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6

2021.04.23

사진 한 장이 771억? 나도 NFT 작품 도전!

마켓 플레이스에 수수료 지불하고 사진 업로드하면 작품 완성!

  • 이종림 과학전문기자

    입력2021-04-28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약 771억 원에 달러에 팔린 비플의
NFT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하루에 하나씩 만든 이미지를 5000일 동안 조합해 완성한 콜라주다. [비플 캡처]

    약 771억 원에 달러에 팔린 비플의 NFT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하루에 하나씩 만든 이미지를 5000일 동안 조합해 완성한 콜라주다. [비플 캡처]

    3월 ‘비플’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이 자신의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작품을 6900만 달러(약 771억5500만 원)에 판매했다. 유명 경매 사이트 크리스티에서 거래된 이 작품은 현존하는 예술가의 작품 중 세 번째로 높은 낙찰가를 기록했다.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는 최초의 트위트 NFT를 290만 달러(약 32억4200만 원)에 판매했으며, 미국 NBA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가 슬램덩크를 하는 비디오 클립 NFT는 20만 달러(약 2억2300만 원)를 호가했다.

    암호화폐 가치가 급상승한 데 이어 블록체인을 이용한 NFT 작품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으로 거래되자 관심이 쏠리고 있다. jpg 파일 한 장을 700억 원대 가치로 끌어올린 NFT는 어떤 기술이며,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NFT란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보장하고 양도 또는 판매를 허용하는 디지털 인증서다. 이 인증서는 블록체인 기술로 보호되기 때문에 해킹이나 변조를 막을 수 있다. NFT를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와 혼동하는 이가 많다. 이 둘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자산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NFT를 거래할 때 암호화폐가 쓰인다. 그러나 암호화폐는 대체 가능한 반면, NFT는 대체할 수 없는 자산으로 디지털 인증서가 따라붙는다.

    크립토키티 최초로 탄생한 제네시스 고양이. 약 1억2000만 원에 거래됐다. [크립토키티 캡처]

    크립토키티 최초로 탄생한 제네시스 고양이. 약 1억2000만 원에 거래됐다. [크립토키티 캡처]

    가상공간에만 존재하는 디지털 집도 NFT로 거래되고 있다. 크리스타킴의 ‘화성의 집(Mars House)’은 약 5억 원에
판매됐다. [크리스타킴 캡처]

    가상공간에만 존재하는 디지털 집도 NFT로 거래되고 있다. 크리스타킴의 ‘화성의 집(Mars House)’은 약 5억 원에 판매됐다. [크리스타킴 캡처]

    NFT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NFT 초기 모델은 2017년 크립토키티 게임에서 엿볼 수 있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블록체인을 통해 한정판 고양이를 구매한 뒤 교배해 키우는 방식이다. 암호화폐로 거래되는데, 아름답고 희귀한 종을 만들어내면 그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게임에서 이제 디지털 세계 전반으로 확장된 NFT는 이미지와 동영상뿐 아니라 NBA 가상 트레이딩 카드, 하이라이트 릴, 디지털 하우스, 증강현실 운동화, 음악 등에서 다른 사람이 소유하지 않은 유일무이한 디지털 아이템을 생산하고 있다. NFT 아티스트는 대량생산된 그림보다 원본이 더 가치 있다는 점을 내세워 더 높은 가격에 작품을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자산과 달리, 비플의 그림 같은 NFT 작품은 판매 후에도 인터넷상에서 계속 복제된다. 최초의 트위트 역시 판매됐지만 해당 트위트는 여전히 트위터에 존재하며 다른 사람들이 읽고 리트위트하거나 ‘좋아요’를 남길 수 있다. NFT로 작품 진위와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어도 디지털 자산의 외관이나 특성은 여전히 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연 수백만 달러를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의 최초 트위트는 블록체인 기술회사 브리지 오라클의 시나 에스타비 최고경영자가 구입했다. 그는 잭 도시가 서명한 디지털 인증서, 게시물과 관련된 모든 메타데이터를 넘겨받았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 창립자 잭 도시의 최초 트위트는 블록체인 기술회사 브리지 오라클의 시나 에스타비 최고경영자가 구입했다. 그는 잭 도시가 서명한 디지털 인증서, 게시물과 관련된 모든 메타데이터를 넘겨받았다. [트위터 캡처]

    NFT 어떻게 만드나

    NFT 세계에 뛰어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NFT 작품을 직접 사고팔기 위해서는 구매할 마켓 플레이스, 저장에 필요한 디지털 지갑 유형, 판매를 완료하는 데 필요한 암호화폐의 종류를 결정해 선택하면 된다.

    일반적인 NFT 마켓 플레이스로는 오픈씨(OpenSea), 민터블(Mintable), 니프티(Nifty), 게이트웨이(Gateway), 라리블(Rarible), 메이커스플레이스(Makersplace) 등이 있다. 현재 가장 큰 NFT 생태계를 가진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오픈씨, 라리블, 민터블, 메이커스플레이스 등을 지원한다. 대체로 오픈마켓이라 누구나 거래할 수 있지만, 메이커스플레이스와 같이 초대 방식으로만 회원 가입이 가능하거나 아티스트 승인 절차가 필요한 마켓도 있다.

    이 중에서 오픈씨를 선택할 경우 이더리움 화폐를 소량 구입해 디지털 지갑을 설정하고 마켓 플레이스에 연결시킨다. 마켓 플레이스에서는 NFT 작품으로 변환해 등록할 수 있는 메뉴를 제공한다. 여기에 자신이 만든 이미지 또는 파일을 올려 NFT로 전환하면 된다. 등록한 NFT 작품은 이베이와 같은 경매 방식으로 거래된다.

    중요한 건 NFT 작품을 마켓 플레이스에 등록하는 과정이 무료는 아니라는 점이다. 마켓 플레이스는 대부분 NFT 등록 또는 판매 과정에 일정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트랜잭션 발생에 따른 네트워크 사용료다. ‘가스 비용’이라고 부른다. 가스 비용은 네트워크 혼잡도에 따라 다르게 매겨진다. 적게는 40달러(약 4만4000원)에서 많게는 200달러(약 22만3600원) 이상 발생하기도 한다.

    오픈씨(OpenSea) 홈페이지 메인 화면(왼쪽)과 오픈씨(OpenSea)에 작품을 등록하는 과정. [오픈시 홈페이지 캡처]

    오픈씨(OpenSea) 홈페이지 메인 화면(왼쪽)과 오픈씨(OpenSea)에 작품을 등록하는 과정. [오픈시 홈페이지 캡처]

    NFT가 가져올 변화

    NFT 시장조사 사이트 논펀저블닷컴(NonFungible.com)은 2020년 이후 NFT 시장의 가치를 2억5000만 달러(약 2795억7500만 원)에서 55%가량 증가한 3억8900만 달러(약 4350억 원)로 예측하고 있다. NFT가 블록체인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이처럼 NFT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아트 플랫폼 아트시의 마이크 스테이브 최고경영자(CEO)는 CNN 비즈니스를 통해 “사람들은 누구나 복제 가능한 디지털 자산을 가져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데 흥미를 느낀다”며 “최근 헤드라인을 장식한 고액의 NFT 작품 거래는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큰손’들의 움직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찍이 평론가 발터 베냐민이 말한 기술복제 시대에 사람들은 NFT라는 디지털 오라를 찾고 있다. ‘복제품 중 유일한’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희소성은 투자할 만한 자산으로 평가되는 요소다. 또한 NFT는 디지털 자산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매우 효율적 방법이다. 좁게는 오랫동안 저평가돼온 디지털 아트에 희소성을 부여할 수 있으며, 넓게는 예술품 거래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인증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

    반면, 고가의 거래는 거품이 심하고 투기 자산을 키운다는 부정적 시각도 많다. 루크 힘스베르겐 호주 디킨대 미디어 및 정치학 박사는 온라인 매거진 ‘더 컨버세이션’을 통해 “NFT는 넓은 웹 세계에서 새로운 형태의 계층을 형성해 특정 계층에게 권한을 주거나 배제시키고 있다”며 “NFT에 의해 새로운 유형의 소유와 부재가 창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