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8

2020.07.17

배송 강자들의 픽(pick) 경쟁력 봤더니 쿠팡은 공산품, 쓱닷컴은 신선식품에 강세

쓱닷컴은 온라인 스토어 80% 자동화로 식품상자 처리, 쿠팡은 ‘랜덤 스토 피킹 방식’으로 배송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0-07-03 09: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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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로켓배송 차량(왼쪽). SSG닷컴 쓱배송 차량. [쿠팡 제공, SSG닷컴 제공]

    쿠팡 로켓배송 차량(왼쪽). SSG닷컴 쓱배송 차량. [쿠팡 제공, SSG닷컴 제공]

    ‘누적 주문 270만 건, 주문 상품 수 4100만 개, 구매 고객 72만 명, 재구매율 60%.’ 

    SSG닷컴(쓱닷컴)이 새벽배송을 시작하고 1년 만에 이룬 성과다. 쓱닷컴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자동화 설비 중심의 물류센터 ‘네오’를 적극 활용해 신선식품과 친환경식품 수요를 적극 공략한 것이 빠른 시장 안착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벽배송 하루 2만 건, 30만 개 물량 처리

    쓱닷컴은 지난해 6월 말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에 힘입어 배송권역과 물량을 계속 늘렸다. 서비스 초기 배송권역과 물량은 서울 10개 구, 3000건에 그쳤으나 올해 초에는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 1만 건으로 늘어났다. 올 연말까지 새벽배송 물량을 하루 2만 건까지 처리하겠다고 한 목표도 6개월 앞당겼다. 주문 건당 평균 15개 상품이 담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30만 건을 분류하고 배송하는 것과 같은 수치다. 배송권역 또한 서울 전역을 포함해 수도권 대부분으로 확대했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온라인 물류센터 ‘네오’가 있다. 네오에서는 물류 작업 과정의 80%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사람이 상품을 일일이 찾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상품이 작업자를 찾아오는 ‘GTP(Goods To Person)’,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 선별에 최적화된 ‘DPS(Digital Picking System)’가 핵심 설비다. 여기에 고객 주문 건수에 맞춰 배송할 상자 개수를 계산하는 중앙관제시스템(ECMS)과 자동 재고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네오 001~003 세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곳당 500명 규모고, 동시간 근무 인원도 250~300명이다. 

    쓱닷컴이 이처럼 물류센터 자동화를 완성해 코로나19 사태에도 안전한 물류 처리가 가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쿠팡의 물품 처리 경쟁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팡은 국내 e커머스업체 가운데 최대 매출을 자랑한다. 2019년 매출은 7조1531억 원으로 전년 대비 61.7% 늘었다.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2014년 매출 3483억 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2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그사이 60여 개 물류센터를 잇는 전국 로켓배송센터는 2014년 27곳에서 2019년 168곳으로 6배 증가했다. 로켓배송센터에서 10분 내 배송이 가능한 ‘로켓배송 생활권’ 소비자는 3400만 명 규모다.



    쿠팡 인천메가물류센터 내부 시설과 전경. [쿠팡 제공]

    쿠팡 인천메가물류센터 내부 시설과 전경. [쿠팡 제공]

    하지만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된 쿠팡의 적자 규모는 3조6000억 원에 달한다. 그 원인으로 첫손에 꼽히는 것이 인건비다. 쿠팡은 2019년 고정직과 단기직을 합쳐 약 3만 명의 인력을 고용해 인건비로 1조4000억 원을 썼다. 2014년부터 지급된 누적 인건비는 4조680억 원에 이른다. 

    인건비가 전체 지출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는 이유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자동화로 진행되는 일부 공정을 제외하고 작업 대부분을 ‘랜덤 스토(Random Stow) 피킹(Picking) 방식’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랜덤 스토는 상품별로 정해진 공간에 배치하던 기존 물류시스템에서 벗어나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다. 각 상품의 입출고 시점을 예측한 데이터와 저마다 규격이 다른 600만 종의 상품 크기, 주문된 상품을 피킹하는 인력의 동선 등을 고려해 시스템이 각 상품의 배치 공간을 지정한다. 

    쿠팡은 하루 300만 개 넘는 상품을 랜덤 스토 방식으로 출고한다. 사람이 직접 돌아다니면서 상품을 집어야 하기에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쿠팡은 많은 단기 직원을 상시 활용한다. 쿠팡 관계자는 “언뜻 무질서해 보이는 진열대 안에는 가장 효율적으로 물류시스템을 움직이는 쿠팡의 자체 기술력과 고도의 알고리즘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아마존을 벤치마킹했지만 아마존처럼 완전 자동화 물류센터를 갖추는 대신, 현재의 랜덤 스토 피킹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크기와 종류가 다양한 공산품을 대량으로 취급하는 쿠팡에 가장 잘 맞는 물류 처리 방식이기 때문”이라며 “자동화 시스템의 속도가 아직은 사람이 직접 상품을 집는 것보다 느려 빠른 배송에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실적 개선 가능성 커

    경기 김포에 있는 SSG닷컴 물류센터 ’네오 003’ 내부의 자동화 설비와 전경. [SSG닷컴 제공]

    경기 김포에 있는 SSG닷컴 물류센터 ’네오 003’ 내부의 자동화 설비와 전경. [SSG닷컴 제공]

    박종대 하나금융투자연구원은 “쿠팡과 쓱닷컴 모두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온라인 쇼핑의 이점을 좀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해 비대면 소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쿠팡과 쓱닷컴은 엄밀히 말해 경쟁관계가 아니다”라며 “물류센터의 자동화를 이룬 쓱닷컴은 신선식품 분야에서, 다양한 제품을 빠르게 공급하는 쿠팡은 공산품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물류센터 임차, 무료배송, 막대한 인건비로 인한 쿠팡의 영업손실은 매출이 지금보다 3배 가까이 커지면 상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해 매출 7조 원을 올리면서 영업적자 폭을 줄이는 효과를 톡톡히 경험했다. 박 연구원은 “쿠팡의 수익은 물류가 아닌 광고 유치로 창출된다”며 “다만 투자가 꾸준히 이어져야 지속성장이 가능한데, 일본 소프트뱅크가 적극 밀고 있어 올해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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