 오를수록 탄력이 붙기 때문에 나머지 상승분은 추격 매수에 의해 올랐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A씨는 “10%쯤 올랐을 때 또 다른 굵직한 매수가 추가로 일어나면서 상한가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5000억 원, 검은돈일 수도”

주식 토론방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슈퍼개미의 정체에 대해 “옵션 투기세력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돈다. 슈퍼개미가 출현한 11월 11일은 옵션 만기일(매달 둘째 주 목요일)로, 엔씨소프트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다수의 파생상품에 투자한 특정 세력이 주가를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얘기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한다. 옵션 만기일에 장 마감 가격이 베팅 방향과 반대로 가면 투자자는 거액의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9년 도이치은행은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만기일 직전 기초자산인 국민은행(현 KB금융)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당시 대법원은 주가가 손익분기점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었으므로 도이치은행이 종가를 낮춰 수익 상환 의무를 면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었다며 이를 시세조종 행위로 규정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엔씨소프트 관련 단일 계좌가 개인 소유인 데다, 연계된 파생상품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옵션 등의 투기세력일 개연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예측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옵션시장은 호가 공백이 커 기관과 외국인의 싸움터일 뿐, 개인은 거의 투자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투자 전문가는 투자금 5000억 원에 대해 ‘지하경제를 움직이는 검은돈’일 개연성을 제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다단계, 기획부동산, 카지노, 사채 쪽 음성 자금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됐다는 것이다. 이 투자 전문가는 “이번 엔씨소프트 투자 과정이나 결과를 보면 주식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것 같다”며 “개인 혼자서 자기 계좌로 사고팔고 한 것이라면 딱히 불법이라고 할 수도 없다. 심지어 손해까지 봤다면 ‘웃픈’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나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투기세력에 의한 불공정거래 사실이 확인되면 주식투자로 얻은 이익금은 모두 환수되고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받는다.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주간동아 1315호 (p26~27)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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