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4

2020.11.13

소액으로 25평을 34평처럼 느끼게 하는 홈스테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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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0-11-03 18: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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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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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에 사는 박규선 씨는 최근 집안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박씨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정리정돈에 신경 쓰지 못하고 살림들을 대충 쌓아두고 살았는데, 코로나로 재택을 하고 아이들도 등교하지 않는 날이 많아지다 보니 곳곳에 쌓여있는 잡동사니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테리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살림을 정리정돈하고 가구 배치를 바꿨더니 집안이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똑같은 25평 아파트인데 34평으로 바꾼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집콕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안을 새롭게 단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돈 적게 들이고’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홈스테이징(Home staging)이 유행이다. 집(Home)을 보여주기 좋게 꾸민다(staging)는 뜻으로 쓰이는 홈스테이징은 실내 공사나 리모델링 없이 정리정돈과 가구 재배치, 페인트 칠, 소품 활용 등 간단한 방법으로 공간을 단장하는 것이다. 

    홈스테이징은 2000년대 초반 미국과 캐나다에서 한차례 유행했다. 당시 닷컴버블이 붕괴되면서 각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했다.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부동산 붐에 이끌려 집을 샀다가 판매가 안 되는 경우가 늘었다. 이때 집을 빨리 팔려고 집을 정리하고 새롭게 스타일링하는 홈스테이징이 등장한 것. 그 후에는 홈스테이징은 집을 좀 더 비싸게 팔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이용됐다. 다른 사람이 쓰던 가구도 집안에 들여와 근사하게 보이려고 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집을 좀 더 편안하고 효율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다. 홈스테이징이 셀프 인테리어와 다른 점은 집주인의 취향에 맞춰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공간의 가치를 높이다

    일렬로 붙어 있는 화려한 가구를 재배치해 공간의 가치를 높인 홈스테이징 전후 모습. [출처·더블북]

    일렬로 붙어 있는 화려한 가구를 재배치해 공간의 가치를 높인 홈스테이징 전후 모습. [출처·더블북]

    경기 성남시에 사는 임지영 씨도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 시간이 늘어나자 서재를 옮겨 일하는 공간을 새로 단장했다. 임씨는 “서재가 본래 기능을 상실하고 창고처럼 방치했는데,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정리 정돈을 하고 근무하기 편하도록 책상 위치를 바꿨다”며 “벽에 붙어있던 책상을 중앙으로 옮기고 책장은 책상 뒤로 배치해 사무실처럼 꾸몄다”고 말했다. 



    홈스테이징 전문가로 최근 ‘홈스테이징×인테리어’를 출간한 조석균 대표는 “예전에는 홈스테이징이 매수자의 마음에 들도록 꾸미는 것을 뜻했지만, 코로나 시대를 맞아 가족의 마음에 들도록 홈스테이징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홈스테이징은 리모델링과 달리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 전세 세입자들이 재택근무에 맞게 공간을 바꾸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성공적인 홈스테이징을 위해서는 “정리정돈과 비우기”가 필수적이라며 “”비우기만 잘해도 홈스테이징 절반은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삶에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듯 주거공간도 반드시 여백이 필요한데, 비우기로 그 여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옷장 깊숙이 보관하면서 몇 년 째 입지 않은 옷,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 구입한 취미 용품, 아이가 어렸을 때 사용했던 장난감 등은 비우는 것이 선결 과제다. 이렇게 물건들을 비워 공간이 생기면 홈스테이징도 한결 쉬워지는 것이다.

    세입자들도 공간 꾸미기에 나서

    침대 옆에 서랍장을 배치해 공간을 나눈 인테리어. [동아일보DB]

    침대 옆에 서랍장을 배치해 공간을 나눈 인테리어. [동아일보DB]

    인테리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도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가정의 대부분은 가구를 벽에 붙여 사용한다. 책상 옆에 책장, 책장 옆에 침대를 놓아 방의 사면을 두르는 식이다. 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좀 더 효율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예를 들면, 원룸을 재택근무 공간으로 만들고자 할 때는 침대와 책상 사이에 서랍장을 파티션처럼 배치하면 침실과 공부방으로 나눠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필요할 것 같아 모아둔 가구나 소품, 살림살이가 늘어나면 집은 조화를 잃고 답답해진다. 화려하고 비싼 가구를 거실에 여러 개 나란히 붙여 놓은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가구 각각의 개성미(美)가 눈에 들어오기 전에 과하다는 느낌이 들기 쉽다. 이럴 때 가구들을 각각 다른 위치에 따로 배치하면 가구마다 눈길을 끌 수 있다. 공간 배치의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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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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