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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산’ 줄이기에 첫걸음 뗀 리필 매장, “이용객 적어도 확대가 답” [제로 웨이스트]

  •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쓰레기 산’ 줄이기에 첫걸음 뗀 리필 매장, “이용객 적어도 확대가 답” [제로 웨이스트]

“분리 배출을 할 때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리필 판매가 되는 샴푸와 보디워시 제품이 기존에 쓰던 것들이라 앞으로는 여기서 구입하면 되겠어요.”(40대 여성 고객) 

“리필 스테이션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고 호기심이 생겨 오픈 기념 메이크업 이벤트도 볼 겸 해서 왔어요. 제 선택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니 좋네요.”(30대 여성 고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회용품 사용, 생필품과 식료품 포장·배달이 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하루 평균 848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가 생산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폐플라스틱 재활용률마저 줄어 플라스틱 쓰레기는 더욱 쌓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생산 단계에서부터 쓰레기 발생량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와 함께 소비자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로 웨이스트’는 일회용 포장재, 완충재 등의 사용을 줄여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재사용을 장려하는 운동인데, 최근에는 이를 위해 내용물만 파는 ‘리필 매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리필 판매 나선 아모레퍼시픽

선택한 내용물을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아모레퍼시픽 리필 스테이션. [조영철 기자]

선택한 내용물을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아모레퍼시픽 리필 스테이션. [조영철 기자]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리필 스테이션’ 운영에 나섰다. 샴푸와 보디워시 15개 제품의 내용물을 350ml씩 소분해 리필 판매한다. 리필 스테이션은 10월 중순 문을 연 아모레퍼시픽의 체험형 뷰티 매장 ‘아모레스토어 광교’에 있는데, 코코넛 껍질로 만든 리필용 용기에 내용물을 담아 제공한다. 용기는 재활용이 가능하며 내용물은 본 제품 가격 대비 평균 50%가량 저렴하다. 리필 상품은 2명의 제조관리사가 취급하는데, 이는 ‘화장품법’ 제3조에 따라 맞춤형 화장품 제조 및 소분 판매 시 전문 자격증을 지닌 맞춤형 화장품 제조관리사를 둬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리필 스테이션의 하루 이용자는 평균 30여 명. 



아모레퍼시픽 지속가능경영 디비전 오정화 상무는 “리필 상품과 판매 방식의 변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리필 스테이션을 처음 선보이게 됐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만나 소비자들도 무엇보다 ‘친환경’ ‘제로 웨이스트’라는 콘셉트에 큰 호감을 보였다. ‘한 번의 리필로 생수병 3개를 만들 수 있는 플라스틱을 절약할 수 있어요’ ‘한 번의 리필로 600㎖의 물을 절약할 수 있어요’ ‘한 번의 리필로 전구를 25시간 켤 수 있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어요’라고 적힌 문구에 시선이 머물기도 했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해피바스 테라피스파 로즈힙 유황온천수 릴렉싱 바디워시’와 ‘해피바스 샌달우드&아르간오일 아로마 바디워시’ 2종이다. 내년 정식으로 시중에 나올 두 제품은 각각 850㎖ 용량으로 2만900원에 판매될 예정인데, 이곳에서는 350㎖ 용량을 42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리필용 용기를 가져와 재구매할 때는 리필에 앞서 자외선 LED(발광다이오드) 램프로 용기를 살균 처리해 고객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리필 스테이션 바로 옆에는 오직 리필 상품으로만 구성된 뷰티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리스테인 라인이 있다. 6월 말 출시된 온라인 전용 제품인 리스테이 라인은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리필 팩에 핸드워시, 샴푸, 컨디셔너, 보디클렌저, 보디로션이 들어있다. 원하는 용기에 덜어 사용해도 되고, 함께 판매하는 전용 디스펜서인 리스펜서를 구매해 담아 사용해도 된다. 언뜻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리스펜서는 코코넛 껍질과 무기질 포뮬러를 섞어 일반 용기보다 플라스틱을 30%가량 적게 사용한 용기다. 리필 스테이션에서 판매하는 제품들도 바로 이 용기에 담겨 제공된다. 아모레퍼시픽은 2022년까지 약 700t의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을 감축하고 재활용성을 높이는 ‘레스 플라스틱(Less Plastic)’ 실천에 나서 100% 재생 플라스틱 용기 등 친환경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 159t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 

화장품 용기는 제조부터 폐기까지 수명이 짧은 데다, 재활용에 적합하지 않은 소재가 복합적으로 들어가 쓰레기 발생량이 많고 재처리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국내 재처리 시설과 재활용 품질도 열악한 수준이다. 아모레퍼시픽이 리필 판매에 나섰지만 자사와 국내 여건상 미국, 유럽 등 국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외국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지난해 종이 포장용 튜브 개발에 성공해 2020년 모든 신제품을 친환경 패키징으로 출시하고 있다. 또한 2025년까지 자사 생산 제품 패키징의 100%를 재활용 플라스틱, 리필 용기, 퇴비화가 가능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마트, 세제와 섬유유연제 리필만으로 5.5t 쓰레기 줄여

소비자들은 최대 39% 저렴한 가격에 리필 제품을 살 수 있다. [이마트]

소비자들은 최대 39% 저렴한 가격에 리필 제품을 살 수 있다. [이마트]

이마트는 9월 말부터 친환경을 모토로 하는 슈가버블과 손잡고 이마트 성수점, 트레이더스 안성점에서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소분 리필 판매기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리필은 슈가버블 전용 용기로만 가능하며, 용기는 매장에서 판매한다. 전용 용기를 가지고 매장을 방문하면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모두 본품 대비 35~39% 할인된 가격에 리필할 수 있다. 충전 가격은 세탁세제 3ℓ 기준 4500원, 섬유유연제 3ℓ 기준 3600원이다. 

에코 리필 스테이션 이용 실적은 하루 평균 100여 건으로, 점점 이용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개당 용기 용량이 150g으로, 단순 수치로 하면 하루 15kg, 1년이면 5.5t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5.5t은 국내 하루 평균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848t)의 0.6% 수준이다. 

리필 품목 확대 계획과 관련해서는 “플라스틱 절감 효과와 함께 안전성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며 “샴푸와 주방세제의 경우 더욱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에코 리필 스테이션은 내년 2월까지 6개 점(왕십리점·은평점·영등포점·죽전점·트레이더스 월계점·트레이더스 하남점)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5월 문을 연 ‘올가홀푸드’ 방이점에도 세제 전용 리필 스테이션이 있다. 환경부와 함께하는 녹색특화매장인 올가홀푸드 방이점은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한 ‘제로 웨이스트’ 매장으로, 액체 형태의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용기 없이 내용물만 판다. 소비자가 직접 가져온 용기나 매대 한쪽에 마련된 용기에 세제를 담은 후 용기 무게를 뺀 세제 무게를 달아 가격을 지불하면 된다. 매장에서 제공되는 용기는 사탕수수로 만들어져 생분해가 가능하다.





주간동아 1265호 (p26~28)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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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66호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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