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2

2021.03.26

여성운동권 ‘자매애’도 여권이 한명숙 ‘손절’ 못 하는 이유 중 하나

“한명숙, 진보 여성운동 ‘넘사벽’급 적자(嫡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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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1-03-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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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명숙 전 국무총리.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여권의 ‘여성운동 대모’ 구명운동은 좌절된 것일까. 3월 19일 검찰은 한명숙(77) 전 국무총리에 대한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무혐의 처리했다. 특수부 수사 경험이 많은 전직 검찰 관계자는 “한 전 총리 사건은 물증이 많아 결론이 명확했다고 본다. 동생의 전세자금으로 쓰인 1억 원 수표 등이 대표적 증거”라며 “대법원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건설업자) 동료 재소자의 법정 증언만으로 유죄를 판단하지 않았다. 정치적 의도로 사건을 계속 들추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여권이 ‘한명숙 살리기’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진보 여성운동계 인사가 다수 포진한 여당 내 한 전 총리의 상징적 위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희(필명 ‘오세라비’) 미래대안행동 여성위원장은 “한 전 총리는 진보 여성운동 진영의 적자(嫡子)이자 ‘넘사벽’급 투사였다”고 회고했다. 오랫동안 여성운동에 몸담은 한 인사도 “한 전 총리 사건은 대법원 판결까지 끝났다. 여권(女權)을 위한 헌신과 뇌물 수수는 전혀 별개로 법의 판단을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동생 전세자금 1억 수표 등 물증 많아”

    이화여대를 졸업한 한 전 총리는 1979년 ‘크리스천 아카데미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다. 출옥 후 대학에서 여성학을 강의하다 1980년대 후반 여성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공동대표, 한국여성민우회 회장을 역임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처벌법) 제정에 앞장섰다. 여성운동을 함께한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고(故) 이희호 여사와 연으로 정치권에도 안착했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고 이듬해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신설한 여성부 초대 장관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선 환경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냈다. 

    이영희 위원장은 “한 전 총리가 관여한 여연 등 여성단체는 여성운동 주류가 됐다. 동료·후배 여성운동가도 여럿 정치권에 진출했다. 끈끈한 자매애로 엮인 이들이 한 전 총리를 ‘손절’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1987년 21개 진보 여성단체가 모여 조직한 여연은 국내 대표 여성단체로 자리매김했다. 여연에서 활동한 권미혁(20대), 김희선(16·17대), 남인순(19~21대), 박선숙(18·20대), 이미경(15~19대), 정춘숙(20·21대) 씨 등이 의원을 지내거나 현역의원이다.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도 여연 출신이다. 

    다만 한 전 총리의 비위만으로 여성운동 전체를 비난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의 여성계 인사는 “한 전 총리가 여성운동 출신 정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운동 진영이 과도한 비난을 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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