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5

2021.06.25

‘시가총액 32조’ 유니티, 인디게임 지원군서 메타버스 선구자로

정작 主수익원은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 애플 새 광고 정책과 빅테크 견제구 ‘주의’

  • 뉴욕=강지남 통신원

    jeenam.kang@gmail.com

    입력2021-07-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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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게임엔진 1위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지난해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현재 시가총액만 32조 원에 달한다. [유니티 소프트웨어 홈페이지 캡처]

    세계 게임엔진 1위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지난해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현재 시가총액만 32조 원에 달한다. [유니티 소프트웨어 홈페이지 캡처]

    2003년 독일 베를린에 사는 고등학생 요하임 안테는 ‘코펜하겐 형’의 부름에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날아갔다. 인터넷에서 사귄 니콜라스 프란시스가 “함께 게임 개발용 오픈소스 그래픽 도구를 만들자”고 부른 것. 둘은 프란시스의 친구 데이비드 헬가슨의 아파트에 기거하며 작업하다 아예 헬가슨까지 팀으로 끌어들였다.

    이듬해 트리오는 안테의 아버지가 댄 투자금 2만5000유로(약 3386만 원)에 헬가슨이 카페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합쳐 게임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이들이 출시한 게임 구볼(GooBall)은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다. 트리오는 자신들이 상업 게임보다 게임 제작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더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게임엔진을 개발하기로 했다. 게임엔진이란 게임을 편집하고 인터랙티브(interactive)한 3D(3차원) 콘텐츠를 만드는 데 쓰이는 소프트웨어다. 이들 셋은 당시로서는 윈도 계열에 밀려 소외됐던 매킨토시 기반의 게임 개발자를 타깃 고객으로 삼았다. 회사 이름은 협업과 상호호환성의 의미를 담아 ‘유니티 소프트웨어’(Unity Software·이하 유니티)라고 지었다.

    전 세계 게임엔진 시장 절반 장악

    전 세계 게임엔진 시장의 절반 이상, 모바일게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유니티 소프트웨어(위). 창업자 요하임 안테, 니콜라스 프란시스, 데이비드 헬가슨(왼쪽부터). [유니티 소프트웨어 홈페이지 캡처]

    전 세계 게임엔진 시장의 절반 이상, 모바일게임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유니티 소프트웨어(위). 창업자 요하임 안테, 니콜라스 프란시스, 데이비드 헬가슨(왼쪽부터). [유니티 소프트웨어 홈페이지 캡처]

    오늘날 유니티는 전 세계 게임엔진 시장의 절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70% 이상을 차지하는 발군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유니티 고객은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널리 퍼져 있다. 본사도 코펜하겐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옮겼다. 지난해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현재 시가총액은 32조 원 규모에 이른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매수한 미국주식 리스트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한국 투자자가 즐겨 찾는 종목이기도 하다.

    유니티가 첫 게임엔진 소프트웨어를 발표한 것은 2005년 애플 연례행사인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였다. 유니티는 여기서 단 한 명의 고객을 만나 200달러 매출을 올렸다. 시작은 미약했다. 하지만 이후 성장 과정은 착실했고, 매우 전략적이었다.

    우선 ‘게임 개발의 민주화’라는 사명에 걸맞게 사용하기 편하고 쉽게 호환되는 기술을 선보였다. 개발자들은 게임엔진 사용료로 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는데, 유니티는 무료 평가판을 제공하는 동시에 기본 버전 200달러, 풀버전 1500달러로 이원화하는 정책을 폈다.



    애초에 인디게임 개발자를 타깃으로 했기 때문에 유니티 게임엔진은 소형 노트북컴퓨터 등 작은 디바이스 게임에 적합했다. 따라서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한 것이 유니티로서는 대형 호재가 아닐 수 없었다. 기성 게임엔진들이 모바일게임 시장을 눈여겨보지 않을 때,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유니티를 사용해 만든 모바일게임으로 앱스토어를 가득 채웠다.

    2009년은 여러모로 유니티에 기념비적인 해였다. 윈도 버전을 발표하며 PC게임 시장에 진출했고, 샌프란시스코의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첫 외부 투자를 유치하며 본사를 덴마크에서 미국으로 옮겼다. 또 기본 버전을 완전 무료로 제공하는 ‘부분 유료화’를 단행했다. 가능한 한 많은 개발자를 유니티 플랫폼 안으로 들어오게 하기 위함이었는데, 이 전략은 적중했다. 사용자가 폭증했고 인터넷에는 유니티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생산한 유니티 활용 관련 블로그, 동영상, 포럼 게시물이 넘쳐났다. 2016년에는 유료 구독 모델로 한 번 더 전환했다. 구독자라면 누구나 최신 버전에 자동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유니티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임엔진이 됐다.

    현재 유니티 솔루션이 지원하는 플랫폼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애플 매킨토시, 닌텐도 스위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 20개 이상이다. 유니티 솔루션으로 제작했거나 운영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월간 이용자는 25억 명이 넘는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2억3480만 달러(약 2667억 원)이며, 연간 매출은 10억 달러(약 1조1360억 원)로 예상된다. 하지만 엄청난 매출 규모에도 유니티는 적자 기업이다. 기술 기업답게 연구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1억 달러 안팎의 적자가 예상된다.

    게임 外 영화, 교육, 건축, 자동차 등 영역 확대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게임뿐 아니라 자동차, 건축, 교육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유니티 소프트웨어 홈페이지 캡처]

    유니티 소프트웨어는 게임뿐 아니라 자동차, 건축, 교육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유니티 소프트웨어 홈페이지 캡처]

    최근 메타버스(metaverse: 현실과 혼합된 가상세계)가 뜨거운 화두가 되면서 유니티는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고도화된 메타버스를 구현하려면 3D는 물론, VR(가상현실)와 AR(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된 콘텐츠 생산이 필수적인데, 이러한 콘텐츠 제작에 유티니 소프트웨어가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VR 기기 제작사 오큘러스를 인수한 이듬해인 2015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모바일 다음으로 VR/AR가 주요 컴퓨팅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유니티 인수를 검토하자”고 내부 e메일을 돌렸을 정도로 VR/AR 기술 분야에서 유니티는 매우 앞서가고 있다. 유니티는 최근 게임 외에도 영화, 교육, 자동차·건축물 설계 및 시뮬레이션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즈니 영화 ‘코코’의 VR 콘텐츠, 다국적 건설사 스칸스카(Skanska)의 VR 안전 교육 프로그램, 중국 전기차 바이톤의 차량 내 AR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이 유니티의 VR/AR 기술로 제작됐다.

    하지만 유니티 앞날이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당장의 과제는 애플의 새로운 IDFA(Identity for Avertisers: 광고식별자) 정책을 극복하는 것이다. 애플의 IDFA를 활용하면 사용자를 추적해 광고를 선택적으로 노출시킬 수 있는데, iOS 14.5 버전부터는 각 애플리케이션(앱)에 사용자에게 IDFA 추적을 허용하는지를 묻는 대화창이 뜬다. 사용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앱은 해당 기기에 접근할 수 없다. 사용자의 80% 이상이 추적을 거절한다는 통계가 나왔을 정도로 새로운 IDFA 정책은 모바일 광고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기술의 유니티’가 정작 매출을 가장 많이 올리는 부문은 게임엔진이 아닌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다. 2014년 애플리파이어(Applifier)를 인수한 이후 모바일 광고 비즈니스를 개시해 세계 최대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로 등극했다. 현재 이쪽 매출 비중은 60%로 추정된다. 유니티 측은 애플의 정책 변경으로 올해 매출이 3000만 달러(약 341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임 외 산업으로 확장은 아직 초기 단계라 큰 수익을 기대하기엔 시기상조다. 페이스북이 VR 애니메이션 제작 툴 퀼(Quill)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는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VR/AR 기술 분야에서 유니티의 독주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점도 눈여겨볼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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