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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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더블로 가…려다 ‘폭발’, 대장동에 흔들리는 친문

[이종훈의 政說] 관리 가능한 위협 vs 대선 패배 우려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1-10-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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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9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2019년 9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경선판이 참으로 이상하게 흘러갔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은 진보의 전통적 가치인 공정의 의미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투기·작전세력에 천문학적 부당이득을 남길 기회를 줬다는 사실만으로도 문제가 적잖지만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간 명분이나마 지키려 애써온 진보세력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이제 저들에게도 기득권 수호만 남았나’ ‘그렇다면 보수세력과 차이는 과연 무엇인가’ 같은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대장동 ‘관리 가능한 위협’ 판단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도 비슷한 푸념을 했다. 이 전 대표는 10월 7일 유튜브 채널 ‘이낙연TV’에서 진행한 ‘지지자와 함께하는 감사회’를 통해 “우리가 알았던, 사랑했던 민주당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 조금은 그 점이 걱정된다. 이번 경선을 거치면서 수십 년간 알았던 그 민주당이 낯설게 느껴지는 때가 있곤 하다. 대통령도 매우 속상하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할까.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일어난 수많은 자기부정이 문 대통령과 무관하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때 서자 취급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것도 따지고 보면 문 대통령이다. 경선 초반 친노무현·친문재인계(친노·친문계) 좌장인 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문 대통령과 아무런 공감 없이 이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했다고 보긴 어렵다. 이 지사의 대통령 당선에 대비해 보험을 들었다고 봐야 한다.

    이해찬 전 대표가 움직이면서 이 지사는 비로소 당내 조직 기반이 생겼다. 무엇보다 민주당 최대 계파인 친노·친문계는 이 전 대표의 행보를 행동지침으로 받아들였을 개연성이 적잖다. 친노·친문계 적자를 제3후보로 내세울 조건이 아니라면 이 지사를 도와주면서 에워싸는 방식으로 기득권을 연장해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도 함께 내렸을 수 있다.

    친노·친문계는 분산투자도 잊지 않았다. 이 지사보다는 덜하지만 당내 조직 기반이 취약한 이낙연 캠프에도 적잖은 친노·친문계 의원이 몸을 실었다. 양쪽을 함께 키워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원팀’ 정신으로 대동단결하는 아름다운 그림이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들이 투자자로서 최대 지분을 갖는 구조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도 상당한 지분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대장동 의혹에도 이들은 지분을 회수하지 않았다. 이 정도 리스크는 정권을 쥐고 있고 국회 의석수에서도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자신들의 힘으로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믿어서다. 실제로 여권은 대장동 의혹이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말하면서도 특검을 거부한다. 자칫 특검이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날 위험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될 경우 의혹이 있는 편이 관리하기에 더 낫다는 얄팍한 계산도 있다. 친노·친문계는 오랫동안 이 지사와 내전을 치러왔다. 자신의 성공가도에 방해가 되는 사람에게 이 지사가 가혹하다는 사실도 잘 안다. 경선 때 곁에서 도와주는 정도의 선의로 그를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장동 의혹은 그들에게 중요한 지렛대일 수 있다.

    경고는 다소 의외의 곳에서 갑작스럽게 불어닥쳤다. 3차 국민선거인단의 반란표다. 과반 압승 구도로 경선이 흘러가면서 어쩌면 이 지사가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 경선에서 획득한 57% 이상을 득표할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 지사 캠프 관계자발(發)로 “경기 경선에서 한 번 더 기세를 타면 50% 후반까지도 갈 수 있다고 본다”는 말이 보도를 타기도 했다. 친노·친문계와 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리는 발언이었다.

    대장동, 기회·과정·결과 정의로웠나

    이 지사가 압승하는 구도는 사실 친노·친문계가 바라는 결과가 아니다. 결선투표까지 가 신승(辛勝)해야 자신을 도와준 이해찬 전 대표는 물론, 친노·친문계의 고마움을 알 것이기 때문이다. 보험도 이때 더 효력을 발한다. 3차 국민선거인단의 선택은 이 점에서 당내 주력군인 친노·친문계의 전략적 판단을 담고 있다. 친위 쿠데타의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본선 우려감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 이 지사가 기소라도 당하면 후보 중도 탈락이라는 위기가 닥친다. 이때 다시 후보를 내세우더라도 이미 패색이 짙어진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 가다 큰일 날 수도 있다’는 다소 때늦은 자각 증상의 폭발적 발현, 이것이 3차 국민선거인단 반란표의 본질이다.

    이 지사 측은 역선택 가능성을 제기한다. 진보진영 일각에서 이 논리에 동조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인다. 심각한 오독이다. 역선택이 있었다면 이 지사가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압승해야 했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에서는 ‘이나땡’(이재명이 나오면 땡큐)으로 인식 전환이 이뤄졌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친노·친문계는 민주화운동을 시작했을 당시의 초심을 잃었다. 특히 문재인 정권에서 자기부정의 악선례를 차곡차곡 쌓은 결과, 이를 덮기 위해 공정이라는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을 우려가 있는 대선후보와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지경에까지 몰렸다. 파우스트적 상황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그 종결판에 해당한다. 문 대통령에게 묻는다. 대장동 사업에서 기회는 평등했고 과정은 공정했으며 결과는 정의로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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