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6

2020.07.03

“북핵 위협엔 저위력 핵무기가 더 적절”, 美 실전 배치 들어갔다

김정은 벙커 파괴할 저위력 핵무기 3종 세트, 성능시험 끝내고 미 잠수함과 전투기에 배치 단계…한국도 나토 방식으로 전술 핵무기 공유해야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0-06-24 16: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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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F-15E 전투기가 저위력 핵무기 B61-12 투하 실험을 하고 있다. [Sandia National Lab]

    미국 F-15E 전투기가 저위력 핵무기 B61-12 투하 실험을 하고 있다. [Sandia National Lab]

    핵무기는 사용 목적에 따라 전략핵무기와 전술핵무기로 구분된다. 전략핵무기는 10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 이상인 핵폭탄을 말한다. 적국의 대도시나 공업 중심지, 군사요충지 등을 완전히 초토화할 목적으로 사용되며,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한다. 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장거리 폭격기 등에 탑재된다. 

    반면 전술핵무기는 100kt 미만 핵폭탄을 지칭한다. 전장(戰場)에서 군사 목표를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사거리가 짧은 대포나 단거리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다. 사람이 메고 다니다 특정지역에서 폭발시키는 핵배낭도 전술핵무기에 속한다. 주한미군은 과거 전술핵무기 950발을 한국에 배치했다. 그러다 1991년 9월 당시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핵무기 감축 선언에 따라 주한미군에 배치됐던 전술핵무기를 철수시켰다. 

    전술핵무기 가운데 최근 주목되는 것이 저위력 핵무기(Low Yield Nuclear Weapon)다. 저위력 핵무기는 20kt에 상당하는 폭발력을 가진 핵무기를 기준으로 그보다 낮은 위력을 가진 핵무기를 말한다. 즉 타격 범위와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한정된 지역과 표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소형 핵무기다.

    맞춤형 핵전력

    미국의 저위력 핵무기 B61-12. [Sandia National Lab]

    미국의 저위력 핵무기 B61-12. [Sandia National Lab]

    미국이 최근 들어 저위력 핵무기를 속속 개발하고, 실전 배치까지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러시아와 중국의 전술핵무기 위협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북한과 이란 등 핵무기를 보유했거나 개발하려는 국가들을 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는 2018년 2월 발표한 핵태세 검토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NPR)에서 기존 핵무기보다 실제 사용 가능성이 높은 저위력 핵무기를 적극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미국 국방부는 NPR에서 기존 핵무기는 위력이 너무 강해 사용을 자제해왔지만, 북한 등 적대 세력의 각종 안보 위협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국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맞춤형 핵전력’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키어 리버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키어 리버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실제로 핵무기 전문가인 키어 리버 미국 조지타운대 국제안보연구소 교수는 북한 핵을 억제하는 데 전통적 고위력 핵무기보다 저위력 핵무기가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버 교수는 최근 미국의 핵전력 현대화를 주제로 한 ‘핵 혁명의 신화(The Myth of the Nuclear Revolution)’라는 저서에서 “북한 핵을 억제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으로 덜 파괴적인 위협이 더 파괴적인 위협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며 저위력 핵무기의 사용을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은 미국이 평양을 파괴하고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는 고위력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면서 “반면 북한은 핵시설 같은 목표만 골라 타격할 수 있는 저위력 핵무기가 실제 사용될 가능성 때문에 핵 위협을 고조시키기를 망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W88 10발을 사용할 경우 피해 규모(왼쪽)와 B61 20발을 투하할 경우 피해 규모. 리버 교수 실험 결과.

    W88 10발을 사용할 경우 피해 규모(왼쪽)와 B61 20발을 투하할 경우 피해 규모. 리버 교수 실험 결과.

    리버 교수는 미국 국방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위험 예측 및 평가(HPAC)’를 사용해 고위력 핵무기와 저위력 핵무기를 북한의 5개 핵시설에 사용했을 때 상황을 모의 실험한 결과를 공개했다. 북한의 5대 핵시설은 평안북도 영변과 박천, 자강도 하갑, 평양 강선, 황해북도 평산 등에 있다. 고위력 핵무기인 W88 핵탄두 10발을 사용할 경우 방사능 낙진이 평양 이남과 한국 남서부 일부 지방을 제외한 한반도 전 지역 및 일본까지 영향을 미쳤고, 한반도에서만 최대 3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W88 핵탄두는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 핵무기로, 위력이 475㏏에 달한다.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 위력이 15kt였던 점을 감안하면 30여 배의 위력인 셈이다. 

    반면 저위력 핵무기인 B61 핵탄두 20발을 같은 목표에 사용할 경우 목표 지역 주변에서만 낮은 수준의 낙진이 생겼으며, 100명 미만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는 재래식 작전 수준의 인명 피해다. B61 핵탄두는 0.3kt부터 340kt까지 폭발력 조절이 가능하다. 시뮬레이션 결과만 놓고 본다면 저위력 핵무기는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3종류의 저위력 핵무기

    북한의 탄도미사일 현황과 핵시설. 그래픽. [NTI.Org]

    북한의 탄도미사일 현황과 핵시설. 그래픽. [NTI.Org]

    미국이 개발에 성공했거나 개발하고 있는 저위력 핵무기는 크게 3종류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저위력 핵무기는 전투기와 폭격기에서 투하할 수 있는 B61-12다. 미국 3대 핵무기 개발기관 중 하나인 샌디아국립연구소는 6월 8일 F-15E 스트라이크이글 전투기의 B61-12 투하 최종 성능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B61-12는 미국이 핵무기 현대화 계획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로 삼고 양산을 추진 중인 무기다. 

    스티븐 새뮤엘즈 샌디아국립연구소 B61-12체계 팀장은 앞으로 B-2스텔스 전략폭격기와 F-16 C/D계열 전투기, F-35 스텔스전투기와의 호환성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61-12의 폭발력은 여러 단계로 조절이 가능한데, 최대가 50kt이지만 땅속을 깊이 파고 들어가 터지면서 실제로는 750kt∼1.25메가톤(Mt·1Mt은 TNT 100만t 폭발력)의 효과를 낸다. B61-12는 낙하산 대신 꼬리 날개가 부착되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내부 유도체계가 장착돼 있어 목표물을 30~60m 오차범위로 정밀 타격할 수 있다. 

    특히 B61-12는 지하 100~150m 이상 되는 목표물을 타격 가능해 ‘핵 벙커버스터’로 불린다. B61-12는 북한의 지하벙커뿐 아니라 중국 비밀 핵시설인 지하 만리장성, 러시아 지하벙커까지 모두 손쉽게 파괴할 수 있다. 북한의 핵공격 대피소로 알려진 평양 지하철은 지하 100~150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쟁지휘소인 ‘철봉각’은 이보다 수십m 더 깊은 지하에 자리한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B61-12는 낙진 피해를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지하 핵무기 시설과 지하 벙커를 확실하게 파괴할 수 있다”며 “F-15의 B61-12 투하 실험은 북한 지하시설을 타격하기 위한 전략도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해 7월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참석해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미군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시설을 재빨리 무력화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북한 주민의 인명 피해가 없게 하면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정부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또 B61-12 실전 배치와 관련해 동맹국 전투기들도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실험할 계획이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5개 회원국(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터키)과 핵무기 공유협정을 맺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5개 회원국의 6개 기지에 150∼180발의 B61계열 핵폭탄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평상시에는 핵무기를 관할하지만, 전시에는 5개 회원국이 보유한 전투기에 탑재해 핵공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5개 회원국이 보유하고 있는 F-35를 비롯해 F-16과 토네이도 전투기 등의 호환성 실험이 성공한다면 B61-12가 실전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5개 회원국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핵무기 공유협정을 체결한다면 B61-12를 보유할 수 있다. 한국 F-15K는 F-15E를 개량한 것이고, F-35A는 내년까지 40대 도입이 완료된다.

    신형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 개발

    미국 핵잠수함 테네시호와 저위력 핵탄두 W76-2. [FAS.jpg]

    미국 핵잠수함 테네시호와 저위력 핵탄두 W76-2. [FAS.jpg]

    미국의 두 번째 저위력 핵무기는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이 탑재하고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 II M에 장착되는 W76-2 핵탄두다. W76-2 핵탄두의 위력은 5~7kt으로 추정된다. W76-2는 정확도가 높고, 지하벙커 파괴에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잠수함에 탑재되기 때문에 동해는 물론, 서태평양에서도 은밀히 물속에 매복하고 있다 타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미국 국방부는 2월 4일 W76-2를 실은 테네시호가 대서양에 실전 배치됐다고 밝혔다. 민간연구기관 미국과학자연맹(FAS)의 한스 크리스텐슨 핵정보 국장은 “테네시호뿐 아니라 태평양에 배치된 미국 핵잠수함에도 W76-2가 이미 배치됐다”며 “W76-2는 미국이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는 데 이상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세 번째 저위력 핵무기는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이다.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은 1600~2500km 떨어진 목표물을 3m 이내 정확도로 타격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450kg짜리 재래식 탄두와 200kt급 W80 핵탄두를 장착하는 두 가지 종류가 있었지만, 현재는 재래식 탄두만 사용한다. 미국은 저위력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신형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이 미사일은 이지스함과 핵잠수함에 모두 탑재할 수 있지만, 핵 잠수함에 주로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저위력 핵무기 3종 세트는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김정은 정권이 핵 도발을 감행하거나 핵 위협을 시도할 경우 이를 억제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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