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5

2020.06.26

열심히 일하지 말고 효율적으로 일하라 [서평]

신간 ‘일, 시간, 성과’의 핵심은 시간관리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0-06-22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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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일,시간,성과 [삼성경제연구소]

    도서 일,시간,성과 [삼성경제연구소]

    회사에 오래 앉아 있어야 일을 잘한다고 평가받던 시절은 옛 이야기가 됐다. 주52시간 근무제 정착에 따라 근무 시간을 최대로 활용해 최고의 업무 성과를 내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워라밸 시대를 맞아 회사는 ‘초과 근무’를 장려하기보다 오히려 만류한다. 직장인이 제한된 시간 안에 최고의 업무성과를 거두려면 어떻게 시간관리를 해야할까. 

    삼성경제연구소 시간관리연구팀은 최근 펴낸 새 책 ‘일, 시간, 성과’에서 직장인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해 ‘일의 가치’와 ‘시간제한’을 두 축으로 ▲‘본질적 업무’와 ▲‘미래준비성 업무’, ▲‘단발성 업무’와 ▲‘보조적 업무’ 등 4가지 업무로 구분한 뒤, 70 : 15 : 10 : 5의 황금 비율로 시간관리할 것을 제안한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양면성

    제한된 시간 안에 최고의 성과를 거두려면 각 개인이 맡고 있는 본업과 주요 과제에 전체 업무 시간의 70%를 할애하되, 우선순위를 정해 그에 따라 시간을 안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때 업무집중을 방해하는 방해물을 제거해 몰입도를 높이고, 덩어리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업무몰입을 막는 방해물 가운데 하나가 메신저와 이메일 등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은 잘만 사용하면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높여 원활한 업무진행을 도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준다. 문제는 지나치게 빈번한 경우다. 조지타운 대학교의 칼 뉴포트 교수는 “적정 수준의 이메일 사용은 생산성을 향상시키지만, 이를 넘어설 경우 생산성이 하락해 이메일을 아예 사용하지 않을 때보다 더 낮은 수준의 생산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덩어리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업무성과를 높일 뿐 아니라 직장인에게는 짜릿한 ‘통제감’을 선사할 수도 있다. 맘대로 되지 않는 직장 생활 속에서도 일정 시간만큼은 ‘나’의 통제 아래에 두고 ‘나’에게 중요한 과정과 성장을 위해 몰입하는 것은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음으로는 총 근무시간의 15%를 장기적 과업에 투입할 것을 제안한다. 당장 업무 성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개인과 조직의 미래를 위해 현재 꼭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기적 과업에 대한 투자는 곧 미래에 대한 개척과도 같은 의미를 갖는다. ‘미래준비성 업무’는 자신의 경쟁력을 정확히 파악해 강점으로 발전시키는 방법과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고 학습하는 방법, 그리고 후배 육성의 가치와 맞춤형 방안 등이 있다. 

    업무시간의 10%는 단발성 업무처리를 위해 ‘통제’할 것을 요구한다. 다른 부서나 상사, 동료로부터 업무 협조를 받거나, 회의 참석, 자료 제공 등을 요청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같은 단발성 업무를 무작정 수행하다보면 자신의 본질적 업무를 방해받기 쉽다는 점에서다. 예측가능한 단발성 업무라면 미리 대비함으로써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시급성과 경중을 가려 단발성 업무에 대해 허용하거나 거절하는 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다. 타 부서나 상사, 동료와 똑똑하게 협업하는 노하우를 익히는 것도 필요하다. 단발성 업무는 개인에게는 가치가 떨어질 수 있지만, 부서에서는 톱니바퀴의 윤활유 같은 매우 중요한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보조적 업무를 위한 시간관리의 키워드는 ‘축소’다. 업무점검 회의와 단순 정보전달형 회의, 회의록 작성, 메신저 대화, 전화받기, 이메일 확인하고 보내기 등 보조적 업무는 자신의 본업을 잘 수행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인데, 반복적인 것이 많고 아무리 잘해도 티가 나지 않지만 수행하지 않으면 큰 불편을 겪게 된다. 그렇다면 보조적 업무를 축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회의 회복 증후군

    보조적 업무 중 비효율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이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회의다. 미국 내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매월 평균 62개 회의에 참석하고 있으며, 응답자의 90%는 회의 도중 졸았던 경험이 있고, 73%는 다른 일을 했다고 응답했다. 

    2019년 BBC 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주 평균 6시간을 회의로 보내지만, ‘회의 회복 증후군’까지 고려하면 8시간 이상을 회의로 낭비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회의 회복 증후군이란 비생산적인 회의가 개인에게는 당사자의 기분, 사고 등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조직에서는 팀워크, 의사소통,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즉 비생산적인 회의 후에는 뇌를 식히고 다시 집중할 수 있는 데까지 다시 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회의로부터 도둑맞은 시간을 구해낼 수 있을까? 먼저 불필요한 회의를 축소해야 한다. 회의를 개최할 때에는 이 회의가 꼭 필요한 지 판단하고, 회의 안건이 정보가 아닌 참석자의 ‘의견’을 필요로 하고, 일방적 전달이 아닌 여러 사람의 ‘논의’가 필요한 경우에만 회의를 여는 것이 좋다. 객관적인 정보전달은 이메일이나 게시판을 이용하고, 개인의 의견을 여러 사람에게 전달해야 하는 경우라면 스스로 발표자가 되어 발표하는 것이 적합한 형식이다. 또한 정보의 옳고 그름이 아닌 좋고 나쁨, 즉 다수의 선호도를 판단해야 하는 경우에는 회의보다는 온라인 폴(여론조사)을 이용하는 편이 더 낫다. 2019년 삼성경제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다르면, 관리자가 회의, 보고, 결재 등의 업무 비효율을 제거하고자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부서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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