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9

2021.10.08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극복해 대통령이 될 것인가

‘국민의힘 게이트’는 흘러간 물, ‘대장동 게이트’는 닥쳐올 폭풍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21-10-0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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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동아DB]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 [동아DB]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의혹을 ‘국민의힘 토건 게이트’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2015년 무죄로 풀려난 남욱 변호사의 행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0년 전까지 대장동 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한 공공개발 방식이 유력했다. 남 변호사 등 일부 인사가 공공개발을 막아섰다는 관측이 있다. 그는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 9월 27일 검찰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 관련 로비 정황이 담긴 녹취록 등을 제출)와 함께 부동산 법인 ‘씨세븐’ 자문단으로서 민간개발을 위해 대장동 토지 매입을 추진했다고 한다.

    ‘대장동 로비’ 사건으로 기소됐던 남욱

    남 변호사 등의 노력 덕인지 2009년 11~12월 씨세븐은 304건 계약을 맺으며 대장동 땅의 32%가량을 확보했다. 다만 잔금까지 치른 완전 거래는 아니었다. 씨세븐은 계약금으로만 1200여억 원을 지출했다. 민간이 주도해 도시개발을 하려면 토지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해 지주 2분의 1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잔금은 개발이 확정된 후 지급하는데,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계약만 해 개발 조건을 갖추는 노력을 ‘지주(地主)작업’이라고 부른다. 지주들은 땅이 저가에 수용되는 공공개발보다 많은 보상을 해주는 민간개발을 선호한다.

    민간개발을 하려면 LH 영향력을 배제해야 한다. 씨세븐은 전주(錢主)들을 위한 법인 ‘대장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만들어 남 변호사를 대표로 삼았다. “대장동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열심히 지주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진 남 변호사가 새 임무를 부여받은 것. 당시 여당은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이었다. 남 변호사는 2008년부터 한나라당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LH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이므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당시 국토해양위원회) 통제도 받는다.

    남 변호사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의원과 보좌관들에게 접근했다. 이를 위해서는 ‘실탄’이 필요했다. 2015년 수원지방검찰청 수사에 따르면 씨세븐 대표와 남 변호사는 15억 원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 씨세븐 측은 2009년 12월부터 2010년 5월 사이 네 차례에 걸쳐 8억3000만 원을 그에게 송금했다. 수원지검은 남 변호사를 ‘변호사법’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남 변호사도 대응에 나섰다. 월 1500만 원을 받고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고문이 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 282억 원을 배당받은 천화동인 6호 소유주 조현성 변호사, 현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 김승원 변호사 등 변호인단의 도움을 받았다.

    당시 남 변호사 측은 법정에서 “로비자금이 아닌 법률자문 용역비로 받았다”고 주장했고, 같은 취지의 내용이 기재된 영수증을 제시해 1·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2심 재판장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 수원지검은 씨세븐이 신영수 전 한나라당 의원(성남시 수정구 지역구) 동생에게 2억 원, 윤병천 LH 이사에게 13억8000만 원을 제공한 것도 밝혀내 기소했다. 이들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세칭 ‘대장동 로비 사건’ 수사를 지휘한 당시 수원지검장이 바로 2020년까지 화천대유에서 월 수백만 원을 받고 자문한 강찬우 변호사였다.



    이재명과 다른 의견 밝힌 유동규

    2010년 이재명 지사가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했을 때만 해도 대장동 관련 사안을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 씨세븐과 남 변호사 등의 노력으로 2010년 6월 LH가 철수했으니 대장동은 민간개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 지사의 성남시장직 도전을 적극 도와준 사람 중 한 명이 분당구 한 아파트의 리모델링추진위원회 조합장이던 유동규 씨다. 그는 이후 성남시 시설관리공단(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됐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1년 지방채 4562억 원을 발행해 대장동을 100% 공공개발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성남시의회 측 거부로 지방채 발행이 무산되면서 이 계획은 무위에 그쳤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2년 유동규 당시 본부장은 ‘매일경제’(4월 26일자), ‘한겨레’(5월 2일자)와 인터뷰에서 “민관공동개발 방식으로 추진해 성남시와 민간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재명 당시 시장과 다른 견해를 밝힌 것이다. 그가 씨세븐이나 남 변호사 등과 접촉해 이러한 의견을 밝혔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이재명 당시 시장이 그의 발언에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시 2년이 지난 2014년 1월 이재명 당시 시장은 성남시 시설관리공단을 합친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를 공식 출범시켰다. 같은 해 6월 성남시장 재선에도 성공했다.

    이후 대장동은 민관합작 개발로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통상 재개발사업은 성남도공 개발본부가 맡기 마련인데, 유동규 전 본부장이 이끄는 기획본부가 전담하게 된 것.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가 추천한 서강대 후배 정민용 변호사를 투자사업팀장, 정영학 회계사가 추천한 김민걸 회계사를 전략사업실장으로 채용했다. 그리고 2015년 2월 13일 대장동 개발공고를 냈는데, 성남도공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정민용 투자사업팀장(변호사)이 해당 공고를 주도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어 황무성 초대 성남도공 사장이 사임하고 유 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이 돼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화천대유를 만든 최대주주 김만배 씨와 유동규 전 본부장 사이에 접촉이 있었던 시점은 이때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 측에 제공한 녹취록에 따르면 2015년 3월 유동규 전 본부장은 김만배 씨와 “개발이익 25%(약 700억 원)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그해 10월 그 액수를 확정 지었다. 정 회계사는 유 전 본부장에게 뺨을 맞기도 했다고 한다. 대장동 개발은 성남도공이 성남의뜰 지분의 50%+1주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공공개발로 인정됐다. 그 덕분에 대장동 땅을 헐값에 수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아파트를 짓는 개발은 전부 민간업자가 맡게 됐다. 공공의 역할은 토지를 싸게 수용하는 데 그쳤고, 사실상 순수 민간개발보다 민간기업에 더 큰 특혜를 주는 구조로 개발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바로 그러한 때인 2015년 6월 수원지검이 대장동 로비 사건을 수사해 남 변호사와 신영수 전 의원의 동생 등을 구속했다. 구속됐다 풀려난 남 변호사는 큰 충격을 받은 듯 ‘미국에서 삶’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주거지로 삼고 한국을 이따금 방문하는 것으로 생활 방식을 바꾼 것. 새로운 생활 방식이 안착되자 MBC 기자인 그의 부인은 2019년부터 2년간 육아휴직을 내고 미국에서 지내다 올해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사표를 내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화천대유와 관계사 ‘천화동인’은 성남의뜰 운용으로 4040억 원 배당금을 챙겼다. 그리고 성남의뜰로부터 수의계약 형식으로 다섯 필지를 받아 그중 두 필지는 시공사를 선정해 직접 시행하고, 세 필지는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에 판매해 50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는 2013년 정재창 씨가 주도한 위례신도시 개발에도 참여했다. 당시 정재창 씨는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3억 원을 건네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뒀다고 한다. 그리고 대장동 개발이 ‘대박’을 터뜨리자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학 녹취파일’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이 문제를 남 변호사, 정 회계사, 김만배 씨 등과 상의했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60억 원씩 도합 120억을 정재창 씨에게 지급했다. 그러나 정씨는 7월 정 회계사의 천화동인 5호를 상대로 30억 원을 더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위험이 잦아지자 정 회계사도 녹음과 촬영을 했다. 그는 녹취파일을 여러 개 만들어 검찰에 신고하기 전 여러 지인에게 맡겨놓았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측에도 전달됐다. 그 때문에 검찰은 정 회계사가 제공한 녹취록을 무시하거나 간과할 수 없게 됐다.

    10월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선 캠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우원식, 김병욱, 박찬대 의원(왼쪽부터)은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성남시 대장동에서 국민의힘과 결탁한 토건세력이 민간개발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동아DB]

    10월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선 캠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우원식, 김병욱, 박찬대 의원(왼쪽부터)은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성남시 대장동에서 국민의힘과 결탁한 토건세력이 민간개발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동아DB]

    검찰 수사 주시하는 여론

    이재명 지사가 말하는 ‘국민의힘 토건 게이트’는 수원지검이 수사한 2015년 대장동 로비 사건을 가리킨다. 무소속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병채 씨에게 50억 원 퇴직금을 준 것도 일종의 ‘국민의힘 게이트’로 볼 수 있으나, 유동규 전 본부장 관련 게이트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대장동 게이트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정 회계사가 제공한 녹취파일 때문에라도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주시하는 여론도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 수사까지 요구할 것이니 진퇴양난이 된다.

    이 지사는 “1원이라도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측근을 둘러싼 의혹과 자신을 분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곽 의원은 아들의 ‘퇴직금’ 50억 원 때문에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이내 의원직에서 사퇴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도 가족의 부동산 투기 의혹 때문에 의원직을 사퇴했다(9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직안 가결). 반면 민주당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미향 의원을 출당만 시켰을 뿐이다. 대장동 로비 사건에 놀란 남 변호사는 미국행을 추진했지만, 정 회계사는 일이 꼬여가고 있다고 판단해 녹음과 촬영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렇다 할 대비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독박을 피하려면 그도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해야 한다.

    국민의힘 게이트는 흘러간 물이지만, 대장동 게이트는 닥쳐올 폭풍이다. 이재명 지사에게 의혹의 눈초리가 향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지사는 ‘대장동 게이트’를 극복하고 대통령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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