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3

2020.11.06

게임 키보드 제조사 앱코, ‘집콕’ 소형가전 만들어 급성장

게임 주변기기 성공을 기반으로 뉴라이프 소형가전 신시장 개척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0-11-05 15: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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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PC방에서 앱코의 게이밍 기어 브랜드 ‘해커’ 시리즈를 쓰고 있다. [GettyImage]

    많은 PC방에서 앱코의 게이밍 기어 브랜드 ‘해커’ 시리즈를 쓰고 있다. [GettyImage]

    코로나19로 인해 소형 생활가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소형 커피 머신을 집 안에 들여와 음료를 만들어 홈 카페를 즐기거나, 헬스장에 가는 대신 방 안에 운동기구를 설치해서 하는 홈 트레이닝도 인기다. 다중 이용 시설로 분류되는 PC방(피시방)에 가는 대신 집안에 게이밍 기어(게임 관련 주변기기)를 갖다 놓고 게임 전용 공간으로 만드는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에는 PC방 용품 하면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정도였지만 이제는 고급 마우스 패드와 헤드셋은 물론, 책상과 의자까지도 전용 제품이 나온다. 게이밍 기어 시장은 ‘집콕족’이 느는 것과 비례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게임이 고(高)사양화되면서 그에 따라 맞춤형 기기에 대한 수요도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뉴주(Newzoo)는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가 2018년 7억7640만 달러에서 2023년 15억5670만 달러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e스포츠 글로벌 시장이 2018년 8억6900만 달러에서 2022년 29억6300만 달러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로지텍, 커세어, 콘퓨어, 레이저, 앱코 등 게이밍 기어 전문 브랜드들이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한 것도 이런 수요를 반영한다.

    코로나에도 세계 소형가전 8% 성장

    ‘집콕’ 생활과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보다 편리하고 소비자 취향에 맞는 전자제품은 종전의 가전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분석 기관인 GFK는 종전 가전제품의 시장 규모가 지난해 1300조 원에서 올해 1340조 원으로 2.5%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소형 가전시장은 지난해 114조원에서 올해 123조원으로 8%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가정 시장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소형 가전은 ‘뉴라이프 가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소비자 취향에 맞춰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제품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1인 가구의 증가,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집콕 생활의 장기화 등 파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출현하는 소형가전은 소비자들의 새로운 수요에 맞춰 품목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가전사들도 이처럼 새로운 시장 변화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이 같은 흐름에 따라 투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이 흐름에 올라탄 대표적인 기업은 ‘앱코’다. 게임 주변기기를 만들다가 소형가전 제품을 만들어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전체 매출에 이른 기업이다. 

    이미 게임 좀 하고 피시방에서 ‘짬밥’ 좀 먹어본 게이머들은 ‘앱코’라는 회사가 익숙하다. 2001년 7월 창립한 주식회사 앱코(대표이사 오광근)는 PC 게임용 키보드, 헤드셋, 마우스 등 게이밍 기어와 PC 주변기기를 비롯한 디지털 교육 기반사업, 뉴라이프 가전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CPU 쿨러, PC 케이스 등을 제조했는데, 이후 키보드와 마우스, 헤드셋 등 게이밍 기어 사업에 집중했다. 본격적으로 게이밍기어 시장에 진출한 것은 2013년이다. 

    앱코는 현재 국내 게이밍 기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PC방 10곳 중 9곳은 앱코 제품을 쓴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년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전국의 PC방은 1만여 곳.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앱코의 국내 게이밍 키보드 판매 점유율은 49%로 2위인 로지텍 24%와 비교해 두 배 차이가 난다. 게이밍 헤드셋 점유율은 51%, 게이밍 PC케이스는 65%로 모두 1위다. 게이밍 마우스는 32%로 2위다. 

    앱코의 대표 제품은 2017년 출시한 게이밍 기어 브랜드 ‘해커’의 광축 키보드 K660이다. 소비자들에게는 ‘가성비’ 광축 키보드로 잘 알려졌다. 2020년 8월 쿠팡에서 게이밍 키보드판매 순위를 살펴보면 1~10위까지가 전부 앱코 제품이다. 

    이 회사는 e스포츠를 즐기는 게이머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 프릭스 및 다나와 e스포츠 등 e스포츠 팀을 후원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펄어비스와 인기 게임 ‘검은사막’ IP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공식 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했다. 

    앱코의 매출은 2016년 297억 원에서 지난해 843억 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5억 원에서 55억 원으로 270%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2억 원에서 35억 원으로 198% 늘었다. 특히 올 상반기에만 전년도 1년 치에 근접하는 매출(740억원)을 올렸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28억 원에 이른다.

    게임 시장 넘어 ‘가성비’ 입증한 소형가전으로

    앱코는 게이밍 기어 뿐 아니라 생활 가전 브랜드 ‘오엘라’와 음향 기기 브랜드 ‘비토닉’ 등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앱코 제공]

    앱코는 게이밍 기어 뿐 아니라 생활 가전 브랜드 ‘오엘라’와 음향 기기 브랜드 ‘비토닉’ 등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앱코 제공]

    앱코는 게이밍 기어 브랜드 ‘해커’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변화하는 생활환경에 맞춰 일상 전반에서 쓸 수 있는 생활 가전 브랜드 ‘오엘라’와 음향기기 브랜드 ‘비토닉’을 출범시켰다. 이들 역시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입소문을 탔다. UV 자외선 살균기부터 무선 진동 마사지건, 공기청정기까지 오엘라의 제품군만으로 24시간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제품군이 다양하다. 비토닉 이어폰 시리즈 리뷰에는 ‘가성비를 증명한 제품’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한편 앱코의 디지털 교육 플랫폼 ‘패드뱅크’는 정부의 교육 시범사업에 선정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정부는 올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5대 과제 중 하나인 그린스마트스쿨 분야에 2025년까지 15조3000억 원(국비 3조4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2022년까지 초중고교 38만 교실에 와이파이(Wi-Fi)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앱코의 ‘패드뱅크’는 이 시범사업의 1~4차(2017~2020년)와 올해 5차(2020년)까지 스마트단말 충전함 단독공급사로 선정됐다. 1~4차에선 5577개 학교에 패드뱅크 9347개를 공급했고, 5차 사업에선 2119개 학교에 3681대를 공급할 계획(예상 매출 35억 원)이다.

    광폭 성장을 기반으로 아마존에 진출

    앱코의 ‘가성비’ 높은 게이밍 기어 브랜드 ‘해커’ 제품. [앱코 제공]

    앱코의 ‘가성비’ 높은 게이밍 기어 브랜드 ‘해커’ 제품. [앱코 제공]

    ‘가성비’ 덕에 글로벌 게이밍 기어 브랜드 로지텍을 꺾고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앱코는 미국, 유럽, 아시아 전역 등 글로벌 시장 판로 개척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게임 시장을 넘어 소형 가전에서도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앱코 관계자는 “주식 상장 등을 통해 들어오는 신규 투자 자금 대부분을 물류시스템 증축과 해외 시장 진출,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현재 미국과 영국 아마존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독일, 프랑스 아마존과 인도까지 시장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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