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5

2021.06.25

中 위성 ‘로봇 팔’, 美 우주선 격추 능력 갖춰

위성 공격 무기 다수 개발한 중국 vs 우주공간 공동방위망에 포함한 NATO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1-06-3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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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우주정거장의 핵심 모듈 톈허(天和)에 장착된 길이 10m 로봇 팔. [사진 제공 · 중국국가항천국]

    중국 우주정거장의 핵심 모듈 톈허(天和)에 장착된 길이 10m 로봇 팔. [사진 제공 · 중국국가항천국]

    인공위성 스젠(實踐) 17호는 중국이 2016년 6월 하이난다오에서 창정(長征) 7호 로켓에 탑재해 발사한 우주 쓰레기 처리용 위성이다. 이 위성에는 문어발처럼 생긴 로봇 팔이 장착돼 있다. 로봇 팔로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쓰레기를 제거한다.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스젠 17호를 이용해 수명이 다한 위성을 바다로 안전하게 추락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우주 쓰레기 처리용 위성은 군사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다른 국가 위성을 밀어내 궤도를 바꾸거나 물리적 충격을 가해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위성이 사실상 우주 무기가 되는 것이다.

    우주 무기된 인공위성

    지난해 12월 중국이 위성 5기를 탑재한 창정(長征) 8호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사진 제공 · 중국국가항천국]

    지난해 12월 중국이 위성 5기를 탑재한 창정(長征) 8호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사진 제공 · 중국국가항천국]

    중국의 우주 무기는 이것만이 아니다. 2022년 완공을 목표로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은 이 우주정거장이 자국 인공위성을 공격하는 데 활용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중국이 5월 29일 지구 궤도에 쏘아 올린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인 톈허(天和)에는 길이 10m의 로봇 팔이 달려 있다. 중국 측은 “최대 20t 물체를 잡아 움직일 수 있는 로봇 팔이 우주정거장에 접근하는 우주선의 도킹을 보조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중국의 ‘우주굴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임스 디킨슨 미국 우주군 사령관은 4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은 우주 공격 체계를 갖추고 우주에서 주도권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며 “로봇 팔이 달린 인공위성 스젠 17호는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잠재적으로 미국 우주탐사선을 격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4월 발표한 ‘연례 위협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다양한 위성공격무기(Anti-Satellite · ASAT)를 개발했다. 저궤도 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지상 발사형 위성 요격 탄도미사일, 위성 광학 센서를 손상시키는 지상 발사형 레이저를 배치했다. 미국 국방부도 지난해 발표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자체 개발한 ASAT 등 우주 전력이 미국에 맞먹는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우주 패권에 도전하는 나라는 중국만이 아니다. 러시아도 지난해 4월 지구 저궤도의 군사 통신위성을 지상에서 요격하는 ASAT 실험에 성공했다. 러시아는 그간 미국 등 서방국가에 위성 요격미사일 개발을 제한하자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정작 러시아는 자국 ASAT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특히 다른 나라의 위성을 레이저나 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이른바 ‘킬러 위성’ 개발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

    현재 약 5000개의 인공위성이 지구 상공에 있다. 인공위성은 고도에 따라 용도가 다르다. 고도 3만6000㎞인 정지 궤도 위성은 기상 관측, 통신, 미사일 탐지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고도 500~1500㎞ 저궤도 위성은 원격 탐사, 기상 관측, 지구 관측, 군사정보 목적으로 운용된다. 고도 2만㎞의 중궤도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위성은 군함·전투기 · 미사일 탐지 유도 기능과 스마트폰·차량 내비게이션 · 자율주행차 등에 활용된다. 인공위성은 경제활동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유용한 자산이다. 따라서 인공위성이 파괴될 경우 국가 안보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레이저 · 미사일로 적 위성 공격 ‘킬러 위성’

    미국 우주군 사령부 장병들이 합동작전센터에서 전 세계 인공위성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미 우주군]

    미국 우주군 사령부 장병들이 합동작전센터에서 전 세계 인공위성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미 우주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우주를 새로운 전쟁 영역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2019년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에 이어 6번째 군대로 우주군을 창설했다. 1947년 공군이 육군으로부터 독립한 후 72년 만에 새로운 군종이 탄생한 것이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도 지난해 10월 육해공, 사이버 공간과 더불어 우주를 다섯 번째 작전 영역으로 규정했다. 위성 기반 시설에 대한 중국,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고자 독일에 새로운 우주 통제센터도 설치했다. 일본은 지난해 항공자위대 산하에 첫 우주 전문 부대인 우주작전전대를 만들었다. 중국은 2016년 군사우주 전략을 주관하는 전략지원군을, 러시아는 2015년 공군과 항공우주방위군을 합친 항공우주군을 창설했다. 바야흐로 우주전(Space War)에 대비하기 위한 강대국 간 각축이 시작된 것이다.

    중 · 러 2035년 달 연구기지 공동 건설

    주목할 점은 중국과 러시아가 우주 개발 및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국은 2024년 소행성 탐사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으며, 2035년 달 연구기지 공동 건설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러시아의 달 탐사선 루나 프로젝트는 중국의 창어 탐사선 프로젝트와 통합된다. 앞으로 루나 27호와 창어 6호 탐사선이 달 표면을 굴착해 채취한 샘플을 지구로 보내올 계획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기술이 결합하면 양국 우주 개발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 두 나라의 협력이 우주 무기 개발로까지 이어진다면 미국에겐 자칫 안보 ‘악몽’이 펼쳐질 수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우주 개발에 적극 나서자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도 대응에 나섰다. 6월 14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나토 30개 회원국은 우주 공간을 공동방위망에 사상 처음으로 포함시켰다. 나토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우주 자산에 대한 공격도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재래식 공격만큼이나 손해를 끼칠 수 있다”며 “우주 공간에서 공격은 집단적 군사 대응을 명시한 나토 헌장 제5조의 발동 요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헌장 제5조는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공격을 나토 전체에 대한 침공으로 간주해 군사 대응에 나서는 것이 뼈대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주목할 점은 또 있다. 내년까지 새로운 전략 개념(Strategic Concept) ‘나토 2030’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나토는 냉전 종식 후 1999년과 2010년 두 차례 10년 동안의 안보 청사진을 발표했다. ‘나토 2030’엔 중국 · 러시아와의 우주전에 대비하는 내용도 포함될 계획이다. 미국이 나토와 함께 우주전에 대비하는 이유는 모든 우주 공간을 미국 단독으로 방어하기 어려우므로 우방국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백악관 측은 “나토 동맹국은 러시아의 공격적 정책과 행동, (나토 동맹국의) 안보와 번영 및 가치에 대한 중국의 도전, 테러·사이버 위협 · 기후변화 등 초국가적 위협에 대응해 전략 개념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토 회원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중국의 부상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규정하는 등 반중(反中) 연합 전선 구축에 합의했다. 중국을 향해 “나토 헌장에 명시된 근본적 가치와 상반되는 강압적 정책들이 우려된다”며 “주요 강대국의 역할에 걸맞게 우주·사이버·해양 분야를 포함해 국제 질서에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앞으로 우주 공간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갈등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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