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3

2020.11.06

코로나 2차 봉쇄 들어간 유럽, 크리스마스 ‘백신 기적’을 기다린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0-11-06 11: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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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파리 시민이 프랑스 정부의 봉쇄조치로 폐쇄된 에펠탑 앞으로 지나고 있다. [EPA]

    한 파리 시민이 프랑스 정부의 봉쇄조치로 폐쇄된 에펠탑 앞으로 지나고 있다. [EPA]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19 제2차 팬데믹(대유행)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유럽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지난 10월 넷째 주(26~31)의 경우 코로나19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25만3000여 명씩 발생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 코로나 제1차 대유행 당시 하루 평균 확진자가 1만5000여 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말 그대로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유럽 지역에서 코로나 사망자는 10월 넷째 주에 1만 5000여 명에 달했다. 지난 7월에 비해 8배 넘는 수치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유럽국장은 “코로나19가 고령층으로 퍼지면서 사망자도 크게 증가했다”면서 “유럽이 코로나 대유행의 진원지가 됐다”고 밝혔다. 유럽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500만 명에 달할 때까지는 9개월이 걸렸지만 이후 1개월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전 세계 인구에서 유럽 인구는 10%이지만 코로나 확진자는 전 세계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의 코로나 사망자 수는 27만여 명으로 세계 전체의 23%나 된다.

    10월 들어 코로나19 폭증세

    코로나 2차 대유행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유럽 각국이 봉쇄조치를 섣불리 해제했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 정부는 지난 3~4월 1차 대유행 당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봉쇄조치를 단행했었다. 이후 유럽 각국 정부는 봉쇄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다가 코로나 확장세가 꺾이자 여름철 바캉스 시즌에 맞춰 엄격한 조치들을 대부분 해제·완화했다. 실제로 유럽 각국 국민들은 각종 봉쇄조치가 풀리자 모처럼 코로나의 피로감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그런데 지난 9월부터 코로나19가 다시 대규모로 확산하기 시작했고, 날씨가 추워지는 지난 10월에 들어서면서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의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은 봉쇄조치 해제로 12.7%를 기록했다. 코로나에 따른 봉쇄 조치로 지난 2분기 GDP성장률이 -11.8%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큰 폭으로 반등했었다. 

    또 다른 이유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서 마스크(mask)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마스크의 사전적 의미는 본래 ‘복면’ 또는 ‘가면’이다. 한국 등 아시아권에선 얼굴을 감추는 ‘복면’과 의료장비인 ‘마스크’를 구분해 쓴다. 반면 유럽에선 마스크를 문자 그대로 복면으로 받아들인다. 유럽 국가들에선 집회·시위 참가자가 마스크를 쓰면 처벌하는 ‘안티 마스크법’이 보편화돼 있다. 이런 문화적 차이 때문에 유럽에선 마스크 착용률에서 높지 않다. 영국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집계한 마스크 착용률을 보면 싱가포르 태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 국가의 착용률은 90%에 달하지만 독일과 영국은 65%와 75%다.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은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4개국은 마스크 착용률이 10%도 미치지 않는다. 게다가 볼키스와 포옹 등 유럽 특유의 스킨십 문화도 코로나를 확산시킨 원인이다. 또 유럽 각국 국민들 상당수는 여전히 코로나를 독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유럽에선 독감은 병으로 치지도 않는다. 독감으로 아무리 고생해도 병원 치료를 받기도 힘들다. 대부분 약국이나 마트에서 감기약을 구입하는 정도다.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난 2차 봉쇄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PA]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난 2차 봉쇄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PA]

    그런가하면 유럽에서 새롭게 발견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도 2차 대유행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위스 바젤대와 스페인 발렌시아 생물의학 연구소 및 발렌시아대의 연구진은 공동 연구에서 지난 7월 이후 ‘20A.EU1’이라는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스페인을 비롯해 유럽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스페인에서 코로나19 돌연변이가 여름 휴가객들에게서 퍼진 것을 확인했으며 이 돌연변이가 유럽 전역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를 보면 영국과 스페인에서 80%, 아일랜드에서 60%, 스위스와 프랑스에서 40%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엠마 호드크로프트 바젤대 유전학 교수는 “20A.EU1의 확산 상황을 보면, 방역 조치가 올여름 확산을 막기에 충분치 않았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면서 “지금까지 유럽에서 본 그 어떤 코로나19 변종보다 이렇게 강한 역동성을 가진 변종을 본 적 없다”고 우려했다. 



    유럽 각국은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자 제2차 봉쇄 조치를 잇달아 내리고 있다. 하루 평균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어서는 등 유럽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극심한 프랑스의 경우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0월 30일 자정부터 최소 12월 1일까지 전국에 봉쇄령을 발동했다. 프랑스 정부의 전국 봉쇄령은 지난 3월 이후 두 번째다. 이에 따라 식당과 술집을 비롯한 비필수적 사업장은 모두 문을 닫았고, 모든 직장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생필품 구매, 의료 목적 등 예외적인 경우엔 외출할 수 있지만, 외출 때는 반드시 이동증명서를 소지해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가장 비관적인 예측조차 빗나갔을 정도로 프랑스에서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면서 “확산을 막으려면 봉쇄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누적 확진자가 100만 명이 넘은 영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11월 5일부터 4주간 잉글랜드 전역에 봉쇄 조치를 내렸다. 지난 3월 이후 두 번째다. 이에 따라 12월 2일까지 잉글랜드 전역의 술집, 식당, 체육 시설 등 비필수 사업장의 영업이 중단된다. 독일 정부도 11월 2일부터 4주간 식당과 술집, 영화관·공연장 등의 문을 닫는 등 부분 봉쇄에 들어갔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앞으로 2주 안에 독일의 봉쇄 조치가 재검토될 것”이라며 전면적인 봉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탈리아 정부도 10월 26일부터 음식점과 술집의 영업시간을 저녁 6시까지로 제한하고, 영화관·수영장·체육관 등을 폐쇄하는 부분 봉쇄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이번 조치는 지난 5월 전면적인 봉쇄령 이후 가장 강도 높은 조치다. 벨기에 정부는 11월 1일부터 12월 13일까지 비필수 상점들의 문을 닫고 재택근무를 의무화하는 등의 봉쇄 조치를 내렸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총리는 “현재는 보건 비상사태”라면서 “봉쇄조치를 내린 것은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도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야간 통행금지령을 시행하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유럽과 스페인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스페인은 유럽연합(EU) 회원국들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한 국가다. 포르투갈과 오스트리아 등도 봉쇄조치를 내렸다. 

    특히 동유럽의 상황이 심상찮다.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는 봉쇄 조치를 내리면서 12월이 되면 의료 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체코 정부는 이미 의대생을 의료 현장에 투입했고,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 의사들에게 귀국할 것을 요청했다. 체코 병원은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시민에게 시간제 일자리를 제공해 병원 청소와 유지보수를 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도 봉쇄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기장과 회의 시설에 임시 병원을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유럽 국가들에선 2차 봉쇄조치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 이탈리아 피렌체와 밀라노,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독일 베를린 등에서 분노한 시민들이 상점을 파괴하는 등 정부조치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시위에 나서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시민들이 정부와 지도자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2차 봉쇄 조치에 저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WHO는 이런 시위가 벌어지는 이유로 심각한 경제난과 심리적 피로감 및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2차 봉쇄 조치로 유럽 경제도 곤두박질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유럽에선 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 딥’(double dip:이중 침체)의 암운이 드리워진 상황이다. 유럽 경제전문가들은 2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경기 침체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독일 알리안츠의 카타리나 오스테르묄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2차 대유행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으며, 몇몇 국가들은 마이너스 성장률과 함께 또 한 번의 불경기가 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내다봤다. 

    유럽 국가들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코로나19 백신이 빨리 개발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 정부는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옥스퍼드대와 손잡고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을 조기 승인하기 위해 신속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은 현재 각국이 개발 중인 백신 가운데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사회는 이번 코로나19 백신이 ‘크리스마스 기적’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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